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 엄태현, 심상명 인터뷰

[빅나인 사람들] 오늘도 무사히 - 엄태현, 심상명 인터뷰

- 취재일 : 2019-03-06
- 장소 : 범물동 심상명 스튜디오
- 인터뷰어 : 고창일 (펀집), 채지화
- 인터뷰이 : 엄태현 (오무히),  심상명 (프로듀서) 

 

 

 근황토크 

 

고창일 : 사진기를 두고와서

엄태현 : 노동에 찌든 모습이라 (웃음) 잘 찍어 주세요. (웃음)

채지화 : 제가 잘 찍어보겠습니다. 아~ 잘나왔다 (웃음)

(도대체 어디가...)

고창일 : 저희 소개부터 할게요. 저희는 대구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음악을 같이 듣고, 글을 같이 쓰고 있는 "클럽" 빅(대)나인(구)고고클럽 입니다. 기존의 음악 저널과 유사한 형태지만 아티스트의 작품과 그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 그리고 아티스트의 삶 자체에 좀 더 집중해 인터뷰 기사와, 리뷰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2월달 발매된 세 개의 작품들인 오무히 LP, 이글루, 폴립 EP에 관한 인터뷰와 리뷰를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심상명 : 리뷰 잘 보고 있습니다. 오무히 냉탕 여덟 개~ 

오무히 : (폭소) 아이 시원하다. 여름도 오는데 냉탕 미리 들어가야죠.


고창일 : 리뷰랑 평점은 벌써 집계되어있어요 (웃음) 결과 알려드릴까요?

오무히 : 사실 분위기는 알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호의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웃음)

고창일 : 스파이가 있었군요. (웃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웃음)  「옥민과 땡여사」 앨범보다 평가가 좋아서 ‘이럴 수가?’ 했었습니다.

오무히 : 저 순간 잘못 들었나 했어요 (웃음) 아무리 친하다 해도 이렇게 대놓고 면전에서 옥땡이 오무히 앨범보다 낫다고 (웃음)

심상명 : 나도 나도 (웃음) 잘못 들었나 했음 (웃음)

오무히 : 너무 친해서 그런가 (웃음)

고창일 : 농담입니다 (웃음) 너무 호평 일색이라 삐딱선이 좀 튀어나왔죠. 전신에 열탕이라  (열탕 많다고 하니) 응? 기분 좋아진 것 같은데?

오무히 : 당연히 기분 좋죠. ^^

고창일 : 하지만 저는 중용에 입각하여 냉철한 비판을 (웃음) 은 아니고 ㅋ 필진 분들께서 앨범과 관련해 묻고 싶었던 질문들 까지 같이 받아와서 왔어요. (웃음)

오무히, 심상명 : 오 좋다. 좋네요.

고창일 : 인터뷰 구성은 대략 이렇습니다.





1. 오무히의 음악과 그 시작  

2. 앨범 작업에 대한 얘기 

3.  앨범 수록곡을 쓰게 된 과정과 이야기  

4.  향후 작업과 계획  

 

 

---

 

 

 1. 오무히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나? 

고창일 :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오늘도 무사히를 처음 알게 된 분들이라 가정하고 엄태현이라는 사람이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버스커로써의 활동 얘기들도요.

채지화 : 힙합도 하셨잖아요.

오무히 : (웃음) 그건 고등학교때 너무 옛날 얘기. 흑역사라 (웃음)

심상명 : 버스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랑, 오무히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얘기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엄태현 : 처음은 취미밴드였고 카피밴드였어요. 한 해 후배인 08학번 후배가 기타 치고, 제가 젬베 치고 노래를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버스커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잘 없었습니다. 마쌀리나 정도… 그렇게 취미 밴드로 해오다가 저도 4학년이 되고 그 친구도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습니다. 저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쪽이었고, 그 친구는 임용을 쳐서 교직의 길을 가겠다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채지화 : 음악을 혹은 버스킹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엄태현 : 버스킹팀(‘두모이’)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제가 그 전까지는 좀 꽉 막히고 고리타분한 사람이었거든요. 경북대학교 후문에 ‘창고’라는 공간을 알게 되면서 다른 종류의 삶이 많다는 걸 보고 느꼈습니다. 대안적인 사람을 사는 사람들, 이를테면 환경 운동가 라던가 좌파 운동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삶의 모습을 보고, ‘나는 임용을 쳐서 선생님이 되어서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많이 틀어지게 된거죠. 아 이렇게 살아도 되구나.

 

경북대학교 공간, 카페 '어색하지않은 창고'

고창일 : 진로 얘기를 좀 더 들어봤음 해요.

엄태현 : 피할 수 없는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얘기입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부모님은 연금을 받고 노후 준비를 잘 해 두셨기 때문에 제가 부양에 대해 느낄 부담감과 책임감이 적었습니다.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던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사범대와 교생을 다녀오고 학원 알바를 하면서, 이 나라의 교육 현실이 일개 교사가 뭔가를 바꾸기에는 지난한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뭔가 교직에 대한 흥미가 확 떨어졌어요. 되기도 힘들고, 돼서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 그렇다면 내가 행복한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음악을 계속하자는 선택을 하게 된 거에요. 

고창일 : 그랬군요..

엄태현 : 그래서 지인들에게 비판 받은 적도 있습니다. 강남좌파ㅅㄲ 아니냐면서 (웃음)

일동 : (폭소) 

심상명 : 어떤 분이 그런 질문을 했어요? (웃음) 

고창일 :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했던 얘기겠죠?

엄태현 : 그랬던 것 같아요. (웃음) 누가 작정하고 너 부르주아새끼 아니야? 하지는 않았고요 (웃음) 

고창일 : 그럼에도 저는 태현씨 곡들에서 마이너리티도 느끼곤 했습니다. 뭐 강남좌파가 마이너리티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웃음)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은 그들에게서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본다기 보다는 그들 가운데 서 있는 화자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태현씨 곡의 마이너리티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엄태현 : 저도 제가 왜 이렇게 빨간물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돌이켜보면 공익 근무하던 시절에 읽었던 책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대부분 계급투쟁과 구조주의에 대한 사회과학 서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좌파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대안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좌파가 된 것 같아요.

채지화 : 제가 처음 형을 만났을 때 형은 세상에서 가장 빨간 사람 이었거든요. 술자리에서도 뭔가 분노로 가득 차있고, 뾰족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심상명 : 급진했네 (웃음)

엄태현 : 그때는 저는 공산주의자였습니다 (웃음)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어렸던 시절.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다 필요 없어요. 돈이 최곱니다. (웃음)

일동 : (폭소)

고창일 : 오무히의 결성과 시작에 대한 얘기를 좀 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엄태현 : 2012년 경북대학교 칵테일바 AT(엣)에서 그 당시 피아노를 치던 유진이라는 친구와 제가 듀오로 공연했었는데 그게 첫 공연이었습니다. 그때는 자작곡이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다 아쟁 연주자 땡여사(전휘영)가 합류하게 되면서 3인조로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쓴 곡이 ‘늙은 꽃’이었어요. 밀양송전탑 투쟁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고 처음에는 뉴스기사로 접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활동(밀양송전탑국제풍자만화展 ‘오! 밀양’)에 참여하면서 터전을 잃고 살아가시는 분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작곡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곡을 계기로 땡여사와 같이 가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도 무사히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시점이었고, 첫 곡 이었다고 생각해요.
 

 

밀양송전탑국제풍자만화展 ‘오! 밀양’

 

고창일 : 이번 앨범에서 땡여사 님의 역할이 생각보다는 많지가 않았어요. 그 당시에 만들었던 곡 중에서 아직 발매되지 않은 곡이 많죠?

엄태현 : 있긴 있죠. 근데 「송곳」, ‘송곳 같은 음악’ 이라는 정체성으로 묶일 수 있는 곡들은 (이번앨범에) 다 나왔습니다. 

 

오무히's Discography

 

고창일 : 결성 이후 이번 정규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The Satellite’, ‘Guilty’ 같은 싱글을 격년으로 발매를 하셨었습니다. 사실 커리어 꽤 긴 기간 동안 EP급 작품을 발매하지 않으셨었는데, 음악적 성향이 계속해서 바뀌어 왔던 것이 그 이유였을까요?

심상명 : (오무히에 있어서) 풀밴드는 편곡에 살을 붙여주는 역할이었어요. 그 분들도 오늘도 무사히의 곡이 좋아서 같이해보고 싶은 마음에 모이게 되었고, 이 사람들의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병구씨가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병구씨는 록밴드 라이브오에서 전속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밴드 사운드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깊었고 풀밴드 오무히의 편곡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당시 편곡에 있어서 프로듀서가 병구씨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초창기 풀무히의 프로듀서 역할을 맡았던 라이브오 의 하병구 씨

심상명 : 그리고 그 당시 태현이 형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고창일 : 그게 뭔가요?

심상명 : “어~ 나는 다 좋아.” 이 부분이었습니다. 세션들이 살을 붙이는 것으로도 이미 만족을 하기 때문에 멤버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 해 볼 수 있는 용기와 여력을 얻는다는 점과 이것이 밴드의 발전에 동력이 되는 장점이 되었습니다.

고창일 : 어떤 빅나인 필진께서는 이번 앨범을 “잘 차려진 정식 만찬을 먹는 기분”이라는 표현을 해주셨습니다.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편곡에 참여하고 다양한 시도가 열려있는 환경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나올 수 있었던 환경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반면 높은 자유도가 꼭 높은 완성도를 만드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멤버들의 다양한 시도를 정돈하고 곡으로 통일성 있게 묶어 내는 역할을 맡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 아마도 이 앨범의 프로듀서가 프리-프로듀싱 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세운 계획 덕분에 앨범의 연결성을 획득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제작에 관해 이런 저런 질문을 더 많이 준비 한 것도 그것 때문이구요. 제가 추정하고 있는 상명씨의 「송곳」 앨범에서의 역할 이었을 것 같습니다.

엄태현 : 맞습니다. 병구의 프로듀서 역할은 ‘Guilty’까지었습니다. 이후에는 제가 서울을 가게 되었고 땡여사는 김빛옥민과 함께 옥민과 땡여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창일 : 그때부터 서울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옥 같았던 편의점 버스킹 영상들도 기억나구요. 근데 땡여사님이 김빛옥민과 같이 활동하게 될 때 서운한 감정 같은 건 전혀 없었나요? 

 

편의점에서 셀피

엄태현 : 저는 되게 보기 좋았어요

고창일 : 정말?

엄태현 : 네버 에버

고창일 : 저는 멤버가 다른 팀을 병행하면 뭔가 질투도 생기고 여자친구 뺏긴 기분 같은 것도 느꼈었는데. (웃음) 사실 옥땡 김빛옥민 인터뷰할 때도 물어보기도 했었거든요. 두 팀 활동에 오버랩이 있었으니까.

 

땡여사(전휘영)님 특유의 함박 웃음. 빅나인사람들 인터뷰 최다 출연ㅋ 

엄태현 : 저는 휘영이가 오늘도 무사히의 멤버이기도 하지만 독립적인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갈 수 있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부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월급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 요즘 옥민이랑 뭐 하더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잖아요 (웃음)

 

오무히와 땡여사

 

고창일 : 니가 이래 얘기하면 내가 뭐가 되니 (웃음) 성숙해 보였습니다.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고

일동 : (폭소)

 

고창일 : 지원사업으로 씬에 작품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던 건 참 고무적인 일인 것 같아요. 

채지화 : 지원사업 전에도 정규앨범을 발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나요?

엄태현 : 당연하죠. 

채지화 : 앨범준비를 하고 있는데 지원사업이 떠서 좋았겠네요? (살짝 이죽거리며 얘기했다 주)

엄태현 : 말투가 왜 그래 (둘이 워낙 막역한 사이) 당연히 좋았죠 (웃음)

심상명 : 그때 EP랑 정규 중에 (어떤 형태로 발매할지) 많이 고민하지 않았어요?

엄태현 : 진짜 고민 많이 했죠. 

고창일 : 그때는 저도 같이 얘기를 했었어요. 앨범을 준비하던 이글루, 폴립, 오무히 모두 어디 지원할건지 한참 얘기 했었죠.

엄태현 : 눈치게임 오졌었죠 (웃음) 서로 막 물어봤어요. 넌(장영은) 어디 할거야? 하니 영은이가 난 EP할거 같은데 오빠는요? 막 서로 떠보기도 하고 (웃음)

 

결론적으론 세 팀 모두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는 해피엔딩. 좌 폴립 EP '영생', 우 이글루 EP '이글루로와요'

고창일 : 서울에서의 개인 활동을 끝내고 대구로 돌아와 앨범준비를 시작할 때쯤부터 아마 상명씨와의 인연이 등장 할 차례 같은데

채지화 : 상명이형이 프로듀싱을 주력으로 하고 계신 분이 아니잖아요? 상명이형이랑 같이 앨범을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창일 : 저는 그래서 되려 상명씨 얘기를 먼저 들어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태현이와 오무히의 음악을 알 고 있었으니까,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보겠다 싶은 마음을 먹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혹은 본인이 먼저 제안했었을 수도 있을 것 같구요. 본인도 아티스트라는 아이덴티티가 있음에도 조력자로서 작업에 뛰어든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거든요. 더군다나 상명씨도 풀랭스나 EP이상의 작품을 발매한 아티스트가 아직은 아니시니까요.

심상명 : 형이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어요. ‘나는 다 괜찮아. 다 좋아’하는 그 얘기가, 그 마음이 걸출한 세션들로 하여금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게끔 만드는 것 같았어요. 오무히 연습할 때마다 가서 구경을 했어요. 거기서 ‘빈집’, ‘Guilty’ 같은 곡을 들었고 본격적으로 형에 대해 알고 싶게 되었습니다. 

 

시계방향으로 오무히 엄태현, 심상명, 즁키리, 클라우즈블록 전유동. 출처 오무히 인스타

심상명 : 저와 같이 팀으로 활동을 하던 준기(심상명과 이준기씨는 '즁키리와심군' 이라는 버스킹 팀으로 같이 팀을 꾸리기도 했습니다 주)가 버스킹을 하면서 태현이형을 먼저 알고 있었는데 태현이 형이 그렇게 많이 친하지도 않았던 준기한테 앰프를 줬다는 얘기를 들었죠. 좀 신기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고. 

엄태현 : 그때 제가 좀 부자였어요. (웃음)

심상명 : 이런 거 주면서 뜯어 먹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하고 (웃음) 그때 태현이형이 준기한테 비판적인 얘기도 하고 그랬었대요. 그래서 이 사람은 뭔데 자기 장비도 막 주고 쓴 소리도 하고 그럴까 신기해 했었고, 그때는 사실 되려 (싱어로서) 형을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았어요. (살살 약 올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주) 

엄태현 : 반성합니다 (웃음)

심상명 : 올라온 영상으로 형을 먼저 만나 봤었던 건데 기타칠 때 기타 바디에 손이 부딪힌다던가 발성할 때 혀가 많이 말린다던가 그런 단점들이 많이 보였어요.

엄태현 : 얼~ 히여얼~ 허이열~

일동 : (폭소)

고창일 : 귀까지 빨개졌다 (웃음)

엄태현 : 더워서그래요옷 (3월 5일 꽃샘추위 저녁 11시쯤 주)

 

범물동 시절 딜라이트에서 오무히

심상명 : 가 오픈 상태의 딜라이트에 놀러 가서 태현이 형 노래를 들었는데 노래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활동했길래 이런 가사와 곡을 쓸 수 있었을까. 그때 이후로 가까워지려 노력을 많이 했었죠. 이 형이 (인간관계에 있어) 원래 선이 좀 있는 사람이잖아요.

고창일 : 맞아요 (웃음) 저는 아직 그 선 밖에 있 (웃음)

심상명 : 그때 저는 그 선을 좀 깨고 싶었어요.

채지화 : 술 먹으면 그거 잘 넘어 오는데 

일동 : (폭소)

엄태현 : (요즘) 너무 쉽게 넘어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웃음)
 

 

함께 선을 넘어보자 (레전드짤은 캡쳐만)

고창일 : 오무히의 얘기를 들어보죠. 상명씨와 함께 하겠다 마음 먹게 된 과정과 계기.

엄태현 : 제가, 저는 , 정말 죄송하고 고백하건데 저는 원한도 빨리 잊고 은혜는 안 잊으려고 정말 노력해요. 정말 모두 빨리 잊는 편이라서 정산도 그때 그때 할 수 있을 때 하고, 

일동 : (폭소)

엄태현 : (갑자기 녹음기에 인사를 하며) 제가 혹시 은혜를 갚지 못한 게 있다면 꼭 말씀 주십시오. ㅜㅜ (이러고 나서 갑자기 녹음기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주)

고창일 : 갑자기 왜이래 (웃음)

심상명 : 도대체 누구한테 하는 얘기야

엄태현 : 인터뷰를 보시는 모든 분들 ㅜㅜ

일동 : (폭소)

엄태현 : 어쨋거나 (웃음) 제가 그래서 대부분 첫 인상 첫 만남 이런걸 정확하게 기억을 못해요. 제가 상명이를 처음 인식하고 기억하는 장면은 상명이가 얘기한 딜라이트에서. 성악은 아니었어요. 무슨 곡이었더라?

심상명 : 유재하 노래였던 것 같아요.

 

 

심군의 리즈,  유재하의 노래로 내공4갑자 현경의 벽을 두드리는 

 

 

엄태현 : 그때 그 노래를 들으며 저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죠. 노래를 하는데 정말 너무 너무 잘하는 거에요. 정말 언빌리버블레벨. 정말 은둔 고수. 무협지로 치면 내공 4갑자 쌓은, 화경 지나서 현경의 벽을 두드리는? 

고창일 : 무협지 좀 읽으셨네요 (웃음)

채지화 : 이 형 무협 덕후라 

엄태현 : 그것도 사파도 아닌 정파의 정종심법을 통해서

고창일 : 정파인데 사람들이 어찌 모를 수가 있어 (웃음)

엄태현 : 그러니까 신기한 거죠. 이렇게 잘하는데 안 알려져 있으니. 충격을 받아서 그때부터 그냥 나름대로 제가 제 곁을 주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어요. 제가 좀 무심한 사람이라. (갑자기) 미안합니다.

심상명 : 엄청나지

일동 : 폭소 (웃음)

엄태현 : 그래서 뭐. 나 안사랑할거야?

심상명 : 진행하시죠

일동 : (계속 폭소) 

 

사랑과 존경의 관계

고창일 : 싱어나 연주자로의 재능을 확인하더라도 프로듀싱을 맡겨야겠다는 결정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엄태현 : 어떻게 상명이에게 프로듀싱을 맡겨야겠다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그때부터 falling in 상명 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음악을 듣는 부분이 섬세함을 넘어서 굉장히 예민하더라구요. 아까 상명이도 얘기했지만 저는 지나치게 둔감하거든요.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 좋다고 하거든요. 웬만하면 다 좋다고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제가 앨범을 준비를 하더라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

 

 

  2. 앨범제작에 대한 얘기들   

앨범커버

고창일 : 음악창작소 앨범지원 사업에는 데모 음원을 제출해야 응모를 할 수 있습니다. 데모 작업도 둘이 같이 했었나요?

심상명 : 태현이형이 합주를 하며 만든 결과물을 받아서 제가 편집을 했었죠.

고창일 : 데모 당시의 곡과 앨범의 편곡은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겠네요.

심상명 : 맞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없었고, 그래서 합주 할 때 제가 장비를 들고 가서, 지금처럼 좋은 장비도 아니고…. 이렇게 말하니 되게 성공한 사람 같다 (웃음)

엄태현 : 성공한 사람 맞지 뭐…. 이거 다 합치면 얼마야  (상명씨 개인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었습니다. 주)

심상명 : 없는 살림에 엄청 노력해서 합주 한 걸 받아서 데모를 만들었습니다.

고창일 : (전반적으로)상명씨가 심적인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심상명 : 엄청 컸었죠. 

엄태현 : 저는 그때는 깊게 생각 안 했어요 (웃음) 제 성격이 좀 (웃음) 되면 좋고 안 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내가 일을 하니까 안되면 내 곡으로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고창일 : 근데 덜컥 되어버렸고 (웃음) 그 당시 수록곡에 대한 계획은 확정이 되었던 건가요? 

엄태현 : 네

고창일 : 앨범의 선곡과 관련해서 또 어떤 필진 분은…

엄태현 : (또 각 잡고 듣기 시작함)

고창일 : 아니 제발 그러지 말고 좀 ;;; (웃음) 좀 민감하거나 기껍지 않은 평일수도 있지만 오무히를 꽤 오랜 기간 지켜본 분들이신데. 오무히 곡이 많잖아요. 아직 발매되지 않은 곡들이 많고. 그래서 오무히 정규 1집은 (적어도 본인에게는) 정규앨범이 아닌 베스트앨범 같다는 평을 해주셨어요. 

 

심상명 : 선곡은 태현이 형이 일단 다 했습니다. 일종의 본인의 일대기라는 생각

엄태현 : 저는 「송곳」이 색깔과 정체성이 분명한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송곳 같은 음악’이라고 제가 표어처럼 얘기하고 있는 이 말이 이 앨범의 주제이고 수록곡을 하나로 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송곳 같은 음악’이라는 표어의 뜻은, 은폐되어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제 송곳(오무히의 음악)으로 찔러서 드러나게 하고 싶다는 거죠.

 

 

이런 송곳 말고 명길아... (팬픽. 임명길)

채지화 : 제 생각이지만 베스트앨범 같다는 평을 해주신 분들의 생각도 일면 이해가 갑니다.

고창일 :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채지화 : 송곳이라는 하나의 정신세계와 철학으로 묶인 앨범이 맞습니다. 다만 곡들을 표현하는 방식(편곡과 스타일을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이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아티스트 초기에 발매하는 앨범은 정신세계는 다양하지만 스타일은 하나로 묶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베스트 앨범은 반대로 되어있죠. 

엄태현 : 그렇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앨범의 일관성은 장르의 선택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요. 

고창일 : 일종의 ‘일관된 정서’, 음….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엄태현 : 그렇죠. 제가 생각하는 앨범의 정체성과 일관성은 저의 정서, 생각, 정신세계, 그런 것들이죠. ‘송곳 같은 음악’. 그 외에 스타일 장르 이런 건 부차적인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고창일 : 저는 이 앨범이 좋은 앨범이라고 판단했던 가장 큰 이유가 다양한 스타일을 차용했음에도 앨범 전체를 흐르는 정서와 말하는 방식이 일종에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앨범’으로서의 작품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베스트앨범이라는 평에 대한 오무히의 반론을 듣고 싶었습니다. 만약 그 정서 부분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좋은 앨범이 나오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무히 곡들이 가진 힘이겠죠.

엄태현 : 제가 많은 부분에서 우유부단하고, 많은 부분에서 좋다 좋다 하고 있고,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은 좋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이것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뽕짝이건 국악이건 상관없어요. 스타일과 장르는 상관없습니다. 제가 노래하고 싶은 것을 노래할 뿐이죠.

채지화 :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 그 자체가 정신세계 라고 말하는 아티스트도 있거든요.

고창일 : 펑크 로커들이나 서브장르 하시는 아티스트들처럼?

엄태현 : 적어도 송곳이라는 앨범에서는 그리고 저는 베스트앨범이라 느껴도 상관없어요. 이건 내 앨범이고 내 음악이고 물론 어떤 평을 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제가 음악을 하고 앨범을 만드는 데는 크게 상관없어요. 논옵마이비즈니스 (웃음)

 

살짝빡친것같은데 (소곤소곤)

심상명 : 살짝 빡친 것 같은데? (웃음)

엄태현 : (웃음) 저는 나름 내적인 일관성을 충실히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채지화 : 늙은 꽃 같은 경우는 옛날 민중음악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요즘 속담 같은 곡은 인디포크 2.5세대 어쿠스틱 붐이 일었을 때 그 당시 음악 같았고, 마지막 트랙 같은 경우는 블루지 해서, 다양한 스타일이 있어서. 저는 귀가 즐거운 앨범이었습니다.

고창일 : 상명씨의 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서요. 제작 초기에 상명씨의 시선에 대해 좀 더 들어보려 합니다. 급하게 데모(합주)와 앨범에서의 곡들은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부담을 크게 느끼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네요. 데모와 어느 정도의 변화까지 생각 하셨나요?

심상명 : 프로듀서 입장에서 조금 더 대중음악스러운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엄태현 : 라이브로 들으면 좋은 편곡?

심상명 : 라이브로 들어야 더 좋을 편곡. 음반으로 들을 때는 조금 루즈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때 형이 선택을 잘 해준 게 합주(데모)곡 때의 편곡을 따라간 곡이 3~4곡 정도 되었어요.

엄태현 : ‘늙은 꽃’, ‘그대로’, ‘언저리에서’

고창일 : 곡 마다 악기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치밀한 작업 계획이 뒷받침 되어야 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엄태현 :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 시간이 부족한 상태로 녹음을 시작했기 때문에 초반 3곡 2개월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아요.

심상명 : 반 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조차 모르겠어요. 형도 마찬가지였을 거고 저도 그렇고 정규를 준비 해 본 적이 없잖아요.

엄태현 : 앨범의 첫 번째 땡스투가 상명이인 이유가 있죠. 초반의 시행 착오들을 상명이가 붙어서 치밀한 계획으로 이어 놓지 못했다면 이 앨범은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심상명 : 멤버들의 분위기와 그날 그날에 따라 연주가 바뀌어요. 그리고 이를 딱히 약속하고 정리하거나 정해주는 역할이 없기 때문에 항상 발전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녹음할 때는 장점으로만 작용하지 않게 됩니다.

엄태현 : 생각해보니 항상 그런 식으로 작업해왔어요. 큰 흐름만 정하고 짜놓고 하고 싶은대로 해보자.

고창일 : 록밴드 같기도 하네요.

심상명 : 이것 좀 넣자 좋다 하자하자 이랬다가, 다음 합주가 되면 우리 뭐 했었지 막 이런 식이었어요. 그때까지는 제 역할이 그렇게 크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일동 : (일동 폭소)

 

 

풀무히... 풀밴드 오무히

고창일 : 생각해보니 폴립이랑 이글루는 이한철 선생님이 디렉터로 역할을 해주셨잖아요?

엄태현 : 남욱이형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죠.

고창일 : 디렉터께서 맡으셨던 역할도 좀 얘기해줄 수 있을까요?

 

오무히 「송곳」 앨범의 디렉터 역할을 맡아주신 최남욱 교수님

엄태현 : 최남욱 교수님. 남욱이 형님이 디렉터로 선정이 되셨는데 첫 녹음실에 오기로 하셨던 날 사실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고창일 : 일해라 절해라 하실 까봐? (웃음)

엄태현 : (이때 최민식 성대모사 비슷한걸 하기도 했다. 니임마~ 내가 느그서장이랑 마 ) 살짝 걱정을 했어요. 근데 정말, 너무나, 따뜻하게 짚어줄 부분 짚어 주시고 저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이렇게 저렇게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같이 

심상명 : 제안

엄태현 :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멋있는 어른이셨어요.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심상명 : 저희가 원래는 교수님 대표님으로 부르다가 친해지면서 지금은 형님으로 부르고 있는데 특히 프로듀서로서 저는 남욱이 형이 정말 너무 감사했어요.

고창일 : 작업에 있어서 최고의 우군을 만나셨군요  (웃음)

심상명 : 나만 너무 철두철미하고 목매달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무렵에 남욱이 형이 와주셔서 제게 많은 힘을 실어주셨죠.  (웃음)

엄태현 : 자기 앨범도 아닌데 (웃음)

고창일 : 원고 나오면 자를 부분 자르고 검토 드릴 거에요. (하지만 자르지 않았다고 한다 주)

엄태현 : 아니에요 이거 다 사실이에요  (웃음) 있는 대로 해야죠. 인정합니다. 

심상명 : 형한테도 다 한 얘기에요  (웃음)

 

방전 오무히 선생

엄태현 : 근데 변명하자면  (웃음) 네 변명이에요.  (웃음) 그때 5월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너무 힘들더라구요. 낯설고 힘들었어요. 정말 풀 타임으로 계속 서서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녹초가 되어 녹음실을 가서 작업을 하니까 일 도 적응이 덜된 상황에서 생소한 녹음실 환경에 여러모로 에너지가 부족했어요.

고창일 : 일자리를 소개해 주면서도 사실 그 부분을 걱정 많이 했어요. (엄태현은 주중 오전과 오후에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다.)

심상명 : 아 맞다. 그랬었죠.

고창일 : 그 전에도 안정적으로 수입이 있으면 일 안 하는 시간에 좀 더 집중해서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안도 했었고. 근데 막상 일을 하면서 사람이나 생각이 변하면 어떡하지, 일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가 약해지면, 그래서 오무히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면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심상명 : 아싸~ 보냈다  (웃음) 막 이래  (웃음)

엄태현 : 아싸~ 오무히 제끼자  (웃음) 

고창일 :  (웃음) 난 진짜 진지했다고 ㅜㅜ

엄태현 : 농담입니다. (웃음) 그때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낙하산으로 들어갔으니까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눈치가 너무 많이 보였고 뭐 하나 실수하면 벌벌 떨었어요. 또 육체노동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이전에 했던 편의점 알바는 야간이기도 했고 손님 오면 인사하고 계산하고 창고 정리가 다였는데, 까페는 정말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정말 3D더라구요. 아 무슨 얘기하다가. 아 그래서 제가 그때 정말 힘들었다. 신경 쓰지 못했다. 반성합니다.

심상명 : 어느 정도였냐면,

일동 :  (웃음) 끝난 줄 알았는데  (웃음)

심상명 : 그때 (태현)형은 별로 도움이 안되었고  (웃음) 남욱형님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남욱이 형이 생각하시는 게 저랑 정말 똑같았고, 제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했던 부분들을 남욱이형이 똑같이 생각하고 계시더라구요. 외로움이 사라졌습니다. 방향성이 같았어요. 

고창일 : 디렉터와 프로듀서가 합이 잘 맞는다는 것 또한 뮤지션에게 큰 행운이었겠군요. 

심상명 : 정말 많이 배려해주셨을 거에요. 저희 보다 훨씬 선배님이시고 정해진 디렉팅 시간보다도 몇십배는 와주셨을 거에요. 

 

심캐리 남캐리, 수많은 하드캐리가 만들어낸 오무히 첫 정규 앨범 「송곳」

심상명 : 그때부터 작업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기존까지 녹음 했던 세 곡의 편곡을 폐기하고, 아까 창일이형 말씀처럼 악기파트를 한 사람씩 모아서 제가 한 트랙씩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다 모아서 하면 시간도 부족하니까 제가 한 명씩 불러서 디렉팅하고 녹음을 하면 쌓아서 결과물을 태현이형한테 들려주면 형이 확인하고 컨펌하고 그런 식으로 작업이 체계가 잡혀갔던 게 9월 말에서 10월 초였을 거에요. 녹음의 거의 두 달이 그렇게 날아갔죠.

엄태현 : 6개월만에 끝냈다고? 기적이네 기적이야. 나 혼자 두 달을 까먹었다고? 미친놈이네

고창일 : (웃음) 이런 그가 용서가 되는 부분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웃음)

심상명 : 존경이 담겨있었어요. 지금도 그렇고. 제가 욕도 하고 잔소리도 하는데 존경이 담겨있지 않다면 사람이 미운 거잖아요.

 

 

사랑과 존경의 표정

 

---

 

 

 3. 앨범 수록 곡들에 대하여 

Track List

 

---

 

 

 

 1번 트랙 : 늙은 꽃  (타이틀 곡1) 

고창일 : 첫 번째 수록곡 “늙은 꽃”에 대해 좀 더 얘기해봐요. 앞서 땡여사님 얘기 하면서 조금 언급되긴 했지만 오무히 가장 초창기 때 땡여사 영입 이후 만들어진 최초의 자작곡이고, 밀양송전탑투쟁을 보고 받은 영감으로 만든 곡이라 들었습니다.

엄태현 : 초기 오무히의 정체성이 가장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곡도 가장 변화가 없었던 곡이기도 하구요. 이 곡은 그렇게 가고 싶었어요. 거칠고, 어떻게 보면 정제되지 않은 질감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싶었죠.
 
심상명 : 국악적인 느낌을 담고 싶었던 것도 있었죠.

 

---

 

 

 2번 트랙 : Satellite 

 

고창일 : 두 번째 수록곡인 ‘Satellite’은 싱글 발매 때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싱글에서는 미디소스와 신스 소리가 담겨있었는데 앨범에서는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심상명 : 제가 편곡적으로 의도했던 부분은 재즈바에서 쓸쓸하게 연주를 하는 느낌. 그래서 그랜드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젬베에 브러쉬 소리. 원래는 앰비언트 소리를 안 쓰려고 했어요. 들어보면 좀 기괴한 소리가 좀 많이 들리는데 처음에는 그걸 안 넣고 싶었거든요. 재즈바 느낌이었으면 했으니까 근데 형이 좀 더 송곳 같은 느낌이었음 좋겠다 했어요.

엄태현 :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가미되었으면 좋겠다 했어요.
 
고창일 :  ‘Satellite’은 어떻게 만들게 된 곡인가요?

수록곡 '세틀라이트'의 영감이 된 소설가 장강명의 '표백' 출처. 알라딘

 

엄태현 : 제가 소설가, 작가 장강명 씨의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데 ‘표백’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제 인생 소설 중 하나로 꼽는데 그 소설 중에 그런 구절이 나와요. 세상을 ‘Great Big White World’ 라고 표현하는데 이미 현대사회는 이미 하얀색으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을 칠하든 다시 하얀색으로 바뀔 수 밖에 없고, 그 어떤 것도 새로운 것도 진보하거나 나아지는 희망이 없는 세대다. 영웅이 죽은 세상이고 혁명이 일어날 수 없는 세상이라는 얘기가 담겨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좀 침체기도 했고 그래서 이를 곡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채지화 : 뭐랄까 저는 이 곡이 염세적이고 냉소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는 x같은 세상 다 바꿔야 해 이런 뾰족함이 있었는데 ‘Satellite’에서는 그게 좀 마모된 느낌이었어요.  

엄태현 : ‘늙은 꽃’을 짓고 증오와 분노에 차있던 시절 보다는 조금씩 하강하고 있던 시점이긴 했어요. 여전히 분노로 차있긴 했지만요. 실질적으로 제가 좀 무뎌 졌다고 생각하는 시기는 5번 트랙 ‘이런 게 외로움이구나’ 쯤이었어요. 서울에 올라가서 활동을 하고 고생을 하고 내려온 이후부터는 나이도 들었고 세상사라는 게 단면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다채롭고 복잡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 많이 지쳤고. 내가 뭔가 분노하고 움직이면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정말 힘든 일이구나. 

고창일 : ‘Satellite’ 첫 가사 안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잖아요.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I thought that I can chase my own star) 결국 나도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생각하는구나. (But now I'm chasing only the satellite) 

엄태현 : 나는 내가 나만의 별을 쫓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결국 인공위성이었구나. 일종의 절망이죠. 

 

---

 

 

 3번 트랙 : 언저리에서 

 

28세 당시 오무히의 '언저리에서'

고창일 : 또 한 곡씩 더 얘기해봐요. 빠지는 곡이 있으면 안되니까. 3번 트랙

심상명 : ‘언저리에서’ 데모 당시 보다 뭔가 더 발전적인 방향을 찾고 싶다는 고민을 했었어요. 고민 끝에 제가 제안을 했던 게 조를 떨어뜨려서 후반부에서 전조를 진행해보자는 거였습니다. 1절에는 기타와 보컬만 나와요. 형이 방구석에서 부르는 감정과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 태현이형 기타와 목소리만 나오도록 했어요. 중간 간주부터 세션이 나오기 시작하죠.

엄태현 : 이것도 언제쯤 쓴 곡인지는 기억이 잘 안나요. 26세 쯤에 썼던 것 같구요. 짓게 된 계기는 ‘신현희와 김루트’ 때문이었어요. 

신현희와 김루트

엄태현 : 시내에서 버스킹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몸도 안 좋았고. 돈도 거의 못 벌었죠. 집에 왔고 켜져 있는 티비에서 신현희와 김루트가 나오고 있었어요. 알고 지내던 친구들의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20대 후반이 되면 그래도 뭔가를 이루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아무것도 뭔가 없는 거에요. 그래가지고 그냥 슬펐던 것 같아요. 부럽고. 아 근데 이런 개인적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좀 그렇잖아요. 메타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조금 더 추상화 해서 다른 사람들도 20대와 30대의 사이에 있는 사람이 가사로 공감 할 수 있게끔 썼어요. 나만 이런걸 느끼지는 않을 거구요.

 

고창일 : (상명씨께) 1절과 2절의 질감을 다르게 가져갔던 건 기술적인 부분 말고 음악적 장치라고도 할 수 있었을까요? 가사에 담긴 내용을 극대화 하기 위한?

심상명 : 1절에서는 형 혼자 부르고 2절부터는 다른 세션들이 함께 나오니까 앞부분과 달리 형은 혼자가 아니다 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고창일 : 오올~ 근사하다 ㅋ 어찌 보면 상명씨가 곡 해석을 통해서 곡의 구성으로 태현이에게 대답을 한 셈이네요?

심상명: 악기가 하나씩 들어오면서 마지막에는 풀 세션이 함께 연주하는

고창일 : (태현이와) 함께한다?

심상명 : 형 뿐만 아니라 곡을 듣는 사람까지

고창일 : (엄태현에게) 상명씨 의도를 알고 있었어요?

엄태현 : 해석이니까요. 고조되는 효과를 주려 했던 건 알았어요.

채지화 : 헤매는 자의 쓸쓸한 불안감 압박감 같은 게 느껴지는데 지금은 어때요? 서른이 넘었고. 해소가 되었나요?

고창일 : 더 심해졌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엄태현 : 그럴 수도 있죠 ㅋ

심상명 : “헤매냐~~ 너희들 헤매냐~~”

일동 : (폭소)
  
엄태현 : 뒤에도 더 얘기 하겠지만 1번 트랙 ‘늙은 꽃’의 오무히와 ‘남조선 블루스’의 오무히는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 여전히 송곳 같다는 형용사로 묶일 순 있죠. 하지만 (시간과 나이 먹음에 따라) 좀 달라진 것 같아요. 해소는 되지 않았구요.

채자화 : 아직 헤매고 있다는 건가요? 

일동 : (폭소)

엄태현 : 그 헤매임에 대한 감정은 해소 될 수 없는 감정이에요.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니까요. 청년들이 방황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많잖아요. 이 나라에는

심상명 : 어느 정도 (현실을) 인정을 하게 된 것도 있을 거 같아요.

엄태현 : 맞아요. 납득을 하고 받아들였고 나쁘게 말하면 체념, 좋게 말하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채지화 : 묻고 싶었던 게 그런 체념들이 수록곡 대부분에 다 들어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체념이 들어간 건 형이 말하는 송곳 같은 음악이 아니지 않나

심상명 : 송곳 같다는 게 우리가 이걸로 막 찔러서 죽이고 이런 건 아니지 않나? (웃음)

 

아니래 명길아 (팬픽 임명길)

엄태현 : 사람을 찔러 죽이는 송곳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찔러서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거에요. 그 주제로 한 번 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어떤 선동이나 혁명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고창일 : 찔러 죽일 것 같으면 칼을 꺼내 들었겠죠. 송곳을 얘기하는 의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채지화씨의 질문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었네요. 오무히를 알고 있을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는 지점이겠지만 처음 오무히를 듣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오무히의 정체성을 알려줄 수 있는 질문 같습니다. 

엄태현 : 굉장히 중요하고 제가 알리고 싶어하는 지점입니다. 송곳과 송곳 같은 음악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송곳... 같은... 음악

 

 

 

---

 

 

 4번 트랙 : 나의 배역 

 

sofar sound 대구 라이브 영상 w/ 심상명, 출처 민님 유튜브 

고창일 : 저는 앨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곡을 딱 한 곡만 뽑아야 한다면 다음 얘기하게 될 ‘나의 배역’을 얘기할 것 같아요. 웬만해서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잘 없을텐데 제가 그랬습니다. (웃음)

엄태현 : 한예종을 졸업하시고 이름없는 극단들을 전전하시며 연극을 하셨던 마흔 살의 ‘김운하’ 님이 계시거든요.

수록곡 '나의 배역'에 모티브가 된 배우 김운하 님

엄태현 : 활동을 하시다가 생활고로 인한 질병의 악화로 고독사를 하셨거든요. 이 분의 사례를 계기로 대한민국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 기사가 나온 적이 있어요. 그 기사를 보고 너무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채지화 : 남 일 같지 않으니까?

엄태현 : 남 일 같지 않으니까요. 나도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분의 죽음을 추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사들도 제 노래들 중에서 특별히 더 슬프죠. 

심상명 : 형이 주는 가사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난 무대의 주인공은 바란 적도 없지만 내게 허락된 배역이 이렇게나 외로울 줄이야.” 예술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잖아요. 

고창일 : 누구나 자기 삶에 있어서 그렇죠. 개인이 시스템의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겠어요. 사실 저희 전복들의 가장 흥겨운 곡으로 알려진 ‘다가당’이라는 곡도 같은 주제의식으로 써진 곡 같아요. “이 노래를 들을 당신은 오늘은 당신이 주인공” 이라는 가사인데 사실상 반어적인 의미. 

엄태현 : 주인공이 아니니까

고창일 : 그렇죠. 씁쓸.

엄태현 : 아. 지화가 ‘나의 배역’에 영감을 준 부분이 있어요.“언제까지 얕은 상처에 깊게 빠져 살래” 라는 가사를 쓸 때 

고창일 : (채지화에게) 얕은 상처라는 게 무슨 뜻이었어요?

채지화 : 제가 그때 힘든 일이 있었는데 나한테만 힘들지 남들한테는 별 일 아니잖아요. 

엄태현 : 하지만 당사자는 잴 아프지

고창일 : 같은 의도로 쓴 가사가 맞나요?

엄태현 : 나를 아프게 했던 말들이 방에 가득 찼고 그 말들 중에 하나가 별 것 아닌 상처들 속에서 징징 짜고 있을 거냐 이런 의미로 말을 많이 하잖아요. 너 보다 힘든 사람 많아 열심히 살아야지 어? 자살이라는 말 뒤집으면 살자라는 말 알어 어? 이런 류의

 

 

낄낄

 

심상명 : 노~오~력

엄태현 : 노력을 해야지 정신 차려야지. 엄마 아빠 니 나이 재능과 열정 성공과 실패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꺼야?

고창일 : 어쩌면 예술가가 직접 하는 얘기보다는 그 예술가를 바라보는 화자(엄태현)이 화자에게 자기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네요.

심상명 : 그럴 수 있겠다.

엄태현 : 그런 말들이 실재로 있고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에게 하잖아요. 그런 말들이 상처를 준다는 생각에 지화씨의 얘기를 넣었어요.

채지화 : 가사 중에 마지막에 “담배를 털었네”도 나오잖아요. 담배 안 피면서 ㅋ

 

 

담배 안 핌

엄태현 : 야 그건 ㅋㅋ 메타포지 ㅋㅋ 담배는 안 피죠. 그분(연극배우 김운하)이 담배를 피시는지 아닌지는 모르죠. 근데 그 담뱃재를 터는 행위 자체가 주는 쓸쓸함이 있잖아요. 타서 없어지는. 

고창일 : 연극배우의 삶을 일종의 단편영화처럼 픽션처럼 만들고 이를 가사에 담은 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시각적 심상을 직접적으로 가사에 담지는 않았지만 뭔가 대사를 하고 그 모습을 관조하며 쓰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구요. 단편영화나 소설처럼.

심상명 : 저도 진지하게 형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배우님 말고 형은 정말 정말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은 거냐고 (“난 무대의 주인공은 바란 적도 없지만” 가사 중에서)

엄태현 : 물론 나도 (주인공이길) 바라고 있지 바라기도 하고. 

채지화 : 근데 왜 바라지 않는다 했어요?

엄태현 : (구박을 주며 ㅋ) 몰라 그게 더 슬프잖아. 당연히 주인공이고 싶으셨겠지. 좋은 학교 나와서 나이도 차고 활동하면 당연히 연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으셨겠지. 하지만 이름없는 극단의 이름없는 배우로 살면서 스스로가 주인공을 원한다고 얘기하며 살 수 있었을까?

심상명 : 일종의 체념에서 오는 얘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엄태현 : 김운하 배우님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 쓴 곡은 맞지만 오직 그분 만을 위해서 쓴 곡은 아니에요.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려운 예술가를 위해서. 혹은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을 좇는 사람들을 위해 쓴 곡입니다. 

심상명 : 나의 배역도 30분? 편곡에 긴 시간이 들지 않았어요. 자연스러웠어요. 구성이 끝나고 바로 녹음을 했어요. 

고창일 : 타이틀곡이 왜 이 곡(나의 배역)이 아니었어요? 개인적으론 그래서 좀 아쉽고 ㅋ

엄태현 : 오늘도 무사히의 시작과 끝. 알파이자 오메가가 각각 ‘늙은 꽃’과 ‘요즘 속담’ 이었어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믿었던 시기의 곡이 늙은 꽃이고, 남조선 블루스와 요즘 속담은 체념에 기반한 해학에 가까운 감정을 노래했죠. 그렇게 분노에 차 있었던 오무히가 나이 먹더니 철이 들었다.

철이 들고 있다

채지화 : 거의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네.

엄태현 : 응, 굳이 말한다면. 20대부터 32세까지의 제 인생. 시작이고 끝

 

 

---

 

 

 5번 트랙 : 이런 게 외로움이구나 

고창일 : 어떻게 본다면 다른 트랙과는 좀 다른 이질적인 트랙이라 생각한 곡이 ‘이런 게 외로움이구나’ 였습니다. 

심상명 : 그때부터 시작 되죠. 그의…

엄태현 : 변질이 (웃음)

 

송곳이 개그요소가 되어간다. 머리 위에 송곳. 빅나인고고클럽 서울상륙대작전 쇼케이스 공연 포스터 중

엄태현 : 어떻게 보면 가장 개인적인 감정의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지금까지의 송곳 같다는 표현으로 연결 한다면 연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며 쓴 곡인데 생각보다 진상을 많이 만나기도 했어요.  어느 날 어떤 할아버지가 와서 에너지드링크를 사고 돈을 던지는 거에요. 거리가 정말 손에 닿을 거리였는데 분명히 동전을 던졌어요. 

 

왕왕 있는 일인가보다. 위키트리 펌

엄태현 : 촥 하고 테이블 위에 동전이 던져졌는데, ‘아 나는 일 하고 있고 화를 내면 안되지’ 생각하고 웃으면서 얘기했어요. ‘아버님 왜 던지고 그러셔요.’ 하고 웃으며 얘기했는데 버럭 화를 내면서 욕을 시작하는 거에요. 내가 언제 던졌냐고 하면서…. 그런데 그때 뭔가 서럽고 쪽 팔렸던 게. 제가 그 말에 당차게 맞서서 쏘아붙이고 했던 게 아니고 ‘네 그렇죠’ 하고 저를 낮춘 거죠. 주섬주섬 동전을 줍고 계산대에 넣고. 슬펐어요. 그런 제 모습이. 나는 정말 갑을병정 중에 정 중에도 Z구나. 노동자계급?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하층에 있는 사람에 대한 노래일 수도 있겠죠.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 슬픔?

채지화 : 갑을병정 중에 정 중에서도 Z. 자본주의사회에서도 그나마 높은 존재가 아니라 

고창일 : 또 다른 정

엄태현 : 그래서 화가 나거나 하지 않았어요. 되려 슬펐습니다. 이 할아버지도 어디에선가는 갑질을 당하고 있겠지

 

 

 

고창일 : 앞서 언급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불가능해진 것은 정끼리의 균열과 반목이 심화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본가들이나 기득권들은 정 안에서의 균열을 원했습니다. 이전에는 싸워야 할 적이 쉽게 잘 보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거든요. 현대의 좌파 운동이 생명력을 잃어 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엄태현 : 저도 이제 더 이상 (저를) 좌파라고 말하진 않아요.

채지화 : 아 진짜?

고창일 : 저도 좌파라고 말하는 게 이제는 부끄러워요. 제대로 싸울 방향도 모르겠고 제도권의 혜택도 너무 많이 받고 있어서. 무튼 그렇습니다. 음악적인 얘기도 좀 더 해봐야죠? 이 곡 편곡도 재미있습니다.

엄태현 : 이 곡은 제가 애초에 모던록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구요.

고창일 : 엇 정말? 나는 상명씨가 먼저 제안했었을 것 같았는데.

심상명 : 연습하고 있을 때 제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긴 했어요. 

엄태현 : 맞다 맞다 그랬어요. 영화 ‘원스(Once)’에서 글랜 한사드(Glen Hansard)가 더블스토크하면서 노래하는 것처럼. 거 무슨 곡이냐

심상명 : ‘Say It To Me Now’

 

엄태현 : 맞다 머더퍼킹세이잇투미나우!! (글랜한사드처럼 발음했다 ㅋ)

일동 : ㅋㅋㅋ 폭소

엄태현 : 그게 너무 멋있어서 난 좀 지르고 드럼이랑 일렉기타가 나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친한 어떤 친구는 Coldplay의 Fix You 랑 닮았다고 (웃음)

고창일 : 난 레퍼런스가 거의 안 느껴졌는데 ㅋ 

엄태현 : 오 정말요?

고창일 : 아니 ㅋㅋ (농담) 그리고 솔직히 록 팀이면 다들 록 발라드 한 곡 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ㅋㅋ 전복들도 '낡은지도' 있음 ㅋ

일동 : ㅋㅋㅋ

고창일 : 픽스유는 좋은 (록발라드) 스텐다드죠 ㅋㅋ 저는 무튼 레퍼런스는 안 느껴지긴 했지만 되려 좀 더 담담하게 1절의 흐름을 가져가지 않았던 점이 혼자 부르는 모습을 본 제 입장이나 팬분들 입장에서는 가질 수 있는 아쉬움 아닐까 싶긴 했어요. 혹은 앨범이었기 때문에 해볼 수 있는 시도 같다는 생각도 했구요. 다양성에 대한 욕심?

심상명 : 밴드 사운드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채지화 : 저는 그 지점이 제일 바뀐 것 같아요. 활동 초창기의 형은 투쟁의 최전선에 서기를 주저 하지 않는 힘이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요즘 보면 잴 많이 하는 얘기가 ‘에이 어차피 안 돼~'

고창일 : 자조인데

엄태현 : 자조죠

고창일 : 저는 앞으로도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안 그래요? 계기가 생긴다던가. 물론 저는 오무히가, 태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날 선 오무히의 모습을 보고 싶은 팬심도 있긴 해요.

심상명 : 제가 봤을 땐 … 여자친구가 없어지면

일동 : (폭소)

엄태현 : 왜 그러시죠 (웃음) 저 연인이랑 행복합니다!

고창일 : 행복해 보여서 보기 넘나 좋아요. ^^

 

---

 

 

 6번 트랙 : 그대로 

 

 

일미톡 라이브

고창일 : (따라 부름) “하루를 넘기고 덜컹덜컹 거리는”  일 마치고 집에 오면서 쓴 곡인가요?

엄태현 : 죄송하지만 그것은 아니구요. (웃음) 물론 상상을 해서 쓴 가사기는 하지만 ㅋ 아 제가 판타지소설 덕후거든요. 홍정훈 작가님의 ‘아키 블레이드’라는 소설이 있어요. ㅋㅋ 제가 왜 부끄러워하느냐면, 제목이 좀 (웃음)

고창일 : 게임 제목 같고 (웃음)

엄태현 : 너무 딱 판타지스러운 제목이잖아요 (웃음) 근데 어쨌거나 좋은 소설입니다. 그 소설에 보면 나오는 구절이 있어요. “굳이 삶을 변명하지 않아도 돼” 라는 조연이 주연에게 얘기하는 장면인데 그 구절을 보고 와 닿아서 너는 있는 그대로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얘기를 곡에 담고 싶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데 너무 열심히만 살거나 성과를 뽑아내야 하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저를 포함해 곡을 들으실 분들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 주제로 확장이 되더라구요. 특히 성소수자나 장애인까지 뭔가 사회에서 이질적이고 배척 받고 구별 짓기를 당하는 그런 모든 분들. 존재가 지워지는 모든 존대들에 대한 노래기도 해요. 의미를 확장하면.

고창일 : 공감이라는 지점이 참 좋았어요. 삶을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사도. 그리고 한 편으로는 앨범 전반의 흐름으로 봤을 때는 자조나 관조의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엄태현 : (제가) 화자였는지 관찰자의 입장이었냐는 질문이죠? 

고창일 : 네

엄태현 : 둘 다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기도 했고, 그 전에 나부터 위로를 하고 싶었던 거죠. 어떤 예능 프로 영상을 봤는데 유재석이 애기한테 “훌륭한 사람 돼야지” 라고 얘기하니까 이효리가 “뭘 훌륭한 사람이 돼요. 뭐 안되어도 돼. 괜찮아.” 하고 핀잔을 주더라구요. 그게 되게 멋있었어요.    

찾아보니 유재석/이효리가 아니라 강호동/이효리 였다.

 
엄태현 : 비슷한 맥락으로, 뭔가 내가 큰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꿈을 잃어 버려도 괜찮고,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고, 거창한 꿈과 신념, 이상이 있어야 삶이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음악이 잘 안되니까 원래 가졌던 꿈도 흔들렸고 그래서 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 곡을 쓰기 시작했고 이야기를 확장하게 되었어요. 가까이로는 직장인들, 일상을 버텨내는 사람들로 확장이 되었고, 더 나가 LGBT,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확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화자 나중에는 관찰자.

고창일 : 나만 그렇지는 않구나 하는

엄태현 : 네 나만 그렇지는 않구나 

고창일 : 아름답네요 (웃음) 그 마음들이.

엄태현 : 패배주의라면 패배주의라고 할 수 있겠죠. 변혁에 대한 의지를 잃었으니까

고창일 : 난 암말도 안 했음여 갑자기 왜 (웃음)아 그 지점이 첫 인터뷰 후에 궁금하긴 했어요. 뾰족하고 빨갰던 오무히가 둥글고 회색이 되어가는 과정? 계기가 있었나요? 

엄태현 :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뭐랄까.. ‘아 이건 안돼 망했어’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진 않았어요. 점점 나이가 들고, 나이 들어감에 비해서 음악적 성취는 크진 않고,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노력하느냐 그것도 아니고, 주위 상황들, 주위 시국,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 나가고, 화력발전소에서 사람이 죽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 전후로 페미니즘과 여성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태동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은 고통 받고 있고 까발려지는 민낱들. 가장 최근에는 S모 연예인까지. 그런 것들을 보면서 어디까지 세상이 썩어 있고,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쌓여온 것 같습니다. 나는 작고, 나는 소시민이고, 나는 힘 없는 개인이고, 내가 뭔가 노래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너무 지난한 과정이고. 심지어는 존 레논도 죽어서야 바꿨는데. 바꿨나?

 

죽어서? 죽은후에?

고창일 : 존 레논도 자기가 바꾸고 싶어서 바꾼 건 아닐 것 같아요. 러브앤피스운동같은것도 어쩌면 후대에서 만들어 낸 말 같기도 하고.

엄태현 : 뭐든 좀 얻어 걸리는 것 아닐까 해요. (웃음)

고창일 : 앞서 음악을 시작한 계기에서 언급하긴 했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 대해서. 일개 교사로서 교육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교사로의 꿈을 포기했는데. 어쩌면 지금은 음악인으로도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벽을 느낀 셈 아닌가요? 음악인, 아티스트로의 동력도 점점 메말라 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어요.

엄태현 : 변화를 위한 시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요즘 곡을 잘 못쓰는 이유는 아주 간단해요. (현재까지 혹은 앞으로 나올 작품들에) 이미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어요. 변혁 의지를 담은 곡도 썼고, 슬픔과 비감, 위로와 공감, 자조와 체념에 기반한 해학 등 얼추 건드릴 수 있는 분야는 다 쓴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마음에 확 와 닿아서 쓰고 싶은 곡이 없는 거죠. 요즘 소개할 때 ‘송곳 같은 음악’ 이라는 표현을 잘 안 써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고창일 : 앞으로 작업할 두 장의 EP를 발매하려는 생각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까요? 일종의 정리 같은?

엄태현 : 두 EP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이거라도 잘 정리를 하고 마침표를 찍으면 뭔가가 나올까? 새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까? 하는 아주 작은 희망 같은 거에요. 근데 또 동시에 드는 생각은 내가 과연 삶을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 부끄러워요. 투쟁의 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직장과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렇게 까지 지치지 않아도 되는건데…

고창일 : 열심히 살았잖아요 (웃음) 누가 봐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 왔다 얘기 할 껄?

엄태현 : 잘 모르겠어요. 부끄럽지만 마음이 좀 늙었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은 그냥 잘하는 친구들 하는 것 보는 게 좋아요.

고창일 : 사실은 저도 그래요. 그래서 이거 (웹진) 하면서 님 같은 사람들 만나고 있잖아요. (웃음)

엄태현 : (웃음)

 

 

---

 

 7번 트랙 : 요즘 속담 (타이틀 곡2) 

고창일 : 자 7번 트랙 ‘요즘 속담’ 에 대한 얘기도 해봅시다. 내 최애곡

엄태현 :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죠.

고창일 : 편곡 부분에 많은 부분을 (상명씨에게) 일임을 했지만 그래도 꼭 이 곡에서 가져가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이런 저런 장치들이라던가

 

 

엄태현 : 기본 뼈대는 리듬과 멜로디 코드 가사일 텐데 이 넷은 바뀔 게 없어요. 편곡적인 측면에서 원곡과 크게 바뀌지는 않았기 때문에 원했던 방향으로 만들어졌어요. 저는 이 노래가 웃프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기본적으로 웃기잖아요. “부모님은 자꾸 내 커피값만 모아도 집 한 채는 거뜬히 사겠다 말씀하시지만”. 그렇게 웃기게 들었는데 진짜 현실은 씁쓸하잖아요. 기껏해야 전셋값. 뜯어보면 가사는 절망적이기 때문에 편곡을 통해 해학적인 부분을 부각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소리를 지르고 나레이션을 넣는 등의 장치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고창일 : 합창부분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나요?

엄태현 : 그러고 싶었는데 도저히 제가 컨트롤 할 자신이 없어서 ㅋ 7번 트랙. 작업의 거의 끝자락이기도 했고 엄청 힘들었죠.

고창일 : 그럼에도 뒤쪽으로 가면서 힘이 빠진다는 느낌이 안 드는 앨범이니 얼마나 다들 쥐어짜냈겠나 싶기도.

엄태현 : (멤버들에게) 고마웠죠.

고창일 : 제일 슬픈 부분 가사를 다 같이 합창을 하니까 저는 그 지점도 좀 묘했어요. 서늘했다 할까?

 

 

“희망을 갖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우린 엉거주춤 미래를 준비하다가 이따금씩 지금을 탕진하며 고요한 끝을 기다린다.”





엄태현 : . 지금 뭐 우리가 … 남은 건 죽음 밖에 없잖아요?

고창일 : 끝과 죽음에 대한

엄태현 : 네 그래서 끝 부분을 해학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웃어야지 어떡하겠어.

 

 

---

 

 8번 트랙 : 남조선 블루스 

 

앨범의 마지막 트랙 남조선블루스. sofar sound 대구 w/심상명

고창일 : 마지막 8번 트랙. ‘남조선 블루스’. 블루스, 블루스

엄태현 : 이게 순수한 블루스 코드가 아니다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일반 코드가 들어가기도 했고. 블루스 코드를 가미한 컨트리?

고창일 : 남조선이니까 ㅋ 

엄태현 : 남조선이니까 뭔가 빨간 노래를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왠지 블루스가 좋을 것 같고, 블루슨데 남한블루스 이러면 임팩트가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남조선 블루스!

고창일 : 그래서 남조센? ㅋㅋ 

엄태현 : 곡 전체가 끈적끈적하고 옛날 느낌이 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가믹싱때 믹싱 감독님인 이형우 감독님께서 두 가지 버전을 주셨어요. 릴테입 버전과 일반 버전이 있었는데 릴테입 버전이 훨씬 마음에 들더라구요. 빈티지하고. 그리고 뭔가 술집 같은 느낌이 나야 할 것 같더라구요. 

고창일 : (술잔을) 짠 하는 소리도 좀 들어가고 ㅋ

엄태현 : 그래서 실제로 술 먹으면서 녹음 하기도 했고. 중간에 나레이션도 넣고 싶었어요. 김대중씨 300/30 노래에 위트 있는 나레이션이 좋았고 그래서 곡 중간에 넋두리 같은걸 넣음 재미있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이런 저런 넋두리를 하고 그걸 상명이가 기깔 나게 편집을 했죠. 술집 소음도 작년에 영제너레이션 헤비 공연이 끝나고 헤비누나랑 공연진들이랑 무슨 대포집 뒷풀이 갔을 때 녹음기를 틀어넣고 그냥 뒀던 건데, 집에 갈 때 보니 녹음기가 계속 켜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썼죠. 

알고 보면 헤비 누나도 이 앨범에 참여

 

 

---

 

 4. 향후 활동계획 

 

고창일 : 아까 EP 얘기도 좀 하긴 했는데 향후 앨범과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좀 들어봤으면 해요.

엄태현 : 다음 발매할 앨범은 계절과 관련된 EP인데 네 곡을 수록할 예정입니다. 봄에 대한 곡은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는 나무에게 바람이 파도소리를 전해 들려주는 동화 같은 ‘나무이야기’, 여름에 대한 곡은 연주가 신나는 ‘갯벌’ (하지만 이별하고 쓴 슬픈 곡 ㅋ), 가을에 대한 곡은 ‘어둠이 강처럼 흐르는 밤’이라는 곡으로 랩과 미디를 활용해서 만들게 될 것 같아요. 

 

 

엄태현 : 그리고 겨울에 대한 곡은 '숲, 하얀' 이라는 제목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노래인데 주제는 어떤.. 상실에 관한 겁니다. 그 다음 EP로는 기형도 시인의 시 <빈집>에 멜로디와 코드를 붙인 '빈집'을 비롯해서, 문학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아서 쓴 노래들을 정리해서 발매할 생각입니다.

 

 

다음, 다다음 EP에 수록이 될 것으로 유력한 두 곡. 새로운 시도들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후 대구 로컬씬에 대한 생각들과 오랜 시간 동안 버스커로 활동했던 그의 버스킹 문화에 대한 얘기들도 들어봤습니다. 향후 버스킹 관련 특집기사 꼭지로 따로 다뤄보기 위해 인터뷰 지면에서는 생략했습니다만 요약하면 활동하는 로컬 아티스트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문화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나눴습니다. 심상명, 채지화씨와도 함께 얘기했던 버스킹 문화와 관련해서는 기관과 관객 모두 버스커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며, 버스커들은 스스로 아티스트로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주를 이뤘습니다.

 

---

 

 

 편집자 후기 

음악만 들었을 때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오무히를 가까이서 보면 거의 늘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혹은 방전되어 있거나ㅋ) 그 덕분에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넘쳐 나고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와 공연 뒷풀이를 가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일상을 보내다 보면 그가 열정 넘치는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자꾸 까먹게 됩니다. 

한편으로 그래서 더 아픕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만들어온 작품과 앞으로의 작품을 말할 때는 즐거움과 동시에 애잔함을 느끼게 됩니다. 쥐어 짜듯 일도 하고 곡도 써가며 음악을 만들고, 생존해가며, 예술을 하는 의미에 대해서, 뾰족한 송곳 같던 그가 그 앞에 놓여진 삶에 맞춰서 자조와 해학 말고는 딱히 자기 보호를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오무히의 새 앨범 「송곳」은 포크 장르 중에서는 최근 몇 년 안에 대구 로컬 씬 최고의 성취라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수작이지만 곡을 만들어 온 그의 삶은 마냥 행복만을 말하고 있진 않았습니다. 인터뷰 내내 웃고 떠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팠고 그래서 제게 엄태현은 좀 다른 의미의 아픈 송곳 같습니다. 앞으로 좀 더 홀가분한 작업을 통해 나올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며, 무엇보다 그가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변치 않고 뾰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빨갛고 뾰족한 채로도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세상의 그릇이 앞으로의 그와, 그의 친구들과, 그들의 활동에 함께 하길 기도해 보며 편집장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저 조차도 다 읽기 공포스러울만큼 긴 분량의 인터뷰를 끝까지 읽어 주신 독자님 존경합니다. 인터뷰의 소금이 되어주신 삼덕레코드 심상명 대표님, 채지화님 그리고 오무히. 마음 속의 얘기를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얘기들을 담을 수 있어서, 당신들의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

 오무히가 요즘 즐겨 듣고 있는 노래들!! 

 

- 본인이 하고 있는 포크 장르들 외에도 일렉트로니카 부터 해서 참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오무히가 추천하는 곡 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으시고, 그가 내린 커피 한 잔을 함께 하시며 그와 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 상상하며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시는건 어떨까요?

 

1. 92914 - Okinawa (오키나와)   : 분명히 가본 적 없는데 볕 좋은 오후에 오키나와 백사장에 앉아 있는 느낌  2. DAUGHTER - Youth   : (구)쟁이 같은 펍에서 대마 한대 피면서 들으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  3. 다린 - 니가 잠든 사이에 나는   : 들으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모든 면에서 훌륭한 음악  4. Fkj - Skyline   : 인간을 자라로 만드는 마법의 음악  5. Gregory Porter - Musical Genocide   : 중후한 보컬과 조화로운 연주가 선사하는 묵직한 재즈 펀치 한방  6. 권나무 - 이건 편협한 사고   : 가사 하나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음악  7. Jamie Cullum -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 헤진 정장 입은 젊은 음악가가 허름한 재즈바에서 와인과 담배 한 모금 하면서 부르는 느낌  8. Billie Marten - Heavy Weather   : 아침이라 부스스한 머리, 살짝 건조하고 잠긴 목소리로 창밖을 보며 부르는 느낌  9. 권나무 - 죽음은 무죄   :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서 자주 듣지 못하는 노래  10. 루시드 폴 - 레미제라블 Part 2   : 시대의 비극을 추모하는 아름다움

 

[LP리뷰] 오늘도 무사히 「송곳」

http://linktr.ee/big9gogoclub

빅나인고고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