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동 『75데시벨』

REVIEW/2020

전유동 『75데시벨』

빅나인고고클럽 2020. 12. 23. 10:01

🌈#대구인디음반추천

전유동 『75데시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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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g INFO. >
+ Artist : 전유동
+ Album : 관찰자로서의 숲
+ Title : 75데시벨
+ Release : 2020-08-03 / 정규(LP)
+ Label : 오소리웍스
+ Publisher : 포크라노스
+ Genre : 포크 / 포크록

< For Fans of >
#이규호, #천용성, #포니 #9와숫자들

< Curation >
+ 세상만사 시들해서 프레쉬함이 필요한 분

+ 포크라노스st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

+ 숲과 새를 사랑하는 이

< Reviews >

#정병욱 / 어제의 어쿠스틱 감성으로 오늘의 팝을 소환하는 감각은 좋은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덕목이다. 일상이나 사물의 단면을 잘 관찰하고 포착해내 그만의 응축한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은 훌륭한 시인의 것이다. 파제가 가세한 일렉트릭 기타의 훵키한 그루브로 인해 노래는 더욱 풍성해져 자신의 앨범을 백화점식 잡화로 자평하던 동료 뮤지션 천용성을 떠올리게 한다. 둘을 대조하면 천용성은 수필가고 전유동은 시인이다. 전자는 밤을 노래하고, 후자는 낮을 노래한다. 기대했던 그의 정규 데뷔작이지만 실망은 전혀 없다. “해”를 연이어 부르는 첫 마디 가사에서 이미 무너졌다.

#곰발바닥맛 /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만사에 감흥이 없어지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될 때마다 앞으로의 인생보다 지나간 인생이 더 많다는 것이 서글퍼 지곤 한다. 그런 감정들이 북받쳐 오를 때마다 오래 전(아마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그 시절) 들었었던 노래들이 가져다준 풍요로운 기분들을 떠올린다. '전유동'의 음악들은 그런 기분을 떠올릴 때 도움이 된다. 대책 없이 따뜻한, 단독주택의 한여름 늦은 오후에 마룻바닥에서 막 잠들 것 같은 그런 간지러운 느낌. 이런 멜로디는 행복한 낮잠처럼 달콤하다.

#캔디바 / 전유동님의 열연이 담긴 뮤비를 보면서 지은 미소가 곡이 끝날 때 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리뷰로 끝나는 곡이 아니라 또다시 리플레이하고 또 하다가 마치 곡의 마무리처럼 점점이 퍼지는 여운이 남는 곡.

#245Park / 인디계에서는 널리 이름이 알려진 레이블 '포크라노스'로 유통한 첫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담백한 느낌의 모던 록 스타일로 만들어진 트랙이다. 단편선이 프로듀스를 한 영향인지 기타 톤이나 건반의 달달한 분위기는 보컬과 매칭이 좋고 전체적인 곡의 구성면에서 아쉬움을 가질 만한 요소가 없다. 그렇다고 이 곡이 아쉬움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사다리차 / 클라우즈 블록으로 활동 당시엔 그가 밴드 포맷을 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웬걸, 너무나 찰떡 아닌가! 이러한 시도는 그간 보여준 미니멀한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탈피해 좀 더 능동적인 면을 부각해준다.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의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도 일품이다. 다만 너무나 아쉬울 것 하나 없어서 예전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손계명 / 이럴 수가. 지금 나의 탄식과 벌어진 입은 갑자기 찾아온 당혹스러움이 빚어낸 장면이 아니다. 그보다는 넋을 잃는 줄도 모르고 노래에 서서히 스며들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 깨달은 고요한 장면이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제목에, 재생 버튼 누르기를 망설이게 되다가도 막상 눌러보면, 흥겨운 음색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 내 마음에 몰려온다. 보컬이 뭉게구름을 잠재우듯 곡의 흐름을 살며시 껴안는다. 진정된 것처럼 보이던 음색은 흥겨운 베이스 기타 연주를 타고 솟아난다. 다채로운 구성에도 부드러운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음악과 예술이 삶에 농익은 사람만이 표출할 수 있는 여유. 음악에서 오는 강요 없는 즐거움. 이런 순수한 기쁨, 반갑다.

#스카디 / 오! 베이스라인이 꽤 좋다.. 어? 뭔가 중간에 밸런스가 깨지는 느낌이 드네.. 에이 노래 평범하네.. 어.. 근데 세련된 거 같기도 하고.. 혼란하다 혼란해.

#정크푸드 / 예전 인디밴드 중에 포니(Pony)라는 4인조 밴드가 있었는데 제법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포스트 Pony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특히 Pony의 곡 중 '뻔샤인'이라는 곡이라는 곡의 향수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것도 이유는 모르겠다. 덧붙여서 커버 아트가 더 내 스타일이다.

#채식주의자 / 잘 만든 노래다. 포크스럽거나 모던한 무난한 노래구나 싶으면 클라이막스에서는 현악기간의 매시한 사운드의 충돌이 흥미롭다. 혹자는 사운드적인 문제라고 꼬집을지도 모르지만, 계획한 사운드던, 생각지 못했던 사운드건 쿨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까지.

#꽁기꽁깃 / 오소리웍스의 단편선과 클라우즈블록의 전유동이 만나 전작들과는 꽤나 결이 다르고 서사가 선명한 작품을 발표했다. 전유동의 <관찰자로서의 숲>은 짧은 호흡의 싱글이 주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메인스트림의 흐름에서는 반 족자 정도 (반가운 모습으로) 비켜서 있다. 마치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시내 외곽의 작은 숲속 입구로 초대받은 기분. 달뜬 얼굴의 화자(전유동)가 사랑하는 숲과 수많은 친구들을 소개해주지만, 사실 우리 중 누구도 숲으로 남지 못할 "관찰자"일 뿐이다. 숲의 전령이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작은 책**은 작은 숲속에 잠시나마 들어가 볼 수 있는 초대장이 되었고, 하나의 서사가 되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다시 찾고 싶은 숲이 되어 마음속에 담게 된다. 앞으로 3개월이나 남은 2020년 조금은 섣부를지 몰라도 필자에게는 올해의 음반을 생각할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다.
** 피지컬 CD 대신 제작 과정과 삽화가 담긴 책과 음원 다운로드 코드가 담겨 발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