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립(Polyp) 『永生(영생)』

 

[음반리뷰] 폴립(Polyp) 「永生(영생)」

 

 

 

< 앨범 정보 > 

Artist : 폴립(Polyp)

Tile : 永生(영생)

Release : 2019-02-05 

Genre : Rock, Indie, Alternative

Label : 포크라노스

Format : EP

 

Track List

1. Karaoke Days
2. Haruki The Cat
3. MIDNIGHT WITCHES
4. DAWN808(나는 왜 이럴까)
5. Sunflower

 

Sound Like : 보편적이고 지질한 정서를 탁월한 송라이팅에 녹여내다. (샬롯무어만)

For fans of : 델리스파이스 (샬롯무어만), Aztec Camera (서대구) 

 

 

 

< 빅나인 필진 리뷰 >

 

샬롯무어만 (열탕) / "위로 받고 싶은 밴드"를 표방하는 폴립의 첫 EP.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작품은 이들이 표방하는 바를 정확히 성취하고 있다. 예술가라 함은 고통을 전시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라 할 수 있는데, 거기에 실력이 결여된다면 흔한 "싸이 감성글"이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사실 이들이 드러내는 감성이랄게, 중2병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가사에 있어 유려한 은유와 적절한 직설이 어우러졌기 때문에 예술로 평가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작곡과 편곡에 있어서 이들의 실력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렇다. 중2병도, 싸이 감성글도, 거기에 실력이라는 게 더해지는 순간 예술이 된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정을 탁월한 실력으로 드러낸다. "너 아프니? 나도 아파."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게, 이들이 말하는 "위로 받고 싶은 밴드"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무엇보다 폴립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록(Rock)"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여러 장르를 시도하면서도 그것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탁월하게 녹여낸다. 1번 트랙 "Karaoke Days"는 컨트리 팝(Country Pop)의 거장 챗 앳킨스(Chet Atkins)의 "Mr. Sandman"을 블루스(Blues) 느낌으로 재해석한 것 같은 기타 리프가 곡을 지배하며 인상적인 시작을 이끌어낸다. 2번 트랙 "Haruki The Cat"은 모던 재즈(Modern Jazz)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입부에서 감정이 격해지는 롹킹(Rocking)한 기타솔로까지 재치 있게 질주한다. 3번 트랙 "MIDNIGHT WITCHES"는 펑크(Punk) 연주에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의 질감을 씌우고 팝(Pop) 멜로디를 얻은 다채로운 곡으로서, 이들의 대표 넘버로 뽑기에 손색이 없다. 4번 트랙 "DAWN808"은 보컬의 담백한 목소리가 냉소적인 색을 뿜어내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데, 뉴스 기사를 샘플링한 부분에선 뜻밖의 재치에 감탄하게 된다. 5번 트랙 "Sunflower"는 4번 트랙까지 우울한 색을 일관하던 폴립이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밝고 신나는 곡이다.

 

놀라운 건,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음색을 소화하면서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싸이 감성 글과 예술을 가르는 이들의 실력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실력은 실력대로 보여주되, 드러내는 감성이 지극히 보편적이라는 점에 있어선,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환영을 이끌어낼 힘이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이들은 이제 EP로 첫 시작을 끊었을 뿐이다. 정규앨범을 통해 더 많은 잠재력이 뿜어질 것을 기대해본다.

 

 

 

서대구 (온탕) / 최근 3~4년 동안 대구 로컬 음악씬에는 장르별, 연령별로 다양하고 새로운 조류의 음악을 다루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등장했다. 게 중 뉴 미디어와 젊은 세대가 소비하는 음악 형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팀이 이 팀 폴립(Polyp) 이다.

 

인스타에는 유쾌하고 즐거운 그들의 일상을 담고 있는 모습과는 상반되게도 폴립이 그들의 첫 EP에 담긴 주된 정서는 '외로움'이다. 사운드클라우드, 네이버뮤지션리그, 유튜브와 인스타 등 각 종 플랫폼에 본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그들의 태도는 마치 끊임없이 일상을 전시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며 본인의 외로움을 감추는 20대의 모습과 닮아 있다.

 

반면 음악적으로 재미있는 지점 또한 여기에 있다. 본인 세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음악과 활동에 투영하며 본인 음악의 동시대성을 획득하고 있는 반면, 곡 안에서 얘기하는 가사와 정서는 과거의 특정 시점 혹은 과거 세대가 음악으로 본인 세대를 표현하는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부(父)정과 연(然)정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MIDNIGHT WITCHES', 숙취 속에서 지난 밤의 기억을 더듬으며 후회를 풀어 놓는 'DAWN808'처럼 시대성을 초월한 보편적인 감정과 사연들을 곡으로 가져와 팝의 미학이라 할 수 있는 정서적 동질감을 곡에 효과적으로 가져왔고 이것이 효과적인 무기가 되어 나이와 성별에 크게 취향을 타지 않는 팝으로의 미덕을 획득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면서도 뚜렷한 레퍼런스가 드러나지 않는 다는 점도 장점이다. 피상적인 흉내 내기가 아닌 본인의 것으로 흡수 해낼 때만 오직 획득할 수 있었을 성과물이라는 증거다. 다만 작품으로서 앨범이 가져야 할 미덕은 부족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나 음악적 성취, 트랙 사이의 완성도의 편차와 앨범으로 묶일 만한 곡 사이의 유기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아쉬움 또한 첫 EP 이후에서는 팀이 극복해나가야 하는 과제가 아닐까 한다.

폴립은 단편영화를 참 잘 찍는다. 그리고 여기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세 장의 싱글과 한 장의 EP 이후에도 단편 영화만 찍고 있을 순 없지 않는가?

 

< RATING >

 + 열탕(4) : ★★★★

 + 온탕(5) : ★★★★★

 + 미온(3) : ★★★ 

 + 냉탕(0) : 

 

 

< 아티스트 인터뷰 > 

https://bigninegogoclub.tistory.com/23 (빅나인 사람들 / 폴립(Polyp) 편)

위로 '받고' 싶은 밴드. 폴립(Polyp) 인터뷰

"정희섭: 뮤지션은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한 장르에 정확히 규정되고 싶은 밴드 혹은 뮤지션, 다른 하나는 이것저것 여러 장르를 건드려보고 싶은 밴드 혹은 뮤지션. 제가 봤을 때 폴립은 후자 같거든요. 제가 봤을 땐, 그 역할을 탁월하게 하시고 계신 거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잘 다룰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안현우: 저는 한 가지에 구애 받고 그렇지는 않아요. 그래서 악기도 하고, 문예도 하고, 뭐도 하고 여러 가지 했었는데요. 그런 제 성향이 밴드를 할 때도 드러나는 거 같아요. 평소에도 워낙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듣고 따라하니까요. 저는 솔직히 전자를 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성현 씨에게 얘기를 했거든요. 이렇게 여러 가지 다 갖다 넣으면 우리 밴드 색깔이 옅어지지 않겠느냐. 그랬더니 성현 씨가 이렇게 답을 했어요. “현우 네가 부르면, 그게 바로 폴립이다.”"  

< 추천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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