공연비, 어떻게 받으십니까?

공연비, 어떻게 받으십니까?

- 뮤지션 공연비 책정에 대한 세 가지 시각

 

2만원짜리 공연 요구에, 재능기부 요청까지... 이건 갑질

지난 3년간 3,800만명이 찾았다는 서문야시장의 성공 모델 뒤에는 명암이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의 헌신을 통한 성공이라는 이면 뒤에는 교통비로 지급된 비용이 마치 공연비로 인식이 되고 있는 공연 시장의 현실과, 이를 악용한 칠성시장 운영체의 유사한 사업모델로 활용이 되면서 대구 로컬아티스트의 공연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지 않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적정 공연비는 어떻게 책정되어야 할까요?

서문야시장 상설공연은 지역 로컬 음악인들의 공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티스트의 공연비는 어떻게 책정되어야 하며 어떤 비용 항목까지 포함해야 할까요?

 

전/현직 아티스트 및 관계자 세 분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외부 칼럼은 본 매거진의 공식 의견 및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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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1  /  정연우의 시선 
'공식페이제를 통한 공연시장 질서 조성'

정연우 의원

- 정연우, 대구 남구 구의원

- 밴드 '레미디(Remedy)' 베이시스트

 

최근 새로 생긴 상설공연장에서, 두당 2만원 사건 이후로 또다시 우리들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즉 공연비 후려치기라 판단되는 일들이 생겼습니다. 여러 만남과 협의를 통해 상황이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다시 안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이해와 새로운 모색이 필요할 듯합니다.

공연비 정상화를 위해서는, 예술인 스스로가 공연비 책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공연비를 공연자 스스로가 책정하는 것, 이른바 ‘공식페이제’를 제가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공식페이제’는 공연비를 스스로 결정하고 ‘시장’에 알리고 드러내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속한 밴드는 현재 30분 전후 공연 기준으로 150만원의 페이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 공연을 보시고 충분히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대로 진행을 하시고, 예산 문제로힘들어하는 분들께는 역으로 우리가 80~120만원 선의 공식페이를 책정한 다른 팀들을 연결해 드리고 있구요.

 

Band Remedy

‘공식페이제’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분들은, ‘그러면 훨씬 더 큰 돈을 책정하는게 유리한게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책정하는 것은 공연자이지만, 그 공연비의 팀을 받아들일까 말까는 철저히 시장의 룰에 따릅니다. 즉, 클라이언트의 선택에 달린 것이죠. 가치보다 공연비가 너무 높다고 클라이언트가 생각한다면 선택을 덜 받게 되겠죠. 그때는 더 많은 공연섭외를 위해 공연비를 낮출 것인가 그대로 갈 것인가를 공연자는 고민하게 될 거구요. 반대로는 가치에 비해 공연비가 너무 합리적이다라고 인정받는 팀은 더 많은 섭외를 받게 되겠죠. 거기서 또 공연자는 그 공연비를 그대로 유지해서 더 많은 공연을 할 것인가, 섭외횟수가 줄더라도 공연비를 올려서 전체수익을 늘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https://youtu.be/ZqLYVH5WBOI

어떻게 되었든, 공연자는 적절한 보상과 장기적으로는 전체적인 공연비의 향상을, 클라이언트는 수준 높은 공연유치를, 시민들은 질 높은 공연향유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됩니다. ‘공식페이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공연자 스스로 그 가치를 인식하고, 소위 ‘룰’을 지키는 것입니다. 공식페이제에도 어느 정도 융통성은 발휘될 수 있지만 절반 정도의 가격까지 에누리 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동료 공연자들도, 정직한 클라이언트들도 피해를 입게 되니까요. 

현재, 대구자립음악씬에서는 이 ‘공식페이제’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건, 음악인들의 뛰어난/꾸준한 실력향상과 서로간의 연대 때문입니다. 결국 함께 하고 있어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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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2 /  라쿤맨의 시선 
'공연에서 뮤지션에게 기대하는 부가가치'

- 라쿤맨, 현직 뮤지션, 뮬저씨

 

뮤지션이 공연을 하고 받게 되는 돈은 다양한 상황이 있겠지만 크게 두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A) 수익분배 - 티켓판매 등으로 생긴 수익을 공연장, 기획자, 공연자 측이 미리 정한 비율대로 나눠 가지는 것. 주로 라이브클럽공연이나 공연자들이 기획한 공연에 적용함

B) 공연 개런티 -  공연의 주최 측이 공연자를 섭외할 때, 금액 등의 조건을 서로 합의해서 정한 내용. 공연자는 공연에 대한 보상으로 개런티를 받게 되는 것.

여기서는 A타입을 제외하고 B타입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현재 대구지역  인디음악씬에서는 하향 평준화 되고있는  뮤지션 공연비가 나름 이슈라고 한다. 도대체 공연비는 누가 결정하는 것이길래 이토록 말썽일까? 기본적으로 공연 개런티가 정해지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 주최 측이 공연 기획단계에서 정해진 예산을 가지고, 뮤지션을 섭외할 때 개런티를 포함한 조건을 제시한다. 이 개런티의 금액은 <공연에서 뮤지션에 기대하는 부가가치>x<전체 예산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2. 이때 섭외 받은 뮤지션은 자신의 가치관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제시된 금액으로 공연에 응할 것인지 판단한다. 해당 공연이 뮤지션의 음악적 커리어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을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용을 높게 잡는 것이 보통이고, 이렇게 개런티를 주목적으로 참여하는 공연을 업계에서는 통칭 ‘행사(뛴다)’라고 표현한다. 제시된 조건이 뮤지션이 판단한 기준 이상이라면 공연은 성사될 것이다. 
3. 제시된 조건이 뮤지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상호 간의 협상을 통해서 조정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서로의 조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공연자 섭외는 무산된다.

 

이렇듯 공연비는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최 측과 공연자의 기준이 상호작용해서 결정되고,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 공연자 입장에서 도저히 조건이 맞지않는 공연은 그냥 응하지 않으면 되므로 공연비가 적다고 불 평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공연비가 적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꾸역꾸역 행사를 쳐내는 이유는, 사실 돈이든 자아실현 이든 뭐든 자신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많이 받을수록 좋다. 그런데 왜 자신의 개런티를 올려 부르 지 못할까? 그것은, 같은 조건에 대체 가능한 공연자가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로컬의 작은 규모의 ‘행사’에서 요구되는 공연의 예술성은 딱히 높지 않다. 물론 행사의 질이나 내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음악공연이 메인이 아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당히 무난하고 튀지않는 무명가수’ 정도만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돈이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유명가수를 초빙했을 경우에도, 헤드라이너를 제외한 공연의 나머지 구성은 개런티가 높지 않은 로컬의 무난하고 가성비가 좋은 공연자들로 구색 맞추듯 채워진다. 이 로컬 무명뮤지션들의 공연 퀄리티가 높으면 좋지만, 적정수준 이상만 되면 사실 상관이 없다. 이 적정수준이라는 게 딱히 높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에 <공연에서 뮤지션에게 기대하는 부가가치>가 낮다는 말이다.

 

십수 년 전과 비교하면 음악의 진입장벽은 놀라울 정도로 낮아졌다. 누구나 쉽게 음악을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시대에서 전문예술인과 아마추어 사이의 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아마추어라든지 직장인밴드, 생활예술 같은 단어들은 스스로를 제약하는 말로 기능할 뿐이다. 또한 자신을 ‘일반인’이나 ‘아마추어’와 대별되는 ‘예술가’라는 특별한 존재라고 규정하는 것도 굉장히 시대착오적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30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동안 김광석이나 십센치의 노래를 커버해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연하는 것을 즐기고 적은 개런티라도 크고 작은 무대에 서는 기회를 더 원한다면 금상첨화다. 지역의 많은 행사에서 공연 개런티가 적게 책정되는 이유는 딱 이 정도의 공연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행사에서 공연하면서 ‘자기는 음악적 테크닉이 우수하고 공연의 퀄리티가 높은데 개런티가 적어서 아쉽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공연 개런티를 많이 받길 원한다면, 뮤지션으로서 음악과 공연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 가치는 사용하는 악기의 가격이나 투자한 시간에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주 유명해져서 헤드라이너로 섭외 받으라는 소리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 같다. 그 정도로 이미 멋진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자신이 없다면 자신의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꿈은 접어두도록 하자. 그게 아니라면 지역의 아무 작은 행사들을 묵묵히 전전하는 생계형 일용직 뮤지션이 되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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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3  /  김캡틴의 시선
 '문화적 가치와 표준(공연)단가'

- 기획자, 전/현직 뮤지션, 기술직 노동자

 

 

일단 불편한 이야기임을 말해 둔다. 필자는 두괄식을 선호하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꽤 많은 음악공연 종사자들이 말하는 ‘페이’에 대한 얘기가 불편하다.

 

“2만원은 왜 안 될까?”

제법 자주 들리는 말 중에, 어디어디서 뮤지션 섭외하면서 2만원 준다고 했다더라 이런 종류의 얘기가 있다. 이 말을 들은 음악인들은 다 함께 분개하며, 그들을 성토한다. 수 년간 비슷한 일들이 심심찮게 발생했고,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생각했다. 2만원은 왜 안 될까? 왜 본인이 싫으면 거절하는 정도가 아니라, 해당 기획자에게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거나 업계 현실에 무지한 사람으로 조리돌림 하려 할까?

30분 한 타임에 2만원인것으로 가정하면 시급이 4만원인 셈이다. (그나마 최저시급을 보장받는)일반 노동자의 4배 정도를 제시하는 것인데, 이 단가를 제시하는 사람은 ‘너무 적어서 못 하겠습니다.’라는 거절의 말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맥도날드 스태프보다 4배의 급여를 받으려면 그 가치에 준하는 일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10년차 타일공은 평균적으로 8시간에 25만원의 일급을 받는다. 기술의 난이도가 높고 적당히 희소하면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책정된 단가인데, 그것도 시급으로 치면 3만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다. 이 경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타일 시공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대부분 인정할것이다.

 

표 1. 2019년 개별직종노임단가

위의 표는 2019년 상반기 통계청에 공시된 건설직종 노임단가표이다. 표의 단가는 경력과 무관하게 평균을 내놓은 것이므로 초보자는 표시된 금액보다 적게, 경력자는 그보다 많이 받는다고 보면 된다. 타일의 경우 통상 조공은 16만원, 기공은 25만원을 받는다. 지역과 현장사정에 따라 가감이 있지만 그 차이가 최대 5만원을 넘기지 않으며,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이 표를 참조하여 단가가 책정된다는 것이다.

 

“그거랑 음악이랑 같냐?”

그러면, 무엇이 다른가? 돈을 받고 공연을 제공하는 것은 엄연한 노동이다. 내가 하는 공연이 건설현장에서 타일을 바르는 일보다 10배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주장한다면, 글쎄, 타일공의 입장에서 심정적으로도 빡치겠지만 이성적으로 따져 보아도 근거가 없다. 만약 내가 10년차 타일공이면 적어도 25만원의 일당을 요구할 근거가 있다. 바로 저 위에. 통계청에서 친절하게도 매 분기마다 업데이트도 해준다. 

 

“공연은 오랜 연습이 반영된 결과물이므로 단가가 높은 것이 당연”

그러면, 타일공은? 10년간 놀고먹다보니 갑자기 8시간에 25만원짜리 기술이 손에 붙었나?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건설현장에서 먼지 들이마시며 하루 8시간 10년간 기술을 쌓으면 시급 3만1천250원을 보장받는다. 그것도 경력이 증명된다는 전제 하에. 확실히 믿을만한 기술자로 좋은 평판을 얻는다면 일도 많이 들어오고 단가도 5만원쯤 더 쳐줄테니 워라밸 챙기면서도 월 500은 손에 쥘 것이다. 시급 3만1천250원이 이렇게나 큰 돈이며, 10년간 근성 있게 한 분야를 파야 보장받는 금액이다. 하지만 공연 시급을 4만원으로 제시한다면 어떨까.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도 포함해야 한다”

타일공은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1톤 포터에 잔뜩 싣고 대구에서 포항까지 1시간을 이동하여 9시에서 6시까지 작업을 하고 25만원을 받은 뒤 다시 1시간을 이동하여 돌아온다. 고용주에 따라 기름값 정도를 챙겨 주기도 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타일공의 노임은 거듭거듭 이야기한 기준이 있으니까 그 기준에 따라 제시하고 나머지 조건을 언급하며 협상도 할 수 있는것이다. 차량과 장비는 당연히 본인이 갖고 있어야 한다. 아무튼 좀 멀어서 더 받더라도 5만원을 넘지는 않는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챙겨주면. 공연비의 경우도 대구보다 안동이 더 단가가 높은 정도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이 단가에 포함? 그건 아무래도 공감하기가 힘들다.

 

“공연 30분에 대기시간이 5시간”

이건 인정. 도착하고 5시간 대기면 그건 5시간 노동으로 인정하는게 맞다. 어떤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그냥 일찍 왔으면 몰라도, 주최측이 3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8시 공연이면 공연자는 5시간을 일한거다. 이런 경우 만약 뮤지션의 표준단가가 있다면 그 단가를 기준으로 5시간의 비용을 지불 받아야 한다. 이게 확실해진다면 아마 5시간의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5시간의 대기가 사라지는 쪽으로 관행이 바뀔것이다. 

 

“일이 매일 있는게 아니니까”

길게 말하지 않겠다. 그건 타일공도 마찬가지다. 본인 의지로 한 달에 10일쯤 일하고 월 250만원 벌어서 즐겁게 사는 타일공도 있다. 반대로 일하고 싶지만 기술력 딸리고 평판 나빠서 일 거의 못 받는 타일공도 있고. 일이 불규칙하다는 것을 1회 단가가 그렇게까지 높아야만 하는 근거로 제시할 수는 없다.

 

“문화적 가치에 대한 투자로 봐야”

그 문화적 가치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 본 글에서만 몇 번이고 반복 기재했던 기준과 근거. 무형문화재의 경우 보존 명목으로 전승자의 생활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있고, 각 지자체마다 전승자에게 지급되는 전승지원금의 기준이 있다. 하지만 기타팝 장르로 앨범도 내고 공연도 하는 지역뮤지션은 그 생활을 국가가 지원할 근거도 없거니와 대충 예술인 지원을 위한 법에 뭉뚱그려 포함된다고 해도 지원금에 대한 기준이 없다. 아니 ‘지원단체’에서 정한 그 지원금 기준 말고 최소 지자체 이상에서 의원양반들이 정해놓은 기준 말이다. 아니면 위 표처럼 통계청에서 내놓은 노임단가라던가. 예술 열심히 하라고 기금 받아서 운영하는 단체가 정한 기준에 따라 매겨진 금액을 이럴 때 예로 들면 곤란하다. 콕 찝어 말해서 문화재단이나 음악창작소 지원금은 말 그대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주는거다. 국가의 호의지 여러분의 권리가 아니라고. 

 

“결론은”

돈 적게 받는다고 징징대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기준과 근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으므로 그거부터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10년차 타일공에게 10만원에 일해달라고 하면 욕을 오질라게 먹는다. 왜? 8시간에 25만원이라는 기준이 딱 나와 있는데 어이없는 금액을 제시하니까. 하지만 뮤지션의 단가로 30분에 2만원을 제시한다면 무슨 근거로 욕을 오질라게 할 것인가? 최저시급처럼 법으로 정해졌거나 개별직종노임단가처럼 공시된 통계 대신 명문화 되지 않은 ‘업계 관행’을 제시할건가? ‘보통 30만원은 주는데 2만원이 뭐냐’라는 식으로? 하하. 미안하지만 요즘은 중학생들도 그렇게는 말하지 않는다.

표준단가는 오래전부터 섭외비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 마다 필자가 비원했던 목표이다. 지원단체에서 열심히 하라고 책정한 금액 말고, 뮤지션들끼리 행복회로 돌려서 책정한 금액 말고 진짜 소송 붙었을 때 저 새끼 순 나쁜새끼라고 법정에서 주장할 수 있는 그런 기준 말이다. 예를 들어 최저시급이 그렇고, 노임단가가 그렇다. 공시된 표준단가표에 1회 공연 시 30만원이라는 기준이 나와 있으면, 20만원 제시한 놈도 욕할 수 있고 10만원 준다는 사람은 때려도 할 말 없으며 그놈의 2만원은 아예 삼족을 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적 효력이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과 근거는 그토록 중요하다.

 

“그런데, 자신있나?”

사실은 여기부터가 바로 여러분들이 가장 솔직해져야 하는 지점이다. 진짜 국가가 나서서 음악인 표준단가 매긴다고 하면, 내 기술이 시급 30만원짜리라고 설득할 자신이 있나? 업계 관행상 그쯤 주니까 이걸 표준으로 정합시다 따위의 요즘 중학생도 내세우지 않을 주장 말고. 노가다판에서 기술자로 10년 굴러야 받을 수 있는 시급 3만1천250원의 10배를 내 노임으로 내세울 근거가 진짜로 있으냐 말이다. 사전준비, 이동시간 등 타일공도 다 하는데 언급 안 하는 비용 내세우지 말고, 연주가 타일보다 익히기 어렵다는 교만한 주장 하지 말고, 타직종 노동자들이 공감 가능한 선에서 지금 희망하는 공연비만큼 관철시킬 자신이 있나?

필자는 진심으로 그게 가능했으면 좋겠다. 근데 아무리 통빡을 굴려봐도 그건 나의 또는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지 진지하게 표준단가를 책정한다 했을 때 우리가 모두 행복할만한 금액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 아주 조금이라도 그런 부분 때문에 표준단가 도입을 꺼린다고 하면, 그 사람은 공연비 가지고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그거는 맨날 똑같은 논쟁이 답도 없이 횡보하면서 곪고 곪아 갈때, 내가 해먹는 동안은 저 고름 안 터질테니까 관행대로 받을 수 있을때 챙기면 그만이라는 존나 무책임한 태도다. 기획자이기도 하고 공연자이기도 한 우리 모두를 위해서, 또 ‘문화적 가치’라는 대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표준단가는 도입되어야 한다는게 필자의 입장이다.

 

“어디까지나 공연비 금액이 그렇다는거고”

재능기부로 입 터는 놈은 여전히 개새끼이며, 다음에 챙겨 줄테니 이번만 도와 달라는 놈은 시발롬이다.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무료는 용서할 수 없다. 음악을 비롯한 공연문화인의 권익을 위한 움직임에는 언제나 찬성한다. 다만, 끊임 없이 돌아보자. 떡 하나 받을 정당한 권리 주장하는 김에 하나 더 얹어 달라고 우기고 있지는 않은지. 떡 두 개의 근거가 지금껏 그렇게 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수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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