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원] SINCE 1995 헤비누나의 헤비하지 않은 헤비이야기

신해원 헤비 이야기 (빅나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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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7일 공연 출연팀과 헤비누나

1. 유년기

나는 라디오없이는 잠이 들 수 없는 고등학교시절을 보냈다. 어린나이에 불면증으로 밤이 무서웠던 그시절의 내가 안타까워 기억하고싶지가않지만 꼭 한번씩 질문 받게된다. 헤비를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라고. 잘웃지않고 소심하고 잘하는거 하나없던 어린때의 나를 좋아하진않지만 라디오안에는 우주에 혼자있는것같은 기분을 안들게 해줘서 좋았고 DJ가 선곡해주는 곡들에 위로를 많이 받으며 음악을 점점 좋아하게되었다.

 

음악 좀 듣는다는걸 표내고 싶었던지 가죽자켓과 청바지만 입고 다니던 우리 스무살 무리중에 한 친구가 드럼을 배우기 시작햇다는 얘길 들었다. 음악이란 그저 바라만 보고 듣기만 하는걸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세상에 음악을 직접 한다니 감동과 질투로 며칠을 고민했다. 그래 그럼 나도할래 싶어서 기타학원에 등록하러갔다. (왠 아저씨가 앉아계셔서 실망이 말도못했지만..-.-)

여자 레쓴생이 별로 없었던 탓인지 잘 대해 주셨지만  수업보다는  잡답시간이 길어지고 실력도 늘지않아서 재미 없었지만 기타를 배우고 있구나 하는 겉멋과 위로가 필요했으니까 한 1년은 다닌것같다. 여튼 그래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데 도움은 많이 받았다. 음악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실컷보면서 현실도 잊을수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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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 시절

그러다 1년에 한두번 열리는 락페기다리다 목빠질거같고 공연이 너무 보고싶어서 편지친구가 사는 서울홍대에 갔다
서울의 클럽에서 (지금은 없어진 신촌의 ‘락월드’) 내 인생이 결정지어졌다. 첫눈에 반한 ‘락월드’와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음악 감상실 ‘백스테이지’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곳이었고 ‘락월드’ 무대 위의 락커들은 (단순히 밴드라는 말보다는 왠지 락커라는 말이 그 시절의 밴드들의 성향을 표현하기에 적합) 나에게 우주대스타였지 꺅.

 
바로 눈앞에서 연주하는 무대는 공연몰입도가 엄청났고 그날의 모든게 신기해미칠지경이었다.  천정엔 스팽글이 돌아가고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찢어지는 락사운드에 흠뻑 젖어 뛰어노는 사람들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담배연기 가득한 클럽문화, 클럽이라는공간자체가 너무 짜릿해서 돈한푼없는 처지도 모르고 클럽을 가지고싶단 욕심을 속으로 먹은 그때가 아마도 92,93년도 쯤이었던거같다. 돈이없어서 서울오가는건 줄이고 조금 철이 들면서 밴드 따라다니는것도 덜하고 친한동생들과 함께 베스트헤드뱅어 라는 단체를 만들고 몇 달월급을 모아 락공연을 직접 기획해보기도했다. 음향,조명회사를 찾아가서 계약하고 공연장소와 밴드섭외를 하고 결국 잘 해낸 그  과정은 지금생각해도 그어린나이에 어떻게 해냈나 신기하네.

그렇게 인연이 되어 공연기획사에 들어가고 제대로된 공연은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배우면서 가던길이 내길이 되었다. (그래봤자 뮤지션과 무대를 보는게 더 좋은 팬심가득한 스태프였으면서..) 

그리고 드디어 헤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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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헤비와 함께하게 된 이야기

멀게만 느껴지는 대형 무대가 아닌 바로 내 눈높이로 공연을 볼 수 있는 클럽이 대구에도 생긴다길래 오픈하기전에 그곳을 가보았다. (그 때의 헤비는 ‘헤비네’) 공연장이라 부를수없다는 누군가의 악담을 반박 할수없을만큼 너무 작은 무대였지만 사랑스러웠다.  계단 벽에 외국잡지에서 유명 락스타 사진을 오려서 벽에 붙이는 일을 도와드리며 사장님과 인사나눔에 마음벅차했다. ㅎㅎ 클럽 헤비는 대구의 모든 음악인들이 모여드는곳이지만 펍이었고, 락클럽이었지만 정기적인공연은 하지않앗지싶다. 공연을 봤던 기억이 없다. (아마 내가 시간을 못맞췃겠지)1~2년이 지나면서 주인이 여러번 바뀌고 95년말에 새로온 여자주인두명이 오셨다길래 옳다쿠나 찾아가서 나를 기획자로 쓰고 주말마다 공연하자고 졸랐다. 
다행히 너무나 마음이 잘맞았다. 

 

 

나는 클럽공연이 하고싶었지 꼭 주인일 필요는 없엇고 돈 한푼없이 클럽을 가졌으니 세상이 내 것같아 좋아죽을거같았다. 낮에는 회사출근하고 저녁엔 날으는 걸음으로 헤비에 또 출근. 뮤직비디오를 녹화해와서  방영하거나 신청곡 받으며 서빙까지 하느라 피곤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주말엔 공연으로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그 시간들은 내세상이었다.

 

대구밴드들이 안정적으로 공연을 하면서 서울의 유명팀들도 투어를 오고 서서히 헤비는 대구의 대표적인클럽이라고 인정받기시작했다 . 동성로와 대명동 곳곳에 클럽이 생기고 사라고 반복되었지만 헤비만큼 오래 버티지를 못했다. 2000년에 정식으로 혼자 운영하게 되면서 내맘대로하고싶은거 다 해보았다. 다른지역클럽과 함께 지역레이블을 만들어 앨범들도 발매하고 전국투어를 함께 다니고 클럽헤비 이름걸고 야외락페 같은공연도  몇 번했고  내가 할수잇는 모든건 원없이 다 했다.  

나 정말 열심히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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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올드헤비를 떠나 지금 여기서

 

그리고 2003년 11월에 올드헤비를떠나 소호락스페이라는 이름의 클럽이 문을 닫은 자리로 옮기고 현재까지 이어져오고있는데 이게 그럼 올해 몇 년째인건가. 25년 될려고 하네 (아..이건 좀 무섭다..)

 

내가 헤비얘길 이렇게 하고는 있지만 음악과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서 이렇게 별 탈없이 인디씬에 조금이나마 자리잡고 공연을 만들어갈 수 있는건 순전히 밴드들과 관객들(이라고만 표현하기엔 서운할 형제,친구,가족같은) 덕분이다. 
그리고 예전 건물주어르신과 올해 새로 헤비건물주가 되신 인디053 덕분이다.

건물이 팔리면서 나는 헤비도 안녕할 각오를 조금 했었는데.. 나는 복도많지5층건물을 사서 지하는 클럽 1층은 펍, 윗층은 밴드를 위한 공간과 꼭대기는 나의집 이라는 거창하고 말도안되는 20살의 꿈이 인디053이 대신 이뤄줘서 계속 행복한 꿈속처럼 살수잇을거같아서 너무 기쁘다. *같은 사람이 같은 클럽이름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하는곳은 전국에서 헤비뿐이다. 그래서 이름 바꿧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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