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쓴 <NON-FICTION> 발매 인터뷰

픽션보다 선명한 초록색

탐쓴 <NON-FICTION> 발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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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쓴 3집 음감회 대구 제임스레코드 : SAY MY VISION [M/V]

 

올해 11월 정규 3집 <NON-FICTION>을 발표한 대구 래퍼. 2017년 5월 정규 1집 <PULP FICTION>부터 시작해, 2019년 8월 정규 2집 <META FICTION>을 거쳐, 드디어 정규 3집까지 왔다.

 

MC메타, 마이노스, 화나 같은 거물 래퍼들과 같이 작업하였고, 그들로부터 실력을 인정 받았다. 이제는 ‘대구를 대표하는 래퍼’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은데, 탐쓴은 아직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1번 트랙부터 “I'M NOT OK”를 외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인터뷰이 : 탐쓴
· 인터뷰어 : 손계명(빅나인)
· 인터뷰 일시 : 2020년 11월 13일
· 인터뷰 장소 : 탐쓴 작업실 ‘Tommy Gun's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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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ICTION 3부작’의 종점으로 오기까지

2집을 내자마자 하고 싶은 말들이 고민 없이 생겼어요. <I'M OK>라는 곡을 썼는데, 바로 그냥 <I'M NOT OK>. 이렇게 바로 됐던 거 같아요.

 

빅나인 : 빅나인 독자 여러분들을 향해서 인사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탐쓴 : 안녕하세요, 빅나인 독자 여러분들. 오랜만에 뵈어요. 제가 저번에 ‘빅나인고고파티’에서 공연한 뒤로 이렇게 또 정식으로, 책 이후로는 처음으로 이렇게 얼굴을 비추면서 연락드리게 되었는데요. 반갑습니다. 대구에서 랩하고 있는 ‘탐쓴’이라고 합니다.

 

빅나인 : 여기 작업실 이름이 있던데 ‘Tommy Gun's Store’라고. 이름을 이렇게 지으신 이유가 있나요?

 

탐쓴 : 제가 제 몸에 새긴 타투도, 오른손에 총알이라는 뜻이 있고, 왼손에는 재장전이라는 뜻이 있거든요. 제 이름 자체가 총이라서요. 타투도 그렇고, 톰슨 기관단총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그 모든 게 제조되는 장소. 탐쓴의 총기 상점. 여기서 만들어내는 음악들을 비유해봤어요. 무기상 느낌?

 

빅나인 : 여기 보면 아담한 공간에 영화 포스터들이 늘어서있는 게 멋있어요.

 

탐쓴 : 좋아하는 영화들. 타란티노.

 

빅나인 : 이번에 새로 나온 앨범, 정규 3집 <NON-FICTION>. 영화광 탐쓴이 이제는 픽션이 아닌 논픽션을 얘기하겠다는 각오로 내신 거죠?

 

탐쓴 : 그렇죠. 조금 더 현실적인, 조금 더 노골적인 말들을 그대로 보여주겠다. 영화 기법으로 치면, 롱 테이크 샷. 그런 취지로 제목을 적어봤습니다.

 

빅나인 : 벌써 정규 3집인데요. 첫 정규앨범 <PULP FICTION>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제목이기도 한데, 이게 2017년 5월에 나왔어요. 그리고 다음 정규 2집 <META FICTION> 이거 같은 경우엔 2019년 8월에 나왔고, 정규 3집 같은 경우엔 이번 달에 나왔죠. 2020년 11월. 그런데 보면서 되게 재밌는 걸 발견 했는데 <PULP FICTION>에서 <META FICTION> 갈 때는 2년 넘게 걸렸거든요. <META FICTION>에서 <NON-FICTION>으로 갈 때는 1년 조금 넘게 걸렸어요. 그리고 사실, <META FICTION>과 <NON-FICTION> 사이에 여러 가지 작업이 또 있으셨잖아요. EP도 내셨고 <타미클래지> 정규앨범도 내셨고, 싱글도 세 개나 내셨고. <동성로에 나갈 때까지> 그리고 <83타워> <DA DA LAND>. 이렇게 많은 작업을 병행하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3집이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탐쓴 : 저는 3집을 가장 빠르게 가사를 적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취지가 ‘내 속에 있는 걸 최대한 꾸미지 말고 그대로 솔직하게 다 말하자’였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제 곡 중에 <NOBBACK>라는 곡이 있는데, 쉽게 말해서, 요즘 표현으로 ‘노빠꾸’로 썼어요. 수정도 엄청 안 들어갔고, 뭔가 직설적이게 제 안에 있는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저에 대한 고민은 끝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2개월이 걸린 게 저는 신기해요. 생각보다 너무 많이 걸렸는데, 저는 한 6개월 만에 만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믹스, 마스터만 몇 개월을 썼고, 그리고 비트들이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냈던 곡들과 많이 달라요. 그런 것들을 제가 이 영화라고 치면, 이 영화감독으로서 어떻게 전작과의 차이점을 둘 것이냐. 그러면서 어떻게 내가 원하는 방향을 갈 것이냐. 그걸 생각하다보니까 결국에는 1년 넘게 걸리더라고요.

 

 

탐쓴 2집 [META FICTION] 앨범커버

 

빅나인 : 2집은 3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렸잖아요. 그건 어떻게 된 건지?

 

탐쓴 : 저는 개인적인 우스갯소리로, 그 기간을 저의 실어증 기간이라 생각해요. 말이 안 나왔어요. 가벼운 단체곡이나 크루 작업물 같은 것은 잘 됐어요. 그런데 2집을 낸다? 중간에 엎으려고도 했거든요, 그게 저의 2집 곡 중에 <낙서>. ‘Writer's Block’이라고 하죠. 완전 갇혀서 말도 안 나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 2집이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 거예요. <PULP FICTION>에서 이 얘기를 했는데 2집에서 무슨 얘기를 하지? 너무 어거지로 내는 거 아닌가?

 

그러다가 그걸 풀게 만들어준 곡이 <낙서>였어요. 접으려고 했었어요, 2집을. 2집을 그냥 아예 안 하려고 했다가, 그게 풀리고, <낙서>를 쓰고 풀리는 기간까지가 8개월이 걸렸어요. 계속 고민만 한 거예요. 이 앨범이 왜 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낙서>를 쓰고 나서 결론이 생겼어요. 그냥 내 마음에 있는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인데, 왜 억지로 남들한테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나는 나인데.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물론 그 감정이 백퍼센트는 아니에요. 남을 의식하는 게 백퍼센트는 아니었는데, 한 십 퍼센트만 섞여있어도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에 <뒷담화> <T.I.I> 어떻게 보면 뻔한 힙합 클리셰, 실체 없는 Hater들 까기, 저 같은 경우엔 실체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실체 있는 Hater들 까기. 그런 게 반복되어도 상관없다. 그래서 <T.I.I>에서 “What a masturbation. 수많은 만족과 자기 반복, Ay.” 그것도 거기서 나온 가사거든요. 근데, 이렇게 풀리기까지 혼자 틀어박혀서 생각만 8개월 한 거 같아요.

 

빅나인 : 이제는 입이 풀려서 3집이 빨리 나온 건가요?

 

탐쓴 : 그렇죠. 2집 나오고 3집이 빨리 나왔잖아요. 2집을 내자마자 하고 싶은 말들이 고민 없이 생겼어요. <I'M OK>라는 곡을 썼는데, 바로 그냥 <I'M NOT OK>. 이렇게 바로 됐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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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헤다 김엡마

 

2.  정규 3집 <NON-FICTION> 작업기

탐쓴하면 붐뱁으로 기억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그 이미지에서 일단 벗어나는 시도 자체가 저의 1집과 2집과 다르게 완전 뒤 없이 솔직한 내 모습과 타인의 모습을 말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았어요.

 

빅나인 : 이번 앨범 믹싱과 마스터링에 <김엡마> 님께서 참여를 해주셨는데, 제가 보니까 국힙 씬에서 저명하신 분 같더라고요. 이분과 함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같이 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탐쓴 : 무엇보다 저는 <소리헤다>의 팬이었어요. 그분의 원래 프로듀서 이름은 ‘소리헤다’였거든요. 워낙 즐겨들었던 아티스트고, 좋아하는 앨범이었고. 그랬던 분이 사운드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고, 이렇게 포지션을 바꾸신 다음부터 소문만 듣고 있다가, 원래 호감은 갖고 있었는데 <타미클래지> 작업을 같이 했거든요. 전곡 마스터링을 ‘엡마’ 형이 했었어요. 그 때 만나서, 거기 가서 장비 보고, 장비 양이 엄청난 거예요. 슈퍼 장비들? 보고 ‘뜨억’한 게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이분한테 뭔가 맡겨도 되겠다. 마스터링 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니까, 저희 팀 ‘루시드 비츠’랑 엡마 형이랑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내 3집 나오면 여기서 해야지. 딱 꽂혔어요, 그 장소에 가보고. 거기다가, 제가 원래 좋아했던 소리헤다야. 딱 된 거죠.

 

빅나인 : 아까부터 <META FICTION>과 <NON-FICTION> 사이에 변화를 계속 말씀하셨는데, 그 변화를 상당히 의도하신 거 같은데요. 변화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셨는지?

 

탐쓴 : 2집은 저한테 있어서 망설임 그 자체였어요. 뭔가 내는 게 망설여지고, 스스로 되돌아보고, 내면을 파고. 그런데 3집은 그냥 저 스스로를 관찰자로 봤어요. 네가 이렇게 느꼈어? 너 기분이 이렇구나. 그럼 그걸 말 해. 약간 이런 느낌. 그래서 그게 가장 큰 차이라고 느껴요. 제가 설명할 때 늘, 가사를 적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명을 하다 보니까, 그거 말고 큰 차이는 없는 거 같아요. 그거 말고는 다 기술적인 부분들. 제가 원래 랩으로 모든 걸 표현했다고 치면, 2집은 랩에 중점 그 자체에요. 비트가 랩을 거들뿐이거든요. 근데 3집은 비트와 랩이 혼연일체. 비트로도 제 감정을 표현했어요. 날카롭고, 세고, 변주적이고. 그런 차이?

 

빅나인 : 1집, 2집은 뭔가 ‘우탱 클랜’이었다면, 3집은 ‘칸예 웨스트’ 같았어요. ‘켄드릭 라마’ 같기도 하고.

 

탐쓴 : 사실 칸예 웨스트 음악을 즐겨듣는 편은 아닌데, 실험정신에서 봤을 때 그런 거 같아요. 칸예 웨스트 같다 하는 사람도 있었고 ‘빈스 스테이플스’ 같다, 근데 놀랐던 건, 저는 제가 항상 ‘뭐, 뭐 같다’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게, 저도 누군가의 것을 듣고 영감을 받아서 만들잖아요. 그런데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는, 역대급으로 ‘뭐, 뭐 같다’라는 말을 못 들은 앨범이에요. “어 뭐야 이거? 이상? 좀 신기한데? 신선한데?” 그런 반응들.

 

 

[NON-FICTION] 앨범커버

 

빅나인 : 이런 사운드적인 변화는 어떻게 생각하시게 되셨는지?

 

탐쓴 : 그냥 3집을 만들 때, 저한테 있어서 하나의 전략이죠. 그냥 평범하게 내기는 싫었어요. 내가 달라졌다고 얘기하지만 또 똑같은 붐뱁 사운드, 사람들이 이상하게 제가 붐뱁만 한 게 아닌데, 탐쓴하면 붐뱁으로 기억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그 이미지에서 일단 벗어나는 시도 자체가 저의 1집과 2집과 다르게 완전 뒤 없이 솔직한 내 모습과 타인의 모습을 말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았어요.

저는 듣는 건 가리지 않거든요. 그래서 EDM적인 요소를 많이 고려하게 되었고, 프로듀서 진을 아예 바꿨죠. 언제나 제 곁에 있었던 프로듀서를 떠나 저희 크루에 <권디엘>이라는 되게 팝, EDM, 이런 쪽으로 다 하는 이 친구랑 얘기를 하면서, 다분히 의도적이죠. 그러면서 표현이 된 거 같아요. 제 마음이.

 

빅나인 : 제가 느꼈을 땐 분위기가 제일 많이 달라졌거든요. 1집, 2집에는 밝은 곡들이 몇 곡씩은 있었어요. 3집은 그냥 밝은 곡이 없어요. 차갑고 살벌하고 그런데, 어떻게 분위기가 나온 건지?

 

탐쓴 : 제가 그랬으니까요.

 

빅나인 : 있는 그대로 뱉다 보니까?

 

탐쓴 : 네. <I'M NOT OK>. 1번 트랙 제목이잖아요. 앨범 만드는 내내 그랬어요. 원하는 만큼의 인정을 더럽게도 못 받았고, 원하는 만큼의 이상향이 있는데, 이상향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고, 알고 보니 혼자 그런 게 있다고 착각을 했고, 그런데 그 착각을 하게 만든 장본들이 선배들하고 지금 같이 있고, 모든 게 다 깨졌잖아요.

 

사람 자체가 우울하고 이런 것보다도, 음악을 생각하면 너무 참담했어요. 근데 그게 또 신기하게 에너지에요. 참담함을 말할 수 있는 게, 또 힙합만큼 적합한 게 없잖아요. 저는 현실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라는 사람이 처한 현실. 탐쓴의 눈으로 본 힙합 씬은 핑크빛이 아닌 걸요. 초록색이더라고요. 독극물 같기도 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고.

 

빅나인 : 지난 인터뷰에서 2집 얘기하면서 탐쓴이 본인을 두고 “트랙 배치에 가장 머리가 부수어지는 사람이다.” 이렇게 표현을 하셨죠. 이번 앨범도 그렇게 되셨나요?

 

탐쓴 : 저는 자나 깨나 트랙 배치 생각밖에 안 해요. 앨범 만들 때, 아 그 1번 이상한데, 그 2번 별론데, 이런. 그런데 이번에 <I’M NOT OK>는 무조건 1번이었어요. 무조건. 이거 딱 1번이다. 그러고 나서 뭔가 ‘준비, 땅!’하는 것처럼 ‘다다다닥’ 다 만들어졌어요. 유일하게 고민했던 것은 <유진박>과 <GREEN RECIPE> 그 트랙 사이를 어떻게 할까를 고민 한 6개월 한 거 같아요. 원래 skit을 넣으려고 했어요. 제가 좋아하잖아요, skit 넣는 거. 되게 좋아하잖아요, 친구랑 대화하는 거 넣고, 그런 거 좋아하는데 그냥 뺐어요. 그냥 곡으로 다 말한 거 같아서. 마지막에 그냥 빼자. 항상 17트랙이었는데, 이번에 유일하게 15트랙으로.

 

빅나인 : 러닝타임도 좀 짧아졌잖아요.

 

탐쓴 : 맞아요. 그런 거에 대한 강박도 좀 없앴어요. 의식하고 길게 만들었던 건 아닌데, 이번에는 여기서 말이 더 길어지면 제 감정이 전달이 안 될 거 같아서, 끊고. 그랬던 게 많았어요.

 

빅나인 : 음감회 얘기 한 번 해볼게요. 3집 음감회 기획을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요?

 

탐쓴 : 원래 1집 때 제가 음감회를 한 번 했었고, 2집 때는 제가 단독공연을 열었었잖아요. 음감회를 할 생각이 사실은 없었는데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에 ‘배들소’ 누나가 저한테 집으로 초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어요. 서로 되게 respect을 늘 주고받아요. 제가 대구에서 제일 멋있다고 대장 뮤지션이라고 칭하는 누나이기도 하고, 누나도 제가 이렇게 열심히 뭔가 만들어나가고 있는 거 보면 신기하게 여기거든요. 대견해 하세요. 그래서 제가 안 지쳤으면 좋겠대요. 되게 감동적인 말이었는데, 음감회 기획도 해주시고, 후원도 해주셨어요. 사비로. 제임스레코드에 장소 섭외까지 해주시고. 촬영도 써주시고. 저는 그런 거 할 여력이 안 됐거든요. 근데 누나가 그렇게 도와준다고 하니까, 저도 의욕이 나서, 그 때부터 제가 도맡아서 어떻게 진행할지 다 짜서 진행했어요. 빅나인에 저랑 인연이 있는 조은별 씨가 사회를 봐줬고, 영상 촬영에 순양아트 님은 들소 누나가 섭외를 해줬고, 그렇게 진행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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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트랙 [I'M NOT OK]

3.  탐쓴이 바라본 한국 힙합의 현실

제가 알고 있는 그 시절에 순수하게 정말 랩이 좋아서 그것만을 가지고 담론을 나눴던 시절은 갔고, 그것이 망쳐진 거는 저는 팩트라고 생각해요.

 

빅나인 : 트랙 얘기 한 번 해볼게요. 1번 트랙 <I'M NOT OK> 여기 재밌는 구절이 하나 있는데 “E SENS 또 META 또 MINOS 다음 ain't no joke 그게 진짜로 나” 이 구절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탐쓴 : 제가 중학생 때 랩을 처음 시작했거든요. 그 때 당시가 2008년 즈음인데요. 저는 대한민국 힙합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르는 시기인데, 별의별 게 다 나오고 다들 창작에 미쳐있던 시대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곡이 많이 발매되는 게 아닌 시절인데, 그 때 E SENS, MINOS, 가리온의 META 형, 싹 다 대구 출신이에요. 그 때 제가 진짜라고 만나고 싶고 다가서고 싶던 아이돌들이었거든요. 근데 제가 아직도 이 대구라는 로컬에 남아서, 그 의지를 이어받고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verse를 적거든요. 힘을 얻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에 혹여나 대구에서 랩을 하는 애들이 있으면, 나도 대구 사람인데, 대구에 랩을 한다. 네 번째로 나를 올려주지 않을까. 진지하게. “ain't no joke”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 그게 진짜로 나인 것 같다.

 

빅나인 : 2번 트랙 <NON-FICTION>에서 <Loxx Punkman>이 참여를 했는데, 그분이 가진 날것의 느낌이 좋아서 섭외를 했다고, 음감회에서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탐쓴 입장에서 그분의 날것의 느낌을 가장 잘 느꼈을 때가 언제인가요?

 

탐쓴 : 그 친구가 냈던 음반 중에 <THE RED APPLE> 타란티노 영화에 항상 소품으로 등장하는 가짜 담배가 있어요. 그 친구 EP고, 그 친구도 타란티노 팬이에요. 일단 타란티노 팬이라는 거에서 끝났잖아요. 저도 타란티노 팬인데. 그런 게 마음에 들었고, 그런 걸 다 떠나서 이 친구 랩이 되게 세요. 욕도 막 써버리고. 너무 강력하게 자기 할 말을 시원하게 다 뱉는 그 느낌이 있었고, 제 앨범 제목은 <NON-FICTION>이잖아요. 그 친구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Loxx Punkman이 더 떠야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붐뱁을 스킬 측면에서 가장 연구를 개성 있게 잘 한 래퍼가 아닌가. 힙합트레인에서 만나게 됐고, 피처링 부탁해서 깔끔하게 같이 하게 되었죠.

 

빅나인 : 3번 트랙 <NOBBACK> 여기 앨범에 주제가 되는 구절이 하나 “초록색 방사능 자연” 이거를 앨범의 테마 컬러로 정하셨고. 사람들은 보통 어떤 사물을 보면 단면을 보고 끝내잖아요. 그 너머의 다른 면을 보려고 잘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초록색은 독극물, 자연이기도 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입체적이잖아요. 초록색의 입체성은 어떻게 발견을 하셨는지 궁금하거든요.

 

탐쓴 : 초록색이라고 하면 저한테 떠오르는 게 그런 것들이에요. 모르겠어요. 제가 오만 데서 다 봤겠죠. 좀비 영화에서 봤을 수도 있고, 제가 옛날에 봤던 영화 중 ‘좀비 오’가 있는데 ‘리 애니메이트’라는 완전 초록색 미친 과학자가 죽은 시체를 대상으로 자꾸 임상 실험을 하는 그런 내용인데, 그 주사기 안에 초록색이 들어있거든요. 그런 것도 저한테 영향을 줬을 수도 있고. 제가 했던 수많은 게임 ‘하프라이프’나 ‘폴 아웃’이나 이런 여러 게임에서 방사능이 나오니까 그런 것들이 다 초록색이고. 초록색만큼 자연 친화적인 색깔도 없잖아요. 그게 전 재밌더라고요.

 

https://youtu.be/2-BSXy7RCzY

[83 타워] M/V

 

빅나인 : 3번 트랙에 보면 “순수를 만든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고, 그 사람이 “추락”하는 거 싫다고 얘기하신 것도 있잖아요. 그럼 그 “순수를 만든 사람”은 누구고, 그 사람이 언제 추락한다고 느끼세요?

 

탐쓴 : 그 “순수를 만든 사람”은 대표적으로 ‘소울컴퍼니’ 시절의 래퍼들이 아닐까. 저한테 소울컴퍼니 시절의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 시절에 나왔던 우리나라다운 힙합. 상대방을 해치지 않고도 예쁘게 적을 수 있는 가사들, 해치더라도 뭔가 권투로 승부하는 스포츠 느낌도 있었거든요. 정말 학자들이 가진 지식, 화술, 설득법, 발성, 이런 거. 우리 래퍼들에게도 rhyme 있고, flow 있고, 발성도, 지식도 있잖아요. 그런 걸로 싸우는 그 시절이 저에게는 낭만적이었어요.

 

지금 diss전, 지금 리스너들이 얘기하는 래퍼의 문제점, 이슈거리들, 다 인신공격밖에 없잖아요. 어떤 래퍼에게 돼지 같다고 욕하고, 어떤 래퍼한테는 못생겼다고 욕하고, 그렇게 일반화되어버린 그런 게 전 순수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뭔가 제가 알고 있는 그 시절에 순수하게 정말 랩이 좋아서 그것만을 가지고 담론을 나눴던 시절은 갔고, 그것이 망쳐진 거는 저는 팩트라고 생각해요.

 

망쳐졌지만 아직도 있기는 있기에 제가 있는 거고, 많은 커뮤니티 회원분들이 있는 거겠죠. 그런데 확실히 많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런 주제의 랩, 그런 주제의 가사, 신보만 다 체크해봐도 주제가 다 뭡니까. 사랑, 돈, 성공에 대한 야망, 내가 이룬 것들에 대한 과시, 이거 말고 있나요? 그래서 ‘XXX’의 ‘김심야’ 씨나 ‘던말릭’ 앨범 ‘선인장화’ 같은 것들이 눈에 뜨이고 잘 되는 거겠죠. 그런데 그 시절에는 정말 그런 것들이 많이 보였어요.

 

그런 걸 하면 촌티난다. 올드하다. 퇴물이다. 가리온 형들이 제가 한국에서 랩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위대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저랑 똑같은 힙합 팬들이 가리온 나오면 댓글 다는 게, 아재, 틀니 냄새, 틀딱, 이렇게 인신공격하잖아요. 그건 별로 순수한 것 같지 않고, 기분 나쁘거든요. 근데 거기서 기분 나쁜 걸로 욕하는 게 왜 잘못이고, 내가 기분 나빠서 기분 나쁘다고 하는 거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다쳐서 그게 별로라고도 얘기할 수 있는 건데, 그렇게 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취급을 하는 분위기가 싫었어요. 아니라고 말 못할 거예요. 저는 분명 그 분위기를 읽었거든요. 물론 이 주제에 대해서 관심이 하나도 없는 사람, 애정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은 “지 혼자 왜 저러지?” 할 수도 있지만, 저는 많이 느꼈거든요. 그래서 쓴 가사에요.

 

빅나인 : 4번 트랙 <COPY CAT>에는 오마주, 패러디, 표절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잖아요. 탐쓴이 생각하는 오마주, 패러디, 표절의 차이가 뭘까요?

 

탐쓴 : 오마주는 respect로부터 출발해요. 그러니까 거기 있는 장치고 대세고 잘 나가서 따오는 게 아니라, 그걸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을 하는 과정이 있고, 그건 티가 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티가 안 나면 실패인 거예요. 연구가 부족했다. 요즘 나오는 곡들 보면 flow가 뻔히 보이거든요. 재미가 없어진 거 같아요.

 

빅나인 : 이 트랙에 피처링이 <수다쟁이>인데, 이분 같은 경우에 이 곡과 어울리고, 이분이 표절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서 섭외하신 거 같은데, 탐쓴이 생각하는 이분의 독창성은 무엇일까요?

 

탐쓴 : 수다쟁이 형은요, 일단 제가 앞서 말한 flow가 뻔히 보인다는 그거랑 완전히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에요. ‘왜 여기서 갑자기 라임을 안 쓰지?’ ‘왜 여기서 갑자기 박자를 이렇게 타지?’ ‘왜 여기서 갑자기 박자를 당기지?’ 다 예상을 빗나가요. 어느 정도냐면 평론이나 앨범 감상평을 보면 그래서 그루브가 깨진다고 얘기할 정도예요. 근데 저는 거기에서 되게 매력을 느껴요. 특히 수다쟁이 형의 ‘북가좌동’이라는 앨범에 ‘동경’이라는 곡의 표현법 하며, 한국에서 수다쟁이 형처럼 랩하는 사람은, 그런 식으로 박자를 해석하고 타는 독특한 래퍼가 또 없다고 생각해요. 대체 불가능한 박자감각을 가진 완전 originality. 사실 이 곡은 단체곡이었어요. 제가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 다 섭외했는데, 몇 명은 되고 몇 명은 안 되어서 애매해진 거예요. 그래서 그냥 딱 한 분, 한 분만 깔끔하게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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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이뤄가는 것

모두 각자 자기만의 FM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완전 정도(正道)가 아닌 사람들만 골라서 콜라보를 시키고 싶었어요.

 

빅나인 : 6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를 보면 ‘유대’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여요. 특히 <M.T.A.T.> 크루와의 유대가 돋보였는데, 크루와의 유대를 여기서 강조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탐쓴 : M.T.A.T. 이야기를 이전 작품들에서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저는 때가 되고 기회가 되면 내가 완벽하게 Anthem을 만들어봐야겠다. 그게 딱 이번 앨범 차례였던 거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MOSE CODE>를 눌러서 <ASSEMBLE>한 다음, 미국에 있는 <Sikboy> 형까지 연결되는, 그러니까 저의 이런 위험한 발상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증거처럼 남잖아요. 거기다 마지막에 <퀸 와사비>까지. 제 유대가 표현된 것도 맞는 것 같아요.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 유대를 통해서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걸 보여주는 거죠.

https://youtu.be/6bCaNuEhUXY

6번 트랙 [FM]

 

빅나인 : 6번 트랙 <FM> 여길 보면 앞쪽 verse는 크루에 <Dayoff>가 해줬고, 뒤에는 탐쓴이 맡았는데, 중간에는 <viceversa>가 맡았죠. 그런데 처음 verse와 마지막 verse는 뭔가 이어지는 것 같은데, 중간에 viceversa의 verse를 보면 ‘이게 뭐지?’ 이런 생각부터 들거든요. 저는 이 지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이걸 갑작스럽고 뜬금없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거예요.

 

탐쓴 : ‘넋없샨’ 형도 그게 뜬금없다고 얘기했었어요. 사실 그 곡은 굉장히 많이 변화가 된 곡이에요. <FM>이 모두 각자 자기만의 FM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완전 정도(正道)가 아닌 사람들만 골라서 콜라보를 시키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어쩌다보니 와해가 되어가지고, 찢어지고 나눠지고 캐릭터가 그렇게 되었는데.

 

저는 Dayoff 형 역시 다른 의미로 또라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고집 세고요. 가사 강박증 정말 심하고 그런데, 자기는 보는 게 있대요. 그러니까, 남이 해주는 말 안 들어요. 제가 앞에서는 웃으면서 “맞지.” 이러는데, 절대 안 맞거든요. 저는 거기가 정도에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자기만 뭔가 알고 있어. 저는 이 사람이 대구에 랩 가장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정석과 달라보여서 섭외했고.

vicevarsa는 그 당시 제가 “Red light on a GTA!”하는 거, 그거 듣고 완전 반해가지고, 이런 거 할 거면 이렇게 하지. 딱 그거에 대표적인 이미지였는데, 너무 다르잖아요, 다른 애들하고. 또라이 그 자체잖아요. 자기만의 FM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도 어떻게 보면 또라이거든요. 아직도 소울컴퍼니 외치고 있고. 무슨 늙은이처럼. 늙은이일 수도 있나? ‘고등래퍼’ 애들에겐? 저도 정도에서 벗어나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우리만의 FM이다. 비트로도 표현이 되었고. verse마다 장르가 바뀌잖아요. FM이라고 해놓고 우탱 클랜 이런 게 나오는 게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음악이 나오는 거죠. 그게 저의 포인트였어요.

 

빅나인 : 저는 그 지점이 궁금했어요. 탐쓴이 어떻게 verse를 주문했기에 이렇게 되었는지.

 

탐쓴 : 이런 얘기를 했어요. 자기만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는 식으로 설명을 했는데 viceversa가 그걸 딱히 신경을 안 쓰고 적었는데, 이것 역시 그분의 정도겠죠. 그분은 제 말을 이해하고 적은 게 그 가사일 거예요. 전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갔고 Dayoff 형이야 뭐, 제가 말한 거 듣고 적긴 했지만, 그 형도 자기 마음대로고, 그런데 결이 가운데가 워낙 세다 보니까, 저랑 Dayoff 형이 잘 맞는 느낌도 있고, 그리고 그 형이랑 저는 기본적으로 힙합에 대하는 태도가 비슷해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면 조금 달라요. 그 형은 자기한테 나쁜 기운 주는 건 다 안 준다 그러고, 저는 저한테 나쁜 기운 주는 걸 까잖아요. 그것도 그렇게 다르거든요.

 

https://youtu.be/715o17gjSSA

10번 트랙 [GREEN RECIPE]

 

빅나인 : <FM>의 마지막 구절이 “with my homies.” 그럼 탐쓴이 생각하는 “homies”가 누구죠?

 

탐쓴 : 이런 또라이들요. 그런 뜻이에요. “내 거를 원해 with my homies.” 네.

 

빅나인 : <FM>은 앨범의 첫 공개 싱글이었잖아요. 이게 첫 번째 공개싱글이 된 이유가 뭔가요?

 

탐쓴 : 음, 재밌을 거 같아서요. 탐쓴의 싱글이 나왔다. 다들 또 떠올릴 거예요. 붐뱁. 그런데 냈는데, 어, 뭐야. 3집은 다를 거라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2집 이후 쿠키영상 느낌?

 

빅나인 : 10번 트랙 <GREEN RECIPE> 이 곡의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신 거예요?

 

탐쓴 : 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원래 <퀸 와사비>가 이 곡이 아니라 다른 곡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대화하다가 뭔가 엇갈리고 하다 보니, 새로운 곡을 만들자고 해서, 제가 퀸 와사비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 캐릭터에 푹 빠져있었어요. 앨범에 꼭 필요한 존재인데, 더 잘 살리고 싶어서 아예 새로운 곡을 만들자. 이렇게 되어서 만든 거였는데, 그 말 그대로 <GREEN RECIPE>는 퀸 와사비도 초록색을 시그니처 컬러로 쓰는 캐릭터잖아요. 우리가 같이 만들어내는 돈, 그런데 제가 앞서 그린의 의미에 대해서 말했잖아요. 근데 퀸 와사비가 제 앨범에 참여했죠. 그것의 제조법이다. 그래서 가사가 노골적으로, 저도 대구시 마크에 내 이름 박아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 하고. 와사비가 전화 받았고, 나도 그거 이어 받아서 너네 좆나 놀 때, 우린 스튜디오에서 트월킹. 이런 걸 표현하는 게 전부 make money. 제 인생 최초의 make money 트랙이에요. 보통 money trap shit하는 분들하고 너무 다르게 썼지만, 제게 최고로 자뻑 심하고 돈 내 놓아라하는 곡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걸 도와줄 최고의 사람이 누구냐 ‘퀸 와사비’인 거죠.

 

빅나인 : 제목부터가 퀸 와사비를 염두에 두고 쓴 제목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탐쓴 : 거의 뭐 사실 헌정곡 같은 느낌이었죠. 제가 누구랑 같이 콜라보를 했을 때, 그 한 트랙에서 그 사람 이름을 두 번 이상 부른 게 정말 드물어요. 그런데 그 곡은 제가 대놓고 와사비, 와사비, 와사비를 call. 왜냐면 이 아티스트 자체가 <GREEN RECIPE>에요. 돈 버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돈도 초록색이잖아요. 그런데 좀 위험하잖아요. <안녕, 쟈기?> 이런 영상 보면 좀 위험하잖아요. 얘도 <FM> 곡에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하고. 원래 퀸 와사비가 <FM>에 있다가 따로 나와서 곡을 만든 건데, 결론적으로는 훨씬 더 좋은 트랙이 나온 것 아닌가. 제가 타이틀로 지정할 정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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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독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한 발짝 더

사실 이 현실이라는 건, 저한테도 고독하고 슬픈 거예요. 지질한 거예요. 왜 그렇게 적었느냐면, 그냥 관심을 못 받으니까. 내가 한 걸로 관심 받고 싶은데 단, 내가 한 걸로.

 

빅나인 : 마지막 다섯 트랙을 보면, 여기는 분위기가 숨이 막혀요. 너무 고독하거든요. 탐쓴을 뭐가 그렇게 고독하게 만들었어요?

 

탐쓴 : 아마, 못 받는 관심? 적은 팬 수? 제가 내는 것만큼 돌아오는 성과에 대한 모든 것이요. 생각보다 돈은 아니에요. 이번에 제가 3집을 낸다고 돈을 과하게 써서, 힘든 건 있는데, 제가 소박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저는 사치품을 원하지도 않고, 입에 풀칠하고 음악하고 재밌게 살고 싶은 그 정도인데, 그런데 사람들이 저한테 주는 관심이 부족하니까 그런 거겠죠. 나는 내가 원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고, 항상 주위에 떵떵거리면서 말했지만, 돌아오는 결과에 대한 관심은 진짜 없구나.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런데 이런 내가 과연 남에게 뭐라 하고, 다른 래퍼를 욕할 자격이 있나? 다른 거에 대한 비판할 자격이 있나? 이런 고찰에서 시작한 게 바로 “유진박” 트랙부터에요.

 

사실 이 현실이라는 건, 저한테도 고독하고 슬픈 거예요. 지질한 거예요. 왜 그렇게 적었느냐면, 그냥 관심을 못 받으니까. 내가 한 걸로 관심 받고 싶은데 단, 내가 한 걸로. 아까 말한 <COPY CAT>처럼 말고요. 제가 제 소신대로 나가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싶은 건데, 능력이 안 되는 거죠. 안 되니까 아직도 못했겠죠. 물론 움직였던 사람들도 많았겠죠. 많지만, 너무 분에 넘치게 많지만, 되게 많은 걸 알지만, 목마른 거죠. 이걸로는 택도 없다. 제가 가야할 곳은 없다고 느꼈어요. 이제 이런 걸 찾아주는 사람도 없게 느껴지고. 그런데도 미쳐서 하고 있으니. 그런 게 표현된 게 2부입니다. 1부는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https://youtu.be/Jq7JxzVWP28

11번 트랙 [유진박]

 

빅나인 : 11번 트랙은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트랙이거든요. 되게 중요한 역할을 맡은 트랙인데, 그런데 여기 제목이 뮤지션 이름이에요. <유진박> 제목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있을까요?

 

탐쓴 : 처음에 그거 작곡해주신 분이 바이올린 소리가 들어간 산만한 비트를 저한테 줬는데, 저의 정신상태 같더라고요. 그 와중에 ‘유진박’이 떠오르는 거예요. 뭔가 동일시가 되어서. 그분의 아픔을 제가 감히 말하고 싶었다는 게 아니라, 제가 또 박 씨에요. 남들이 말하기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멈춤 없이 곡을 낼 수가 있느냐 그러는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천재성이잖아요. 그런데 현실이 호화롭지 않고, 현실이 개탄스럽고, 뭔가 잘 되지 않는 모습들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이름이 아니었나. 저는 유진박이 천재라고 생각하는데, 지금보다 대우가 훨씬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이 그러지 못한 게, 어떻게 보면 한 명의 팬으로서 좀 아쉬웠거든요. 저도 똑같은 거 같아서.

 

빅나인 : 11번 트랙 <유진박>의 마지막을 보면 비트가 싹 빠지거든요. 목소리만 나오거든요. 이런 건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

 

탐쓴 : 사실 비트를 염두에 두지 않고 가사를 엄청나게 적었다가, 랩을 하는데 비트가 중간에 꺼지는 거예요. 무시하고 랩을 계속했어요. 그런데 그게 마음에 들어서. 그래서 첫 녹음 끝나고 원테이크로 바로 끝냈던 기억이 나요. 그 부분이 멋져서 더 멋있게 하려고 분할해서 몇 개를 더 녹음했어요. 열 번인가 했는데 다 마음에 안 들어서, 어쩌다보니 한 걸로. 그게 좀 진심이 느껴지기에.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인데 인위적으로 멋있게 하려다보니까 더 구려지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첫 번째 녹음본으로 갔습니다.

 

빅나인 : 12번 트랙 <SAY MY VISION> 같은 경우엔 타이틀곡이잖아요. 그런데 타이틀곡치고는 분위기가 너무 처절하잖아요. 그런데도 이곡을 타이틀로 선정하신 이유를 알고 싶거든요.

 

탐쓴 : 저는 그게 왜 타이틀곡이면 안 되는지가 더 궁금해요. 저는 제가 그 앨범을 녹음할 당시에 저의 감정의 마무리가 그 트랙이기에, 그 곡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했어요. 2부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의 정점이기도 하고. 1부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의 정점이 <GREEN RECIPE>였다면, 2부에서는 <SAY MY VISION>이죠. 그냥 <SAY MY VISION>이 3집 앨범을 내고 나서의 제 모습이에요. 딱 지금 제 모습이죠.

 

하필 또 후렴이 예쁘게 나와서, 많은 분들이 이 곡을 기억해줄 것 같아서, 이번 앨범의 후렴들이 되게 불친절하거든요. 후렴다운 후렴이 없고 랩으로만 다 쑤셔 넣었거든요.

 

빅나인 : 14번 트랙 <LOVE FOR>에서 <$ATSUKI>의 verse 중에 “내 목소리를 빌리고 싶다면 fucking pay me.”라는 구절이 있어요. 첫 구절인데, 음감회에서 이게 되게 와 닿으셨다면서요. 이게 결론인 것 같다는 말도 하셨고. 어떻게 이런 결론을 내리신 건지?

 

탐쓴 : 결국엔 또 초록색인 거죠. 결국엔 또 현실이죠. 사랑을 갈구하고 외치고 찾잖아요. 지질하게. 사랑을 계속 찾는데, 결국에 모든 사람의 대답은 “내 목소리를 빌리고 싶다면 fucking pay me.” 이렇게 가는 게, 주제와 다르게 적어주긴 했지만, 저는 $ATSUKI라는 캐릭터가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모습이기도 해요. 제가 사랑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들려오는 대답은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뿐, 나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얘기. 그런데 그게 힙합 씬 현실이기도 하고. 우리 사는 현실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14번 트랙까지, 끝끝내 자기 고백에 타인 비방까지 다 하고나서 얻은 대답은 그것뿐인 거죠. 그래서 이 곡이 마지막 트랙이나 다름없죠.

 

 

 

 

빅나인 : 15번 트랙 <THE END OF FICTION>인데요. 여기서도 계속 “I'm not ok”를 외치시는데, 탐쓴은 어떻게 하면 다시 “I'm ok”를 외칠 수 있을까요?

 

탐쓴 : 밝은 질문이네요. 글쎄요, 관심을 좀 많이 받으면? 댓글 수, 조회수 이런 게 아니라, 좀 제가 제 멋대로 음악을 해도 그거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 많아지면? 아직 좀 부족한 거 같아요. 그렇게 되면 나아질 것 같기도 하고, 주머니 사정도 더 넉넉해지면 당연히 더 좋은 거 같고요. 지금 상황에서 위치가 좀 올라가도 괜찮을 거 같고. 야망이 좀 충족이 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빅나인 : 마지막으로 빅나인 독자 여러분께 하시고 싶은 얘기 있으시면 해주세요.

 

탐쓴 : 이 인터뷰를 지금까지 보셨다면, 굉장히 인내심도 많으시고, 저를 조금이라도 좋아하시기 때문에 봤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라는 게 너무 길면 재미없어지는데, 지금까지 보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고, 그리고 소통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 DM이든 메일이든 저에 대한 정보는 “탐쓴” 검색만 하셔도 나오는데요. 많은 의견 주시고, 소통하고 삽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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