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받고' 싶은 밴드. 폴립(Polyp) 인터뷰

 

 

[빅나인 사람들] 폴립(Polyp) 인터뷰

 

 

 

▲ 밴드 폴립(Polyp) 멤버들, 좌측부터 전성현(드럼/리더), 안현우(기타/보컬)

 

취재일 : 2019-3-2

취재장소 : 클럽 레드제플린 근처 카페 “누움”

인터뷰어 : 정희섭, 임명길

인터뷰이 : 폴립

 

밴드 폴립(Polyp)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흔하게 느낄 만한 음울한 감성을 특유의 세련된 송라이팅으로 풀어내는 팀이다. 현재 뉴트로(New-tro) 열풍이라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팀이며, 이들의 뉴트로 감성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운 감정을 곱씹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2019년 3월 현재 1년 조금 넘은 활동기간을 가졌지만, 짧은 활동기간에도 대구 내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어느새 대구를 대표하는 록 밴드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2019년 2월 5일에 데뷔 EP “永生(영생)”을 발표하며,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섰다. 폴립을 직접 만나 이들의 활동과 송라이팅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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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 “永生(영생)” 3번 트랙 “Midnight Witches” 뮤직비디오

 

  

1. 밴드 “폴립”의 탄생

 

정희섭(이하 ‘정’): 폴립이 지금 하고 있는 음악과 폴립 멤버 소개 간단하게 해주세요.

 

안현우(이하 ‘안’): 폴립은 저희가 초창기부터 밀어왔던 “위로 받고 싶은 밴드”를 표방하고 나선 밴드고요.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통해서 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멤버 소개를 하자면 드럼을 치고 있는 “전성현” 씨인데, 리더입니다. 방구석에서 열심히 기타를 치고 있는 저를 데려와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과 피아노와 이것저것을 다 하고 있는 “안현우”입니다.

 

정: 두 분이서 만나게 된 과정을 얘기해주세요.

 

전성현(이하 ‘전’): 원래 2017년에 대학을 다시 3학년 복학하면서 앙상블 수업이 있었는데, 현우 씨가 2학년이고 제가 3학년이었는데 그 때 같이 앙상블 수업 들으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안: 저는 2016년에 고향으로 들어와 솔로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혼자서 네이버 뮤지션리그 등에 자작곡을 업로드하고 있었거든요. 그걸 성현 씨가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성현 씨가 저한테 같이 하자고 연락을 한 거예요.

 

전: 현우 씨가 전에 하던 밴드가 있었는데 터졌거든요. 이 때다 싶어 데려왔죠.

 

정: 밴드명 “폴립(POLYP)”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안: 폴립(polyp)은 해파리나 산호 같은 강장동물을 의미하거든요. 강장동물 중에는 해파리가 있는데, 이론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영생을 하거든요. 영원히 살아요. 이 강장동물의 유생(幼生)을 폴립이라고 해요. 해파리가 성체가 되어서 성장과 번식을 모두 마치고 나면, 다시 자신의 몸을 분열시켜 폴립의 상태로 돌아가요. 이것을 보며 저는 생각했죠. 아, 이들처럼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아주 비열하고 이기적이고 치졸한 갈망이 생기더라고요. 여기에 경외심을 느껴서 폴립이라고 지었습니다.

 

전: 처음에 저한테 얘기할 때는 그냥 바다생물로 하고 싶다고만 얘기했는데....

 

임명길(이하 ‘임’): 사실, 폴립이 결성하기 전에도 성현 씨가 하고 있던 튜나스(The Tunas)도 있고, 전복들도 있고, 대구 밴드 중에 바다생물 이름을 가진 밴드들이 몇 개 있었잖아요. 현우 씨가 여기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기도 했고. 그래서 폴립이라는 이름이 나온 거 같아요.

 

전: 제가 바다 동물을 좋아해서...

 

(일동 폭소)

 

임: 그런 의미도 있고 뭐, 결국 그 폴립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시나요?

 

안: 마음에 들죠. 발음도 예쁘고요. 그런데 처음 밴드 시작하면서 저희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 시작할 때, 그 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수많은 경쟁자들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뭐 자궁폴립이라든지, 폴립이라고 검색하면 살덩어리들이 정말 많이 나와요.

 

임: 사실 제가 이 얘기를 꺼내고 싶어서 질문한 거였어요. (웃음)

 

전: 그래서 저는 심심할 때, 폴립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수술 영상 보기도 하고 그래요.

 

임: 그걸 왜 봅니까... 어쩌면 밴드 폴립의 최종목표는 폴립이라고 인터넷 검색하면, 그런 새빨간 살덩어리들을 다 제치고 밴드 폴립이 가장 먼저 나오도록 하는 것이겠군요.

 

(일동 폭소)

  

  

 

 

  

2. 폴립의 송라이팅 비법

 

임: 저는 현우 씨가 쓴 가사들이 너무 좋아요. 그 중에서 작사가 본인이 개인적으로 뽑는 최고 애착이 가는 가사가 무엇인가요?

 

안: 애착이 간다기보다, 부르면서 목이 메어오는 곡이 있어요. “Midnight Witches”는 제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보여주는 곡이 되어버렸어요. 쓸 때는 정말 쏟아내듯이 썼는데, 부를 때는 머리를 많이 굴리게 되더라고요. 처음에 가사 쓸 때는 “하얗게 오른 달빛에 아빠를 웃게 해줘요. 다음 세상을 지키려 은하수 너머 사라지셨죠.” 이 부분에서 가슴이 아팠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부르면서 항상 이 부분을 어떻게 부를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정말 사랑받고 싶었는데 단 한 걸음조차 다가설 수 없는 거야.” 이 가사를 부를 때가 목에 걸려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나는 항상 뭔가를 열망하는 사람이었구나.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임: 옆에 성현 씨는 현우 씨의 어떤 면에 가장 끌리셨나요?

 

전: 가사도 가사지만, 드러머들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싫어하는 거 같아요. 현우 씨는 뭔가 갈망하고 그런 게 많은 편인데, 저는 뭔가 끌고 가고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저랑 현우 씨랑 여러 면에서 반대되는 게 많아서, 거기에 많이 끌렸던 거 같아요.

 

정: 현우 씨가 작사 작곡 주로 맡아서 하시는데, 어떤 상황에서 영감을 가장 잘 받으시나요?

 

안: 상황은 전혀 구애받지 않는 거 같고요. 저의 작곡 스승님이 “작곡가라면 어느 상황에서도 영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도 곡이 가장 잘 써지기 위한 여건이라고 말할 것 같으면, 제가 재밌게 비아냥거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처한 상황을 좀 비틀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때 곡이 잘 써지는 거 같아요.

 

정: 그러니까, 생활에서 그런 느낌이 올 때가 있다는 건가요?

 

안: 그렇죠, 생활에서. 주로 저 자신을 비꼬는 편이에요.

 

정: 보통 곡을 만들 때, 가사 먼저 만들고 나중에 곡 붙이는 사람이 있고, 곡 먼저 만들고 가사를 나중에 붙이는 사람이 있잖아요.

 

안: 저는 항상 동시에 써요. 보통 가사랑 곡이 동시에 와요.

 

 

 

▲ EP “永生(영생)” 4번 트랙 “DAWN 808 (나는 왜 이럴까)” 라이브영상

  

임: 본인이 쓴 가사 중에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비아냥거렸다고 생각하는 곡은 뭔가요?

 

안: “DAWN 808 (나는 왜 이럴까)”입니다. 제가 썼던 곡들 중에 가장 여과 없고 직설적인 가사고요. 마지막 후렴 가사 중에 “아 정말 미안했어요.”라고 말하는 부분 있잖아요. 그건 제가 친구랑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그대로 받아 적은 거예요. 그 상황을 너무 비꼬고 싶었어요. 나는 정말 멍청한 자식이다.

 

정: 제가 이런 얘기를 들었거든요. 뮤지션은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한 장르에 정확히 규정되고 싶은 밴드 혹은 뮤지션, 다른 하나는 이것저것 여러 장르를 건드려보고 싶은 밴드 혹은 뮤지션. 제가 봤을 때 폴립은 후자 같거든요. 제가 봤을 땐, 그 역할을 탁월하게 하시고 계신 거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잘 다룰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안: 저는 한 가지에 구애 받고 그렇지는 않아요. 그래서 악기도 하고, 문예도 하고, 뭐도 하고 여러 가지 했었는데요. 그런 제 성향이 밴드를 할 때도 드러나는 거 같아요. 평소에도 워낙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듣고 따라하니까요. 저는 솔직히 전자를 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성현 씨에게 얘기를 했거든요. 이렇게 여러 가지 다 갖다 넣으면 우리 밴드 색깔이 옅어지지 않겠느냐. 그랬더니 성현 씨가 이렇게 답을 했어요. “현우 네가 부르면, 그게 바로 폴립이다.”

 

(일동 감탄)

 

정: 밴드 폴립이 “위로 받고 싶은 밴드”라는 슬로건을 걸게 된 계기를 알 수 있을까요?

 

안: 그건 진짜 부끄러운 건데, 사실 그것도 비꼬는 거예요. 저는 초기에 곡들을 쓸 때,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 두 가지가 있었어요. 그 때 그랬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그런데 그 생각을 하면서 곡을 썼다는 게 너무 부끄럽고 그래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그런 슬로건을 걸게 된 거죠. 저는 제 노래를 통해서 위로 받고 싶었어요. 전 제가 불쌍해서 이런 노래를 썼거든요. 이런 것들을 비꼬는 거죠.

 

임: 사실 그런 게 진짜 위로라고 하잖아요. 남이 아프다고 말할 때, 내가 가서 같이 아파하는 거. 폴립이 위로 받고 싶은 밴드라고 말하는 건 그런 맥락 같아요.

 

안: 저희는 사람들과 같이 아파하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

 

(일동 감탄)

 

 

 

 

3. 폴립이 팀으로 살아가는 방식

 

정: 라이브를 할 때 노트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시는데요, 밴드를 하는 뮤지션들 중에는 어떤 강박을 가진 뮤지션도 있잖아요. 라이브에서 연주하는 모든 음은 실제 연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그런 강박이요. 그에 비하면 폴립의 라이브는 이런 강박에서 많이 벗어난 거 같은데, 노트북을 라이브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안: 전 사실 그게 콤플렉스였거든요. 저는 원래 악기 자체에서 나오는 박력을 좋아해요. 그런데 어쨌든 노트북에서 나오는 음들도 제가 연주해서 녹음한 것이고, 라이브에서 노트북으로 플레이백을 틀었을 때, 제가 곡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라이브에서 최대한 끌어낼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성현 씨가 노트북을 이용하는 방법을 강력 추천했어요.

 

전: 제가 네 명으로 이뤄진 밴드를 해봤거든요. 그런데 네 명도 너무 많아요. 세 명이 밴드로서는 가장 적당한 거 같아요.

 

정: 어떤 면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전: 세 명이 좋은 게, 사운드는 사운대로 보충할 수 있는 요건이 되고, 동서고금 3을 완벽한 숫자라고 말하잖아요. 네 명보다는 세 명이 훨씬 좋아요. 네 명이면 밴드 내부에서 두 세력으로 갈라지기 쉽거든요.

 

* 폴립은 현재 밴드 “이글루(Igloo)”의 “김예지” 씨를 객원멤버 베이시스트로 영입해 3인조 밴드로 활동 중이다.

 

임: 그렇죠. 삼위일체라는 말도 있고요. 제가 보기에도 3이 가장 완전한 숫자인 거 같아요. 음악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이 얘기가 공감이 되는 게, 결국 밴드라는 것도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거잖아요. 밴드 해체하는 얘기들 들어보면 대부분 멤버들끼리 사이가 안 좋아져서 그런 것이거든요. 음악적인 견해나 성격 차이라든지. 그런데 어떻게 보면 폴립은 그런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한 명이라도 더 줄인 거잖아요.

 

안: 만약에 기타 한 대 더 넣고 싶다고 사람 구하고, 키보드 한 대 더 넣고 싶다고 사람 구하고, 그랬다면 제가 화가 나서 밴드 나가버렸을 거예요. 저는 제 의도가 너무 강한데, 나머지가 못 받쳐주면 속상하잖아요.

 

임: 제가 봐도 세 명이 딱 균형이 맞는 거 같아요. 오래 하면 좋겠습니다.

 

안: 감사합니다.

 

정: 폴립 음악이 많이 우울한데, 공연이나 싱글 발매 홍보 같은 것들 보면 안 그래요. 엄청 웃기고 유쾌하거든요. 보통 한 뮤지션이 홍보를 하면, 자기가 하는 음악이랑 분위기가 같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폴립은 안 그런 거 같아요.

 

안: 재밌죠? 저는 노래가 우울하다고 해서 제 삶까지 우울하지는 않으면 좋겠어요.

 

전: 사실 저희들이 홍보 영상 등에서 보여주는 그런 유쾌한 모습들이 저희들의 실체예요.

 

 

 

▲ 폴립이 공연을 유쾌하게 홍보하는 가장 좋은(?) 예 

  

안: 원래 사춘기 시절의 저는 제가 쓰는 곡과 제 삶이 같이 갔어요. 곡이 우울하면 내 삶도 따라서 우울하고, 기분 좋은 곡을 쓰면 내 삶도 좋고. 그런데 곡과 삶을 분리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자면, 제가 평소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아버지가 항상 유쾌한 분이셨거든요. 항상 익살 맞으셨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서, 내가 곡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은 해소하고, 삶은 아버지처럼 유쾌하고 익살맞게 살자고 생각했죠. 곡은 저의 취미이기도 하고, 제가 모든 걸 쏟을 수 있는 돌파구니까, 이것만큼 진정성 있는 게 어디 있나 생각했죠.

 

정: 데모 공개를 많이 하시잖아요. 이게 어떻게 보면,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 미리 주목 받는 뮤지션도 많아지고, 폴립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가는 과정인 거 같은데요. 그런데 미리 공개한 데모가 나중에 악영향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시진 않나요?

 

전: 이번에 정식 음원 발매 했던 것들이 일종의 실험이었는데, 전혀 안 그렇더라고요. 스트리밍으로 나오는 수익도 꽤 잘 나왔고요. CD 사고 싶다고 연락도 많이 오고요.

 

안: 데모를 많이 내는 건, 제가 그냥 사람들한테 많이 들려주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정: 홍대 “클럽 에프에프(Club FF)”에서 공연하셨는데, 거기는 어떻게 가시게 된 건가요?

 

전: 저희가 곡 데모나 공연 영상 이런 걸 많이 갖고 있으니까, 그걸 메일로 서울에 이름 있는 클럽 여러 군데에다 보냈어요. 그래서 답변이 온 곳이 세 군데 있었거든요. 그 중 하나가 클럽 에프에프였어요.

 

안: 고맙게도, 저희가 처음에 거기서 평일 공연 마치고, 이틀 후에 거기서 다음 주 주말에 공연하러 또 올 수 있느냐 묻더라고요. 항상 서울에 대한 열망이 있었는데, 재밌었습니다.

 

임: 클럽 에프에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 한 번만 더 불러주십시오.

 

전: 서울에서 많이 불러주는 것도 좋지만, 저는 서울보다는 지방 인디씬이 더 좋더라고요. 나중에 폴립이 좀 많이 크더라도 서울에 살러 가지는 않을 거 같아요. 여기 대구 살면서 서울에 공연 있으면 하러 가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안: 저도 굳이 밴드 활동 때문에 서울에 살지는 않을 거 같아요. 다른 로컬 밴드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내가 사랑하는 이 도시를 놔두고 굳이 음악 하겠다고 서울로 가서 속앓이하며 활동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원래 대구라는 도시를 별로 안 좋아하다가, 요즘엔 굉장히 정 붙였거든요. 이웃들도 좋고요.

 

 

 

▲ EP “永生(영생)” 표지

 

 

4. EP “永生(영생)”이 만들어지기까지

 

정: 이번에 나온 EP “永生(영생)” 얘길 슬슬 해볼게요. 이 앨범을 내기 위해서 “대구음악창작소”에서 주최하는 지원사업에 응모하셨잖아요. 거기 지원하게 된 과정을 얘기해주세요.

 

전: 어, 떴다. 넣자.

 

안: 데모 작업을 꾸준히 했으니까 넣을 수 있었고요. 2018년은 정말 밴드 일이 물 흐르듯이 잘 되었던 거 같아요. 데모 작업 꾸준히 하던 중에 응모하니까 됐고.

 

전: 거기서 1차 심사로 데모를 듣고 뽑아요. 거기서 뽑히면 면접을 보러가죠. 곡에 대한 얘기들을 합니다.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등. 데모로 지원했던 곡을 직접 연주하지는 않고요.

 

정: 프로듀서 분이 이한철 선생님이셨는데, 밴드 “불독맨션(Bulldog Mansion)”으로도 유명하고 “슈퍼스타”라는 히트곡도 있으시잖아요. 같이 작업하면서 어떠셨나요?

 

전: 사실 이한철 선생님이 음악적으로 저희에게 터치한 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냥 저희가 녹음 진행과정 보고 하는 것만 해드렸고요.

 

안: 저희가 데모를 작업하면서 앨범을 어떻게 만들고, 녹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그 의도를 이미 완성한 상태였고요. 저희가 앨범을 다 만들고 나서, 앨범이 나오는 과정에서 이한철 선생님이 해주신 얘기가 있었죠. 저희가 뮤지션으로서 어떻게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혹은 마케팅이나 유통사를 대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훌륭한 조언 많이 해주셨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이 정도로 노출이 잘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 이한철 선생님에게 들었던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 “Karaoke Days”가 좋다.

 

전: 앨범 작업 끝났다고 손 놓지 말고, 홍보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해봐라.

 

정: 이번 EP에 “Karaoke Days”, “Haruki The Cat”, “Midnight Witches”, “DAWN 808 (나는 왜 이럴까)”, “Sunflower” 이렇게 다섯 곡이 실렸어요. 이렇게 다섯 곡이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나요?

 

전: EP 만들 당시에, 곡이 그거 다섯 개 외에 딱 한 곡 “Summer Boy” 그거 하나 더 있었거든요. 우리 밴드에 곡이 딱 여섯 곡 있었어요.

 

임: “Summer Boy”가 빠진 이유는 뭔가요?

 

전: 저는 그 곡을 좀 더 큰 그림을 위해서 아껴두고 싶더라고요. 워낙 좋아하는 곡이거든요.

 

안: 제가 생각한 거는 “Summer Boy”가 “Karaoke Days”랑 주제가 겹치기도 하고, 저희가 EP 구상할 때 생각한 이미지랑 안 맞는 것도 있었고요.

 

정: 혹시 정규앨범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전: 네, 올해 2019년 안에 나올 예정입니다.

 

(일동 감탄)

 

전: 어차피 올해도 “대구음악창작소”에서 주최하는 지원사업이 또 뜨거든요. 거기에 저희는 정규앨범 분야를 지원할 것이고요. 그게 만약 안 되더라도, DIY로 해볼 예정입니다.

 

 

 

▲ EP “永生(영생)” 1번 트랙 “Karaoke Days” 디지털 싱글 표지

 

 

5. EP “永生(영생)” 속 노래들 집중분석

 

정: 1번 트랙 “Karaoke Days” 얘길 해볼게요. 보통 노래방이라는 단어를 노래에 넣게 되면 흥겨운 음색이 나오는데, 이 곡은 아련한 느낌의 음색이 나오거든요. 이런 곡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유가 뭔가요?

 

안: 제가 곡을 만들 때 두 가지 큰 생각이 들었다고 했잖아요. 그 때 그랬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이 “Karaoke Days”라는 곡이 므두셀라 증후군이라고 하죠. 과거회상에 해당합니다. 그 때 그랬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이것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제 친구들이 제가 PC방 안 좋아하고 게임 안 하는 거 아니까 항상 노래방에 데려다줬어요. 그래서 항상 재밌는 기억을 떠올려보면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던 게 떠올라요. 음침하고 담배 냄새 많이 나는 그런. 그 때 노래방 같이 간 친구들이 다들 음악하고 그림 그리는 샌님들인데, 그런 사람들끼리 앉아서 무슨 신나는 노래를 부르겠습니까. 돌아보면 정말 가슴 미어지는 노래들만 불렀어요. 그런 분위기들이 떠오르다보니까 곡에도 영향이 갔던 거 같아요.

 

임: “Karaoke Days”를 들어보면 도입부 기타 연주가 “Mr. Sandman”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그 노래가 정말 오래된 노래잖아요. 여기에 영향을 받으신 거 같은데, 현우 씨 같은 경우엔 지금 20대 초반이잖아요. 심지어 이 노래는 제 아버지 세대조차 모를 만한 정말 오래된 노래인데, 젊은 현우 씨가 어떻게 이런 오래된 노래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나요?

 

안: 일단 그 노래 만들 당시에 재즈(Jazz)에 대한 관심이 깊었고요. 그 때가 제가 일하던 재즈 바에서 막 일을 그만뒀을 때였는데, 거기 일하면서 재즈를 정말 많이 듣고 즐겨듣기도 했어요. 그 때 “챗 앳킨스(Chet Atkins)”에 꽂혀있었고, 그의 기타연주를 들으면서 뭔가 회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거를 “Karaoke Days”에 가져와서 재해석한 거죠. 이걸 노래방 안에 미러볼이 돌아가는 느낌을 표현하는 데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정: 2번 트랙 “Haruki The Cat” 얘길 해볼게요. 고양이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어떻게 이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나요?

 

안: 제가 하루키 책을 딱 한 권 읽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책이었는데요. 거기 보면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는 게 있잖아요. 하루키의 책이 그랬고, 내가 어른이 되어 느낀 삶도 그랬고, 우리는 모두 길에 있는 이름 없는 고양이들과 같은 신세고. 굳이 그런 이름 없는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이자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EP “永生(영생)” 2번 트랙 “Haruki The Cat” 디지털 싱글 표지

   

정: 3번 트랙 “Midnight Witches” 얘길 해볼게요. 이 곡은 한 곡 안에서 여러 장르가 느껴지는데요. 현우 씨가 말씀하신 건 펑크(Punk)인데, 최종 정식 발매 음원에선 질감이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처럼 나왔거든요. 멜로디 라인이 뚜렷한 건 팝(Pop)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다양한 색깔이 드러나게 된 과정을 알 수 있나요?

 

안: “Midnight Witches”가 제가 아까 말했듯이, “내가 좋아하는 거 다 해버릴 거야. 내가 불쌍한 거 다 말해버릴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토해내듯 쓴 곡이거든요. 그 욕심이 곡에 반영이 되었어요. 그래서 데모를 작업하면서도 계속 곡 색깔이 바뀌었고요. 제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팝 펑크(Pop Punk)를 하는 선배들이 많았어요. 존경하는 그분들의 영향을 따라 팝 펑크 느낌으로 곡을 쓴 것이고요. 기타 사운드가 사이키델릭 록처럼 변한 건, 제가 요즘 존경하는 뮤지션인 “맥 드마르코(Mac Demarco)”의 시대에 역행하는 사운드에 영향을 받은 결과고요. 서정적인 가사에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필요하니까 서정적인 색채가 또 더해지게 되었고요.

 

정: 이 곡이 폴립 입장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곡인 거 같아요. 애착을 느끼는 이유가 뭔가요?

 

안: 부끄러울 정도로 제 자신을 많이 투영한 곡이라서 그렇습니다.

 

정: 첫 번째 정식 발매 싱글로 “Midnight Witches”가 선정된 이유도 그런 이유인가요?

 

안: 네 그렇습니다.

 

정: 4번 트랙 “DAWN 808 (나는 왜 이럴까)” 얘길 해볼게요. 이거 들어보면, 중간에 뉴스 기사가 샘플링으로 실리기도 하고, 곡이 더 진행되면 외계인이 내는 소리처럼 “왁! 왁! 왁!” 막 이런 소리도 나오잖아요. 이런 샘플링들을 어떻게 넣게 되신 건가요?

 

안: 그 곡을 만들 당시에 한참 베이퍼웨이브(Vaporwave)라든가, 로우파이 힙합(Lofi Hip-hop)이라든가, 이런 장르들에 꽂혀있었거든요. 거기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향을 그대로 차용해서 사운드를 만드는 방식이 많잖아요. 그걸 제가 만드는 음악에도 접목을 시키고 그래서 나온 거예요. 인터넷 검색으로 뉴스 영상 중에 술에 취한 사람을 취재하는 그런 영상이 혹시 있을까 싶어서 찾아보니까, 우연히 찾아낸 90년대 영상이 너무 웃긴 거예요. 특히 그 취객이 “나는 왜 이럴까”라고 말하는 게, 웃기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슬프기도 했어요. 제가 많이 되뇌던 말이기도 하고요. 제가 잠을 자고 일어나서 술이 깼을 때조차도 “나는 왜 이럴까” 이렇게 많이 말하기도 하고요. 뒤에 “왁! 왁! 왁!” 그 소리는 “나는 왜 이럴까”를 빨리 돌리면 그런 소리가 나와요.

 

 

 

▲ EP “永生(영생)” 3번 트랙 “Midnight Witches” 디지털 싱글 표지

 

정: 5번 트랙 “Sunflower”는 라이브에서 정말 호응이 좋은 곡이에요.

 

안: 아 그거는 정말 놀라웠어요. 이 곡만큼 편하게 쓴 곡이 없었거든요. 제가 혼자 쓴 곡이 아니에요. 제가 합주실에 갔는데, 그 때 밴드 멤버 중에 사랑에 빠진 분도 계셨거든요. 제가 “사랑에 빠진 사람은 곡 쓰기에 좋습니다. 멋진 드럼 리프 하나 쳐 주십시오.”라고 말했더니, 성현 씨가 드럼을 쿵쿵쾅쾅 쿵쿵쾅쾅 신나게 쳤고, 거기에 영어로 가사를 썼고요. 그 가사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제가 넣고 싶은 말도 넣었고요.

 

정: “Sunflower”가 라이브 현장에서 나올 때 뿜어지는 그 열기를 스튜디오로 옮기고 싶으셨을 거 같은데,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안: 레코딩을 할 때 엔지니어분께서 예전부터 튜나스도 그렇고 성현 씨랑 작업을 같이 많이 했거든요. 그 엔지니어분이 성현 씨의 특징을 잘 아는 거예요. 성현 씨가 강하게 칠 땐 정말 강하게 치고, 약하게 쳐야 할 땐 강약 조절도 잘 하면서, 드럼의 강약 폭이 넓다는 그런 장점이 있어요. 엔지니어분이 레코딩에 그런 특성을 잘 살리시기 위해, 공간감을 주는 작업을 많이 하셨고요. 기타 같은 경우에도 평소 라이브에서 쓰던 기타를 사용한 게 아니라, 레코딩을 위해서 좀 더 힘이 좋은 깁슨 레스폴(Gibson Lespaul)을 빌려서 썼어요. 기타 사운드에 더블링(Doubling)도 집어넣고요. 아주 근육질의 사운드를 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6. 앞으로의 폴립

 

정: 마지막으로 “웹진 빅나인” 독자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다면 해주세요.

 

전: 창일이 형 고생 많습니다. (고창일, 웹진 빅나인 편집장 주)

 

안: 아니, 독자들에게.

 

(일동 폭소)

 

전: 아 독자들에게, 일단 인터뷰를 보고 저희 음악을 접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저희 음악을 먼저 접하고 이 인터뷰를 읽는 분도 계실 텐데, 앞으로도 계속 작업 많이 할 테니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 독자 여러분들, 항상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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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후기

 

평소 폴립의 음악을 들으면서 참 솔직한 밴드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솔직함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이 내가 이 밴드를 좋아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의외의 사실을 깨닫고 놀라기도 했으며, 폴립의 진심이 우러나오는 부분에선 감동 받아 목이 메어오기도 했다. 이 밴드를 좋아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함께 인터뷰를 같이 진행한 임명길 씨는 내가 이 밴드를 좋아하도록 이끌어준 장본인이다. 내가 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흔히 말하는 “성덕”이 된 기분이었는데, 임명길 씨도 나와 같은 느낌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도 유명해질 수 있을 만큼 실컷 유명해져서, 지상파 3사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이들의 소망이 이뤄지길, 나도 간절히 기원해본다. 이들은 그럴 자격이 충분한 팀이다.

 

 

 

폴립이 빅나인 독자들에게 전하는 인사

 

 

 

폴립(Polyp)이 요즘 듣고 있는 노래들!! 

 

* 아티스트명 - 곡명 [ 앨범명 ]

 

 

전성현's PICK 

 

■ D'Angelo(디안젤로) - Can't Hide Love [Live At The Jazz Cafe, London]

Haruki The Cat 의 드럼 레퍼런스가 된 곡입니다. 섹션이나 리듬을 모티브로 가져와 연주했습니다.

 

■ Babyface(베이비페이스) - Whip Appeal [Babyface Unplugged NYC 1997]

6박의 곡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곡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사실 앨범 수록곡들을 처음부터 다 들어보면 좋지만 이곡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여기에 나온 드럼 리듬이나 섹션들도 제가 연주하는 드럼에 조금씩 녹아있습니다.

 

■ Mystery Jets(미스터리 제트) - Serotonin [Serotonin]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제 휴대폰에 쭉 들어있는 곡 중 하나입니다. 저는 보통 앨범을 통으로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밴드의 이 앨범에서 이 곡을 제일 좋아합니다. 코러스를 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이 곡을 잘 들어보시면 속삭이는 목소리의 독특한 코러스를 들을 수 있습니다.

 

■ Arctic Monkeys(악틱 몽키스) [AM]

제가 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이고 드럼을 치며 코러스를 하게 된 계기 중 하나입니다. 이 앨범을 유독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악틱 몽키스 앨범 중에 이 앨범을 가장 좋아합니다. 악틱 몽키스를 좋아해서 이 밴드의 드러머인 맷 헬더스의 드럼 셋팅을 예전에 따라해서 썼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셋팅해서 쓰고 있습니다. (웃음)

 

 

안현우's PICK 

 

■ King Pleasure(킹 플레저) - Blame The Condition [Moody's Mood For Love]

낮은 음역대의 재즈 보컬리스트들을 동경해서 많이 들었습니다. 특유의 풍채와 간지러운듯 맺히는 노래가 멋집니다.

 

■ George Duke(조지 듀크) – Born To Love You [Guardian of the Light]

멜로디가 정말 아름다운 곡이라 좋아합니다. 제목이 너무 멋있어서 들었는데 푹 빠져서 들었네요.

 

■ Whitney(휘트니) - Polly [Light Upon The Lake]

따뜻한 브라스 연주가 인상 깊었고 성난 가사와 대비되는 편안한 사운드가 매력 넘칩니다.

 

■ Feldberg(펠트베르그) - You and me [Shine On: The Singer Songwriter Sessions, Vol. 10]

노래가 하나의 맑은 종소리처럼 예쁘게 울리는 듯 했어요. 산책 나갈 때 꼭 챙겨듣는데 시야에 비치는 풍경들을 마치 영화처럼 보이게 해준 달까요.

 

■ Boy Pablo(보이 파블로) - TKM [Soy Pablo]

이곡의 아웃트로를 듣는 와중에 노을을 마주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가슴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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