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길을 가는 REAL 래퍼, 탐쓴(Tomsson) 인터뷰

[빅나인사람들 #13 - 탐쓴(Tomsson) 인터뷰]

 

 

 

▲ 래퍼 “탐쓴” 8월 12일, 인터뷰 장소 “넘버더스타즈”에서 찍은 사진. (사진: 서나연)

 

취재일 : 2019-08-12

취재장소 : 대구 앞산 카페 넘버더스타즈

인터뷰어 : 정희섭

인터뷰이 : 탐쓴

 

 

당신은 힙합(Hip Hop)이나 래퍼에 대해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부터 떠오르는가. 자신의 성공과 막대한 재산을 자랑하는 모습? 혹은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대상을 거친 언어로 공격하는 모습? 어쨌든 힙합이라면 누구나 쿨(cool)하고 강한, 그런 이미지를 주로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가장 내밀한 얘기를 꺼낸 래퍼가 있다. 올 7월에 정규 2집 앨범 “META FICTION”을 발매한 래퍼 “탐쓴(Tomsson)”의 이야기다. 래퍼가 이렇게까지 절절한 이야기를 한다고? 어떻게 보면 나약해 보일 수도 있는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현 한국 힙합 판에 존재하는 질 낮은 래퍼들을 향한 날선 언어도 놓치지 않았다. 나는 그 앨범을 들으며 왠지 이 래퍼가 “REAL”을 진지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이 래퍼와 함께 인터뷰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커지게 되었다.

 

필자와 탐쓴이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 래퍼 “비와이(BewhY)”의 신곡인 “가라사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둘 다 약속 시간보다 좀 더 일찍 도착했던 터라, 처음에는 조금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배경음악에 따라 우리의 첫 대화는 힙합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탐쓴은 그 전날 대명동 공연장 “클럽 헤비”에서 펼쳐진 “힙합트레인 20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하여, 뒷풀이까지 갔다고 얘기했다. 그곳에서 평소 굉장히 만나고 싶었던 “버벌진트(Verbal Jint)”를 만나,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왔노라고 얘기했다. 그 때의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마음이 말투에서 우러나왔다.

 

그는 본 웹진 “빅나인”에 관해서도 특유의 진중함으로 몇 가지 칭찬을 건넸다. 그의 말에서 본 웹진의 기사 몇 가지를 꽤 꼼꼼히 살펴본 흔적이 묻어나왔다. 아무래도 자신과 인터뷰를 할 매체라서 그런지, 꼼꼼히 알아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의 앨범에서 드러난 진중하고 솔직한 정서처럼, 그의 평소 성품도 그러하며, 그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 또한 마땅히 그러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대화가 진행되면서, 래퍼가 가져야 할 “근본”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가 추구하는 “근본”이란 무엇일까. 그가 추구하는 “REAL”이란 무엇일까. 탐쓴은 감사하게도 인터뷰에서 이것들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해주었다. 이제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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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정규 2집 “META FICTION”의 타이틀곡 “Nobody Know” 뮤직비디오

 

 

정희섭: 탐쓴의 음악 인생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음악을 언제 어떻게 시작했으며, 예명을 정하게 된 계기 등.

 

탐쓴: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따로 설명하기는 늘 어려워요. 어떤 특별한 계기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그래도 음악을 시작하도록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아무래도 제 누나였던 거 같아요.

 

친누나가 제가 초등학생 6학년 시절부터 “에미넴(Eminem)” 좋아하고 그랬거든요. 심지어 노래방에서 “Lose Yourself” 이 노래를 제게 불러주기도 했죠. 누나가 외고에 들어갈 만큼 영어를 잘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걸 듣다가 관심이 생겨서, 나도 이런 거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중학생 때부터 가사를 적기 시작했어요. 제 누나를 보면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음악 취향이 언제나 남들보다 앞서갔어요. 남들 힙합 안 들을 때 힙합 듣고, 힙합이 주류로 올라올 즈음에 또 다른 걸 듣더라고요. 제 누나가 음반 모으는 것도 좋아해서, 저도 누나 영향 받아서 음반을 모으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는 누나 영향으로 한국 힙합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지금은 힙합에 있어서 제가 누나보다 훨씬 음악적 지식이 풍부하게 되었죠. 다른 음악도 여러 가지로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 힙합이 가장 좋았어요.

 

탐쓴(Tomsson)이라는 예명은 총 이름에서 따왔어요. 제가 밀리터리 쪽에 관심이 많거든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연합군이 썼던 총이 “Thompson Submachine Gun(톰슨 기관단총)”이거든요. 그리고 영화 *“대부(The Godfather)”에서 나온 총도 전부 다 “톰슨 기관단총”이고요. “Tommy Gun(토미 건)”이라는 것도 이 총의 별명이에요. 입에도 착 달라붙고, 그 이름이 저라는 사람 그 자체 같다는 말도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 1972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작품.

 

정희섭: “M.T.A.T” 얘기를 좀 해볼게요. 탐쓴 씨가 현재 속하고 계신 대구의 힙합 크루인데, 이게 언제 어떻게 생긴 건가요?

 

탐쓴: 제가 1집 내고 나서 생긴 건데, 2017년 정도에 생겼어요. 제가 만들자고 얘기를 해서 만들었어요. 저처럼 음악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대구에서 함께 모이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참 없더라고요. 성향도 안 맞고요. 당시 “트리가(TRIGG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형을 만났는데요. 이분이 지금은 “데이오프(Dayoff)”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둘이서 크루를 만들기로 했는데, 둘만 갖고 크루라고 하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찾고 찾다가 비트메이커도 만나게 되었고, 프로듀서도 만나게 되었죠. 지금은 “안티미즈모(ANTI MIZMO)” 형이 리더로 있어요. 프로듀서 진에는 “권디엘”, 래퍼는 데이오프, 탐쓴, 이렇게 네 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정희섭: 탐쓴 씨가 하는 음악 활동에 *“M.T.A.T”가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나요?

 

탐쓴: 크루에 속해 있으니까, 서로 격려할 사람들이 있어서 힘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음악 활동을 주로 혼자서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회사도 안 들어가고 있고요. 제가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혼자서 일을 하는 게 편해요. 저희 크루 구성원들이 모두, 각자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언제 한 번 뭉쳐서 컴필레이션 앨범 내고, 그런 식으로 크루가 활동하죠. 저희는 크루로서 음악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어요. 저희는 저희가 가진 유명세와 관계없이, 묵묵하게 결과물을 내는 걸로 증명하는 크루거든요.

   

* M.T.A.T: 이름은 대구를 대표하는 산, 팔공산(八公山)에서 유래했다. 첫 글자 M과 T는 산(MounTain)에서 따왔고, 뒤에 A와 T는 80(八公, eighty, 에이티)와 AT(에이티)의 발음이 유사한 것에서 따왔다.

 

정희섭: 요즘 음악계 추세는 결과물을 내는 것보다는, 사람들 눈에 어떻게든 많이 뜨이려고 하는 게 우선 아닌가요?

 

탐쓴: 그렇죠. 관종이 돈을 버는 시대, 유튜버가 가수가 되는 시대인 거죠. 인기 유튜버라고 음원을 너무 쉽게 내주는 시장인 거 같아요. 곡이 좋으면 상관없는데, 곡이 좋지도 않은 게 대부분이고요. 해외 유튜버가 내는 음원들은 좋은 게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유튜버나 BJ들이 낸 음원치고 좋았던 게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유튜버로서의 인기 때문에 차트 점령하고, 공약 걸어서 하트 많이 받고, 그런 거 보기 안 좋거든요. 이런 면에서 저는 좀 꼰대 같은 면이 있는 거 같아요. 저의 질투이기도 하죠. 저는 직업으로서 진지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쉽게 음원 내고 그러면, 음악이 장난처럼 되는 거 같거든요. 이런 현상을 보고 있으면, 제가 가사 한 줄 적으려고 밤을 샜던 순간들이 무색해지는 거죠. 이런 발언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음악을 진지하게 업으로 삼는 사람이잖아요. 이런 의견도 낼 수 있어야 표현의 자유인 거죠. 제가 이런 것들을 안 좋게 생각하는데, 억지로 이런 걸 좋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 정규 2집 앨범 “META FICTION” 발매 기념 쇼케이스 포스터

 

 

정희섭: 정규 2집 앨범 “META FICTION”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탐쓴: 제가 알기론 래퍼로서 정규앨범을 내고 단독 콘서트 형식으로 쇼케이스를 여는 게, 대구에선 처음일 거예요. 지금까지 대구에서 이런 게 없었기 때문에, 내가 대구에서 이런 걸 한 번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한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이런 거 처음 봤다는 피드백이 저한테 왔을 땐 굉장히 뿌듯했죠. 제가 말로만 대구 래퍼가 아니라, 대구 래퍼로서 대구 음악계에 줄 하나는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이때까지 살면서 했던 공연 중에 가장 재밌었던 공연이었어요. 제 삶에서 가장 중압감이 많이 느껴졌고, 가장 숙제처럼 느껴지는 공연이라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죠. 내가 혼자해서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들 때, 소속사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럼에도 일단 무대에 올라가고 나서, 제가 의도한 대로 모든 게 흘러가니까, 제가 직접 기획한 공연이라서, 제가 가장 돋보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멋있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제일 잘 아네. 이렇게 느꼈죠. 단순히 즐기는 공연을 넘어서, 예술을 한 기분이었어요. 제가 그 때 앨범 수록곡 순서대로 공연을 짰었는데, 하나의 연극 같았거든요. 안 했으면 무서울 정도로 의미 깊은 공연이었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랩도 제가 살면서 올라선 무대 중에 가장 잘 했던 것 같아요. 이래서 단독공연을 꼭 해야 하는 거라고 느꼈죠. 기획의 재미를 느낀 거죠.

 

정희섭: 쇼케이스 장소 선정을 대구는 “클럽 헤비” 그리고 서울은 “어글리정션” 이렇게 잡으셨는데, 장소 선정에 어떤 사연이 있나요?

 

탐쓴: 당연히 있죠. “어글리정션”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발판 같은 곳이에요. 제게 있어선 그곳이 바로 “쇼미더머니”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제게 아무 것도 없었고, 믹스테이프 하나 있을 시절 얘기에요. 제가 평소에 “화나(FANA)”형을 너무 좋아해서, 제가 팬으로서 그 형에게 믹스테이프를 보낸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화나 형으로부터 무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답신이 왔더라고요. 저랑 일면식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어글리정션” 무대에 처음 서게 되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어글리정션”에 순위 시스템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무대에 올랐거든요. 1등, 2등, 3등, 그런 순위 시스템은 아니고요. “다시 보고 싶은 래퍼”에 뽑히면 다음 무대에 또 오르고, 그런 식의 시스템이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시 보고 싶은 래퍼”에 뽑혀서 결국 “어글리정션 장원전”이라는 무대까지 오르게 되었어요. 거기서 “매드클라운(Mad Clown)” 형도 만났고요. 제가 그분과 친해진 건 아니었지만, 화나, 매드클라운, 이런 잘 하는 래퍼들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제게 큰 자극이 되고 영감이 되었죠. “어글리정션”에서 잘 하는 래퍼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브레이(BRAY)”, “쿤디판다(Khundi Panda)”, “아날로그소년” 이런 사람들 다 거기서 만났죠.

 

 

 

▲ 2016년 1월 16일에 열린 “어글리정션 장원전” 포스터

 

 

무엇보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 중에, 제게 있어서 가장 귀인은 “캐쉬 노트(CASH NOTE)” 형이었어요. 제 정규 1집 전곡을 프로듀스 했던 분이거든요. 이번 정규 2집에도 참여하셨고요. 제가 어글리정션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면, 제 정규 1집은 없었던 거죠. 그 형이 “비트는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1집 한 번 내보자.” 그랬거든요. 그렇게 저의 평소 우상이었던 화나 형도 제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고요. 제가 어글리정션 무대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런 식으로 연결이 될 수 없었을 거예요.

 

“어글리정션”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역사적 의의도 크다고 생각해요. 거기가 언더 래퍼들을 위한 공간이거든요. 화나라는 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사비까지 다 털어서, 후배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거죠. 게다가 그들을 공짜로 무대에 세워주는 그런 곳이고요. 말로만 후배를 위하는 건 쉽잖아요. 그런데 화나 형은 그걸 행동으로 보여준 거죠. 저는 정말 화나 형이 만든 “어글리정션”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곳이 올해 문을 닫는대요.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화나 형 건강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서울 쇼케이스는 무조건 “어글리정션”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화나 형은 힙합을 떠나서 그냥 저에게 은인이에요.

 

그리고 *“클럽 헤비”는... 제가 따로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 대구 대명동에 위치한 공연장. 대구의 20년 전통 힙합 공연 시리즈 “힙합트레인”이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마이노스(MINOS)”가 초장기 멤버였으며, “이센스(E SENS)”도 이 무대에 섰다.

 

 

 

▲ 2019년 7월 20일 “어글리정션”에서 펼쳐진 “META FICTION 쇼케이스”에서 “화나”와 “탐쓴”이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팬이 찍은 폰카)

 

 

 

▲ 2019년 7월 20일 “어글리정션”에서 펼쳐진 “META FICTION 쇼케이스”에서 “화나”와 “탐쓴”이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김도균)

 

 

 

▲ 2019년 7월 20일 “어글리정션”에서 펼쳐진 “META FICTION 쇼케이스” 때 입구에 있던 화환. (사진: 김도균)

 

 

 

▲ 2019년 7월 13일 “클럽 헤비”에서 펼쳐진 “META FICTION 쇼케이스”에서 “탐쓴”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할리야드)

 

 

 

 

▲ 2019년 7월 13일 “클럽 헤비”에서 펼쳐진 “META FICTION 쇼케이스”에서 “화나”와 “탐쓴”이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김도균)

 

 

정희섭: 이번에 나온 신보 얘기 한 번 해볼게요. 앨범 제목 “META FICTION”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탐쓴: 이번 정규 2집은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었어요. 앨범 작업 진행하는 과정에서 엎을 뻔한 적도 많았고요. “화”, “뒷담화”, “T.I.I”, “장소만 다를 뿐”, “053 remix” 이런 트랙들은 지난 정규 1집에서도 다 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이걸 왜 또 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그런데 저는 결론을 내렸어요. 내가 그 때 느낀 감정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고 들끓고 있는데, 그걸 표출하지 않는 건 가짜잖아요. 저는 진짜가 되고 싶거든요. “진짜”가 뭐냐면, 이센스 씨가 “내일의 숙취(링크)”라는 프로그램에서 설명을 되게 잘 해주셨는데, 저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잘나거나 완벽한 사람보다는 저 자신을 잘 꺼내는 사람이고 싶거든요.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까 머리가 복잡해지는 거예요. 이 곡은 내는 게 맞나? 내지 말까? 이런 식으로 고민하다가 나온 곡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렇다면, 이전에 해 본 적은 없지만 새로운 스타일을 도입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잡았죠. 프로듀서도 원래 한 명이었다가 네 명으로 늘려보기도 하고, 이렇게 기존 방식과 다르게 나아감과 동시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제 3자 입장이 되어서 비평, 비판해보는 거죠.

 

신기하게도 이런 걸 뜻하는 용어가 딱 있는 거예요. 그게 “메타픽션”이었죠. 메타픽션이라는 용어도 남들이 짐작도 못할 방법으로 발견했어요. 제가 2집 작업을 하는 중이었어요. 저는 영화 보는 취미가 있는데, 호러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호러 영화 중에 *“나이트메어(Nightmare)” 시리즈가 있어요. “프레디(Freddy)”라는 살인마 나오는 그 영화 있잖아요. 제가 인터넷으로 그 영화 정보 검색하다 그 시리즈의 7편인 “뉴 나이트메어(Wes Craven's New Nightmare)”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는데요. 거기에 “메타픽션”이라는 단어가 딱 나오는 거예요. 저는 그전까지 메타픽션이라는 단어도 몰랐거든요. 거기 메타픽션이라는 단어가 클릭할 수 있게 파란색으로 되어 있었어요. 그걸 눌러 봤더니 그 메타픽션 단어 뜻이 나오더라고요. 그 단어를 알게 되고 벌떡 일어나서 “아, 이거다!” 싶었죠.

 

* 1984년,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 감독이 발표한 작품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호러 영화 시리즈.

 

사실 *메타픽션이라는 단어 자체가 개념이 어려워요. 말로 표현하는 게 힘들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단어의 그런 면까지도 좋았어요. 저의 이번 앨범은 말로 설명하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그래서 랩으로 표현한 거죠. 일각에서는 “메타 형이 참여해서 메타픽션이야?” 이렇게 일차원적으로 묻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전혀 아니고요. (웃음) 처음부터 그런 건 염두에 두지도 않았어요. “엠씨 메타” 형이 이 앨범을 굉장히 좋아하긴 해요. 본인 SNS에 리포스팅도 많이 해주시고요.

 

* 메타픽션(metafiction): 작가가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며 의심하고, 환상이나 상상을 가하는 등 글쓰기 행위에 대한 자의식이 드러나는 서술. (출처: 우리말샘)

 

 

 

▲ “META FICTION” 표지

 

 

정희섭: 제가 다른 곳에서 탐쓴 씨가 인터뷰한 걸 읽었는데, 거기서 “픽션 트릴로지”라고 하셨잖아요. 그 “픽션 트릴로지”라는 건 언제 기획하신 건가요?

 

탐쓴: 제가 1집을 냈을 때만 해도 “픽션 트릴로지”는 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2집 작업 중에 “메타픽션”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생각이 “픽션 트릴로지”까지 가게 되었죠. 2집이 “메타픽션”이라면, 그 다음에 할 얘기는 당연히 “논픽션(Non-fiction)”이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정규 2집에서도 1집에 비해 담백하고 솔직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을 텐데요. 정규 3집 “논픽션”에서는 2집보다도 훨씬 더 낭만을 빼고, 2집보다도 담백해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시게 될 거예요. 음악에 낭만이 완전히 빠질 수는 없겠지만요. 저는 저라는 사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뭔가 다른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거든요.

 

정희섭: 이번 신보를 보면, 정규 1집 “PULP FICTION”에 비해 많이 차분해지셨는데요.

 

탐쓴: 주변에서 그런 얘기 많이 하더라고요. 가사가 많이 차분해졌다고. 그런 것도 메타픽션의 일부에요. 제가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 건데, 그렇게 접근한 게 저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었어요. “1집에서 뭐가 부족했지?” 혹은 “1집에서 표현했던 것은 무엇이며, 2집에서 표현해야 할 것은 뭐지? 그만 표현하고 싶은 건 뭐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가사가 많이 바뀌었어요.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고요. 저도 가사 경향을 많이 바꾸려고 신경을 많이 썼죠. 앨범 아트를 검정과 파랑으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차분한 걸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정희섭: 가사뿐만 아니라 랩을 하는 톤도 많이 바뀌신 것 같아요.

 

탐쓴: 저는 사실 그런 걸 인지하지 못했는데, 제가 주변에서 그런 얘길 많이 들었어요. 듣는 사람이 편하도록 목소리가 낮아졌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1집은 그 때 당시만 할 수 있었던 저의 패기어린 모습이었죠. 제가 2집에선 차분해진 얘기들을 하는데, 1집처럼 그런 식으로 화를 내며 할 수는 없잖아요. 물론 2집에도 1집처럼 화내는 트랙들이 몇 개 있죠. 개인적으로 이런 게 1집의 답습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가사 측면에서 1집과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다고 여기기도 하거든요. 1집은 스킬을 보여주는데 집중했고요, 2집에서는 가사에 신경을 더 많이 쓴 거 같아요. 1집이 칼 들고 앞으로 뛰어가서 싸우는 느낌이라면, 2집은 저격수 같은 느낌이랄까요. 멀리서 정교하게 공격하는 그런 느낌이요.

 

 

 

▲ 이번 신보에서 차분해진 탐쓴의 목소리를 가장 잘 만나볼 수 있는 트랙 중 하나인 “The Time”

 

 

정희섭: 그럼 수록곡 얘기로 들어갈게요. 1번 트랙 “Paper, Money, Fun”을 볼게요. “I gotta get that paper. 잠시 나 이외 소리는 내려줘. 해줘 집중. 돈을 얘기 하는 것부터 시작해, 다음 차, 그 다음 집, 여자까지 그들의 절차 이룬 작사.” 이런 가사를 1번 트랙 처음부터 배치하셨잖아요. 앨범 처음부터 이런 가사를 배치하신 이유가 뭔가요?

 

탐쓴: 제가 계속 말씀드렸듯이,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1집과 다른 점이 뭘까, 계속 그걸 고찰했단 말이죠. 결국 그 고찰의 시작점이 그거였어요. “내가 뱉는 이유가 뭔데. 내가 2집을 만드는 이유가 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이 1번 트랙이에요. 영화의 첫 장면부터 마지막 부분을 미리 보여주는 거죠. 1번 트랙 “Paper, Money, Fun”은 저의 고민과 해결이 전부 다 들어있는 트랙이에요. 제가 이걸 시작한 동기는 정말 거창한 게 없어요. 미국 흑인들의 그것과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그냥 제게는 재미가 전부에요. “그래, 내겐 재미가 전부야. 오케이. 그럼 이제, 가자!”해서 전투하러 가는 게, 2번 트랙이죠. 2번 트랙 “Nobody Know”가 스토리상으로 가장 마지막 부분이에요. 아무도 내 길을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2번 트랙이 1집의 집약체거든요. 2번 트랙에서는 저만의 표현법을 정말 많이 썼어요. 사실 저는 1집에서 그런 걸 많이 했어요. “네가 이걸 이해하든 말든 상관없어.” 이런 태도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 2번 트랙에서 그런 게 나와요. 첫 번째 벌스(Verse)에서는 정말 저만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법을 많이 썼어요. “Jason Vs. Freddy's movie” 이런 건 정말 아는 사람들만 아는 건데, 이거 외에도 “Scene의 탄생? No church man. 무교 swag.” 이것도 “Scene”에 “신(神)”이라는 펀치라인을 넣은 것이고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난해하고 유치한 비유법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그 다음에 “내 back 뒤에 빽 하나 없고 단 M.T.A.T 해시태그.” 이런 것도 청각적 재미를 위한 장치고, 비유도 깊게 파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Nobody Know”인 거죠. 아무도 나의 이런 표현법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이렇게 간다는 거예요. 사실 제목인 “Nobody Know”도 문법에서 어긋난 말인데요. 사실 하나 하나 찾아보면서 고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었어요. “뭐 어때. 이 트랙에선 영어든 한글이든 하고 싶은 대로 지껄여보자.”

 

곡을 보면 중간에 여백들이 많은데요. 왜 그런 거냐면, 가사가 갈수록 선명해지는 걸 표현한 거예요. 첫 번째 벌스가 가장 알아듣기 힘들고요. “You see me gone”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벌스는 좀 더 선명해지고, “Take this now”로 시작하는 세 번째 벌스에서 제가 전하고 싶은 뜻이 가장 선명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글도 가장 짧고요. “결국 택한 건 내 각본.” 이러고 끝나는 거예요. 영화 *“파이트 클럽(Fight Club)”처럼 첫 장면부터 결말을 미리 보여주는 거죠. 그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거예요. 3번 트랙 제목이 “before 01 track”인 게 그래서 그런 거고요. 1번 트랙 전으로 되돌아가는 거죠. 그렇게 이야기가 처음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그래서 앨범아트를 보면 3번 트랙을 표현한 부분에 “time machine”이라고 적힌 게 있어요.

 

* 1999년,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작품.

 

정희섭: 이런 의도까지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탐쓴: 그렇죠. 앨범 단위로 듣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죠. 그래서 제가 사람들이 앨범 단위로 더 많이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 더욱 극단적으로 알 수 없도록 만들어둔 부분도 있어요. 사실 앨범 단위로 사람들이 많이 듣고, 앨범 단위로 창작이 과열되던 시절에는, 제가 만든 이런 장치들이 그렇게 독특한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앨범 단위 청취나 창작이 많이 줄어들다보니, 이런 장치들이 독특한 게 된 거 같아요. 저는 이번 앨범을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 1집에서 보컬 “UD”가 참여한 곡 “IF I DIE YOUNG”

 

 

정희섭: 2번 트랙에 보컬로 참여하신 “UD”라는 분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탐쓴: 제 고등학교 동창인데, 노래 잘 한다는 소문 듣고 직접 만나서 노래 들어보니까, 목소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걔 목소리를 참 좋아해요. 음악을 하는 애는 아닌데, 제 작업을 이전부터 많이 도와줬고요. 1집에도 같이 한 게 있고, 1집 작업 전부터 같이 했었죠.

 

정희섭: 2번 트랙 “Nobody Know”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는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탐쓴: 일단은 대구를 최대한 예쁘게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앞산순환로”부터 시작해서 촬영지가 전부 다 대구에요.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대구 내에 예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다녔죠. 제가 대구 MC니까, 대구의 전경을 보여주자, 그런 의도가 있었죠. 그런 대구의 전경도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요. “Nobody Know”라는 제목이 가진 의미가 참 많은 거 같아요. 은유가 많이 들어있는 거죠.

 

정희섭: 4번 트랙 “Shhh”, 5번 “The Time”, 6번 “낙서”는 이 앨범에서 스토리 측면으로 보면 첫 부분이잖아요. 이렇게 스토리 첫 부분부터 래퍼가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절절한 고백을 하셨는데, 이렇게 절절한 고백을 하시게 된 이유가 뭔가요?

 

탐쓴: 저는 제가 특이한 걸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힙합 곡 중에 그런 곡이 많거든요. 그 곡들에서 얘기하는 시절들을 떠올려 보면, 그 때 저는 정말로 그랬어요. 그 때 제 안에는 그런 감정들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그런 애기들을 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게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나온 거죠.

 

정희섭: “META FICTION”이라는 앨범 제목에 맞게 이런 곡이 나온 건가요?

 

탐쓴: 그 제목에 맞게 이런 곡들을 쓰진 않았어요. 그런 제목이 나오기 전에 쓴 곡들이거든요. 그 앨범 제목은 굉장히 나중에 나왔어요. 곡들 다 쓰고 나니까, 거기에 맞는 제목이 딱 나온 거죠. 저는 앨범 제목을 항상 마지막에 짓는 거 같아요. 1집 제목 “PULP FICTION”도 원래 그렇게 지으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요.

 

정희섭: 그럼 8번 트랙 “동대구역” 얘길 해볼게요. 서울에서 공연 많이 하셨잖아요. 그것 때문에 대구에서 서울로 자주 가신 거 같은데요.

 

탐쓴: 서울에 가는 건, 공연보다는 앨범 작업이나 사람 만나러 가는 게 많죠. 요즘 공연은 대구에서 더 많고요. 바뀌었어요. 예전엔 서울에서 공연이 더 많았거든요. 어글리정션이 많이 활기 있을 시절에 말이죠. 어글리정션에 활기가 많이 죽으면서 서울에서 공연도 많이 죽은 거 같아요. 제 음악적 동료들은 “M.T.A.T”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 있습니다.

 

 

 

▲ “META FICTION” 앨범 수록곡 “낙서”

 

 

정희섭: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구에 남아계시잖아요.

 

탐쓴: 일단 KTX가 굉장히 잘 되어 있고요. 제가 굳이 서울에 혼자 가서 Self-made하겠다고 싸우기가 싫었어요. 아르바이트하겠다고 시간 다 쓰게 되는 것도 싫고, 아르바이트 등에 쓸 에너지 아껴서 좋은 음악 만드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실도 대구에 좋은 곳 많은데, 굳이 서울까지 올라가서 살아야 하는 건가. 사실 저는 중학생 때만 하더라도, 서울에 올라가서 활동하는 게 제 꿈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올라가서 활동해 보니까, 서울에 살든 대구에 살든 제 음악 활동이 크게 바뀌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결심했죠. 가봤자 똑같네. 대신에, 서울에 가면 좋은 점은, 인적 자원이 너무나 풍부하고, 거기에서 얻는 영감도 많고, 작업도 잘 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건 이거예요. “그래, 내가 대구에서 서울로 왔다 갔다 하자.” 그래서 나온 곡이 “동대구역”이죠. 왔다 갔다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

 

정희섭: 9번 트랙 “화”, 10번 “뒷담화”, 11번 “T.I.I”는 이 앨범의 공격적인 트랙들이잖아요. 여기 보면 “너네”, “걔네”하면서 지칭하는 대상들이 있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요?

 

탐쓴: 이렇게 말하자면 상투적이지만 “Wack”이죠. 제가 생각하는 싫은 사람들의 기준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싸잡아서 까는 거죠. 어쨌든 우리가 힙합을 하면서 힙합의 근본이라는 게 있는데, 과거에 매몰되어 사는 것은 저도 반대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힙합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근본이라는 걸 멋있게 잘 가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우리가 서로 윈-윈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보면 그런 근본을 다 뽑아버리고, 근본에 대한 무지가 만연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제가 “뒷담화”라는 트랙에서 굉장히 강하게 말한 건데, 제가 좋아하는 래퍼들을 퇴물이니 뭐니 뒷담화하는 래퍼들을 제 주변에서 많이 봤어요. 그런 말들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게, 저는 너무 싫었어요. 이게 너희들이 말하는 리스펙(respect)이야? 이게 너희들이 말하는 순수함이야? 이런 생각들이 들었거든요.

 

저는 진지하지 않은 힙합이 싫어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같은 노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분의 행동과는 별개로, 저는 그분의 팬이거든요.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야 한다는 거죠. 힙합을 하는 그들의 태도는 분명히 진중했고, 거기에서 사랑이 싹 트고, 이걸 기반으로 존중이 생기는 건데, 저는 이게 멋있어서 힙합을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걸 저해하는 애들이 너무 싫은 거예요. 곡으로 다 표현하기 했지만, 한 번 더 말을 하자면, 뒤에선 수군거리며 욕하다가 앞뒤가 다른 행동을 하는 애들, 랩도 열심히 안 하면서 래퍼라는 직함만 취해서 여자나 꼬셔보려고 하는 애들, 이런 식으로 랩 한다고 까불면서 음악 판에 기생하는 애들이 너무 싫더라고요.

 

근본이 있으면서 거기에서 다양성이 생기면 좋은데, 마치 처음부터 근본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니까요. 한국 힙합이 원래 그렇지 않거든요. 근본이 처음부터 없었으면 몰라도, 근본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이 근본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면 얼마나 멋있을까 생각했죠. 과거 래퍼라고 무조건 치켜세우자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너무 쉽게 남용되는 “퇴물”이라는 단어, 심지어 네티즌뿐만 아니라 래퍼들도 그런 말 너무 쉽게 하니까. 래퍼들이 줏대가 없어요. 소신 있게 자기 안에 있는 소리를 내뱉는 게 아니라, 남들이 좋아할만한 말만 내뱉는 거죠. 제가 좋아했던 한국 힙합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근본이 없어지고 있잖아요. 물론 아직도 근본 지키면서 하는 사람들은 있어요. 그런데 내가 멋있다고 여겼던 음악 판을 점점 변질시키는 사람들이 분명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향해 욕을 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싫으니까요.

 

 

 

▲ “META FICTION” 앨범 수록곡 “T.I.I”

 

 

정희섭: 10번 트랙 “뒷담화”를 보면 “우탱 클랜(Wu-Tang Clan)” 느낌의 샘플링이 있던데요. 거기서 우탱 클랜을 조명하고 싶었던 이유가 뭔가요?

 

탐쓴: 제가 생각하는 “우탱 클랜”은 힙합 그 자체거든요. 힙합의 근본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정희섭: 11번 트랙 “T.I.I” 같이 하신 “본킴(BORN-KIM)” 이분 얘기 좀 해주세요.

 

탐쓴: 그분도 “어글리정션”에서 만났어요. 제가 무대에 오를 때 그분이 관객이었거든요. 제가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대구에 관한 랩을 하니까, 그게 인상 깊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다 “힙합트레인” 공연에서 그분을 다시 만났어요. 저는 그 때 그 공연에 관객으로 놀러갔었는데, 그분이 저를 보시더니 저를 기억하더라고요. 그분이 저한테 서울 오면 작업실 놀러오라고 하셨죠. 그래서 제가 진짜로 그분 작업실에 놀러갔어요. 그렇게 작업실에서 만나 서로 친구가 됐죠. 저는 원래 “본킴”이라는 래퍼에 대해서 “1세대 래퍼들 중에 시대를 앞선 스킬을 가진 래퍼”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1세대 래퍼”라는 상징성도 멋있었고요. “1세대 래퍼”면서도 “T.I.I” 같은 비트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딱 이분이었죠. 역시 킬링 벌스(killing verse)였어요. 원래 이분이 타이트하게 랩을 하는 분이신데 그렇게 느리게 랩을 하는데도 멋있더라고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습니다.

 

정희섭: 12번 트랙 “장소만 다를 뿐”에 참여하신 “만수(MAANSOO)” 이분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탐쓴: 서울에서 같이 공연하다가 알게 된 래퍼에요. 속으로 랩 참 잘하는 래퍼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분이 알고 보니 경상도 출신이더라고요. “장소만 다를 뿐”이라는 곡의 비트나 주제도 이분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저는 학교 얘길 하고, 만수 형은 정치판 얘길 하고, 제가 다시 제 3자 입장에서 풀어서 엮어버리죠. 그런 방식에 적합한 래퍼가 만수 형이기도 했고요. 원래 정치 발언도 거침없이 하는 분이거든요. 그런 게 멋있어요. 원래 이분이 정치에 관한 견해도 필터링 없이 뱉고, 수위 높은 가사도 많아요. 만수 형의 이런 모습들이 제 화를 표출하는 데, 좋은 장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저는 기본적으로 제 기준에서 랩 못하는 래퍼와는 절대 작업하지 않아요. 다시 말해서 제 기준에서 볼 때 랩을 정말 잘 해야 해요. 실력과 관계없이 친하다고 막 끼워주는 건 안 좋아해요.

 

정희섭: 그럼 13번 트랙 “053 remix” 얘길 해볼게요. 이건 정말 할 얘기가 많은 트랙인 거 같아요.

 

탐쓴: 저만의 대형 프로젝트였죠.

 

정희섭: 그 곡에 같이 참여한 “엠씨 메타(MC META)” 씨와 “마이노스(MINOS)” 씨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특히 엠씨 메타 씨는 1세대 레전드 래퍼시잖아요. 어글리정션 통해서 만나셨어요?

 

탐쓴: 엠씨 메타 형 같은 경우에는 어글리정션이 아니라, 제가 팬으로서 메일 보내면서 알게 된 거예요. 정말 순수하게 둘이서만 알게 되었고요. 그러다가 만남까지 이어졌어요. 마이노스 형은 어글리정션에서 만났죠. 제가 대구 출신이니까 굉장히 아껴주고 좋아하셨어요. 그러다 “053 remix”가 나온 거죠. 사실 오래 전부터 이렇게 셋이서 같이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형들한테 계속 얘기를 했거든요. 근데 이게 정말로 현실이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현실이 됐네요. 그런데 형들도 이런 걸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얘길 하더라고요. 제가 타이밍이 좋았죠. 원래 그 자리엔 “053 remix”가 아니라 “053” 원곡이 들어갈 예정이었어요.

 

 

 

▲ 원래 정규 2집에 수록될 예정이었다는  “053” 원곡

 

 

정희섭: 사투리 랩이 굉장히 신선하더라고요.

 

탐쓴: 메타 형이 근 8년 간 사투리 랩을 쓴 트랙이 없었는데, 그걸 제 작업을 위해 쓰신 거예요. 이게 저는 너무 고마웠죠. 사투리 랩이라는 게 엠씨 메타에게는 상징성이 엄청난 건데, 제 작업을 위해서 쓰신 거잖아요. 이번 “053 remix”에서 메타 형이 선보인 사투리 랩이, 이전 “무까끼하이”보다 훨씬 더 진화된 것이라고, 메타 형 본인이 그렇게 여기거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 사투리가 “트랩(Trap)” 박자와 잘 맞물린다고나 할까, 촌스러운 게 전혀 없었어요. 정말 괴물인 거 같아요.

 

정희섭: 랩에 사투리하자고 누가 처음 제안했나요?

 

탐쓴: 메타 형이 “053 remix” 얘기 처음 나올 때부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투리만 할 거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저는 메타 형이 그 말 하는 거 딱 듣자마자 “1절은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하고, 2절은 사투리로 전부 가야지.”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제 역할이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앞뒤를 이어주는 역할이랄까요. 저는 피처링을 쓸 때, 그 피처링을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해요. 나를 돋보이게 하려고 피처링을 쓰는 게 아니거든요. 그 곡에서도 저는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었죠. 그런데 이런 역할이 힘들어요. 제가 피처링을 돋보이게 하되, 제 랩이 지루하면 안 되니까, 적당히 하는 게 힘든 거죠. 너무 빠져도 안 되고, 너무 나서도 안 되니까요.

 

저는 마이노스 형과 메타 형 벌스를 각각 더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제가 띄워주려고 띄운 게 아니라, 띄워줄 수밖에 없는 벌스를 들고 왔더라고요. 재밌는 장치도 썼는데, 특히 메타 형이랑 술자리 가진 거 녹음한 걸 삽입한 게 그런 뜻이거든요. 3시간 녹음한 걸 5초 쓴 거긴 한데, 그래서 그게 “real shit”이 아니었나 싶어요. 자연스럽게 나온 상황들을 안에 넣은 거니까요.

 

정희섭: 마지막에 엠씨 메타 씨가 “남에 거 하지 말고, 네 거 해라. 어이? 탐쓴 맨츄로!” 하잖아요. 이 가사는 탐쓴 씨가 이렇게 써달라고 부탁한 거 아니죠?

 

탐쓴: 그건 정말 멋이 없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멋없는 짓 절대 안 합니다. (웃음) 저도 처음에 그 형이 그렇게 녹음한 거 받아 듣고 놀랐어요. 옆에 데이오프 형이 같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그 형이랑 같이 듣는데, 둘 다 “와 X발, X 됐다. 끝났네. 샤라웃! 샤라웃!” 그러고 난리 났어요.

 

정희섭: 그 다음 트랙 “message from compton city (skit)”을 보면 친구랑 전화한 걸 넣었더라고요. 이게 국제전화 녹음해서 넣은 거죠?

 

탐쓴: 그건 미국에 오랫동안 있던 제 친구가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녹음실에서 녹음한 거예요. 느낌만 저랑 통화하는 것처럼 낸 거죠. 일부러 통화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어요. 왜냐면 그걸 녹음하던 그 땐 얘가 내 곁에 있었지만, 1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얘랑 교류가 없었거든요. 심리적으로 그렇게 멀어진 거리를, 통화하는 느낌으로 표현한 거죠.

 

정희섭: 그 친구랑 많이 친했나 봐요. 그 친구가 캘리포니아로 간다고 그랬을 때 많이 슬프셨을 거 같아요.

 

탐쓴: 유치원생 때부터 알던 친구고요. 매일 그 친구랑 놀았어요. 그러다 그 친구가 미국 가고, 군 문제로 다시 한국에 돌아왔는데요. 그 때 그 친구가 녹음실에 와서 그 트랙을 녹음해준 거죠. 대본이 없었어요. 횡설수설하고 그런 게 있긴 한데, 그런 게 “real”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그 친구한테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아무 거나 해보라고, 갑자기 그렇게 시켰어요. 그런데 10년이라는 세월이 있어서 그런지, 이 친구가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긴 있었나봐요. 말을 잘 하더라고요. 제가 이걸 “053 remix” 다음에 넣은 이유도 그거에요. 이 친구가 이때 제게 해준 말들로 인해, 잃어버렸던 걸 다시 찾은 느낌이었거든요. 제가 그 전 트랙들에서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한 정당성을 찾은 거잖아요. 회의감이 왔다가 “이게 내 감정 그대로인데 왜 하면 안 돼? 나는 그냥 내 식대로 할래.” 이런 결론을 내렸으니까요.

 

정희섭: 저는 “053”이 전화번호라서 그 다음 트랙에 전화 녹음한 걸 넣었나 싶었어요.

 

탐쓴: 그렇게 해석해도 나쁘지 않네요. 집착을 하고 작품을 만들다보면 그런 행운 같은 우연들이 일어나는 거 같아요. 그런 연결점들이 자석처럼 끌어당겨지는 거죠.

 

 

 

▲ “펄프 픽션(Pulp Fiction , 1994)” 예고편

 

 

정희섭: 아! 얘기를 듣다 보니까 그 다음에 이어지는 트랙이 왜 “Quentin”인지 알겠어요. 이 노래가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를 위한 오마주인데, 이분이 탐쓴 씨의 롤 모델이잖아요.

 

탐쓴: 그렇죠.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내 길을 가겠다는 거죠.

 

정희섭: 언제부터 쿠엔틴 타란티노 덕후가 되셨나요?

 

탐쓴: 중학교 1학년, 혹은 2학년, 그 즈음? 힙합이랑 비슷하게 빠져들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그러고 보니 그랬군요.

 

정희섭: 힙합이랑 비슷하게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 빠진 게 의미가 깊겠네요.

 

탐쓴: 그러게요. 저는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 1992)” 먼저 봤어요. 원래부터 갱스터 영화 좋아했는데, 제목이 멋있어서 봤거든요. 그 다음에 “펄프 픽션(Pulp Fiction , 1994)” 봤고요. 그 사람 영화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그 사람 영화는 다 재밌어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 2009)”도 재밌고.

 

정희섭: 저는 원래 영화를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닌데 “무엇이 래퍼 탐쓴을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나.” 그게 궁금해서 “펄프 픽션” 한 번 봤거든요. 집에서 혼자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탐쓴: 그게 가능해요?

 

정희섭: 저는 혼자 살거든요.

 

탐쓴: 아, 진짜 좋았겠다. 그렇게 보면 딱 좋은 영화거든요.

 

정희섭: 그런데 참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스토리가 딱 그렇게 보기 좋은 영화잖아요.

 

탐쓴: 그게 참, 별 거 없는 데, 별 거 있어요. 뭔가 유치하지만 장황한 대사도 멋지고요. 계속 보게 만들잖아요.

 

정희섭: 자기만의 스타일이 딱 있더라고요. 그게 90년대 영화인데도 제가 그거랑 비슷한 영화를 한 번도 못 봤거든요.

 

탐쓴: 그 사람이 영화학과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잖아요.

 

정희섭: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 재밌어. 그게 진짜 멋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롤 모델인 건가요?

 

탐쓴: 그렇죠. 그 사람이 저에게 1집 이름을 줬잖아요.

 

정희섭: 16번 트랙 “반월당” 얘기 한 번 해볼게요. 이 곡은 애수가 남달라요. 이렇게 애수가 깊은 곡을 쓰게 된 건, 사연이 있을 거 같은데요.

 

탐쓴: 있죠. 제가 한 때 좀 방탕하게 살았던 적이 있거든요. 2집 작업 때문에 외로워서 그랬나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저의 오춘기였던 거 같아요. 제가 더 이상 위대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게 저를 짓눌렀거든요. 나는 작품을 남기고 싶은데, 내가 과연 그만한 위치에 있을까. 그런 회의감이 들었고요. 생계와 관련한 고민도 제 머리를 휘저었고요. 그래서 더욱 방탕해졌던 거 같아요. 그것들을 잊으려고 그랬죠.

 

내가 가야하는 길이, 왠지 내가 원하는 것처럼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도, 그래도 앞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 이게 참 잔인한 것이거든요. 다리가 잘릴 걸 알면서도, 다리가 잘린 상태로 앞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 그때 화나 형 생각이 나더라고요. 가사에 “술에 취한 듯이 with FANA KIM”이라는 게 1집에 있는 “RUM VIBE” 얘기거든요. 술에 취한 것처럼 힙합 문화를 향유하자는 그런 메시지를 담은 곡이었죠. 이 “반월당”이라는 곡은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담긴 곡이에요.

 

반월당은 대구 사람들이 시내에서 술을 진탕 먹거나, 클럽에서 밤새 놀았던 사람들이, 집에 갈 때 택시 타러 가는 장소거든요. 제가 방탕하게 살던 어느 날, 반월당에서 늦은 시간 택시를 타야했는데, 갑자기 택시가 타기 싫더라고요.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한 순간 모든 게 허무해졌어요. 그렇게 남산역에 있는 작업실까지 혼자 걸어갔죠. 그 경험을 살려서 곡을 썼어요. 그 이후로 저는 그렇게까지 방탕하게 살지는 않게 되었죠.

 

 

 

 

정희섭: 지금까지 쭉 얘기를 들어보니까, 트랙 배치를 참 잘 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탐쓴: 저는 앨범 작업을 할 때 늘 트랙 배치에 머리가 부수어지는 거 같아요. 트랙 배치가 제일 힘들어요. 원래 “I'M OK”를 15번 트랙에 넣을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마지막 트랙이 될 수밖에 없었죠.

 

정희섭: 여기 앨범아트 보면, 트랙의 흐름을 나타내는 곡선이 있잖아요. 이걸 보면 “반월당”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가, 곡선이 바닥을 치고 맨 위까지 상승하는데, 그 중간에 “I'M OK”가 있네요.

 

탐쓴: 맞아요. 그걸 표현한 거예요. 그리고 위로 올라가는 선 끝에 잘 보시면 빛도 있거든요. 처음 이 앨범 받으셨을 때 표지에 “OPEN”이라고 되어 있는 사진이 있었잖아요. 그게 이 앨범의 결론 부분이에요. 여기 사진들 보면 쭉 혼자 외롭게 있다가, 크루랑 결합을 하고 “OPEN”이잖아요. 난 괜찮다. 이제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걸 표현한 거죠. 결국 이 앨범의 결론은 “Nobody know. But I'M OK.” 이런 거죠.

 

이 앨범 아트 담당해주신 “갠지” 누나가 제 의도를 참 잘 표현해줬어요. 제가 앨범 콘셉트를 그 누나에게 자세히 설명을 했고, 그거대로 그 누나가 작업을 했거든요. 여기 보면 이 곡선도 다 그 누나가 손으로 직접 그린 건데 참 잘 그렸어요. 제가 색깔을 검정과 파랑으로 표현해달라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조화도 잘 되어 있고요.

 

정희섭: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탐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라면, 제가 1집 작업 때에 비해 돈을 더 많이 써서 만족하는 거 같아요. 1집 때는 지금만큼 음악으로 돈을 많이 벌지 못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많이 벌지는 않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못 벌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는 제가 음악으로 돈을 더 번만큼 투자를 꽤 했거든요. 그게 티가 나서 좋더라고요. 돈을 좀 더 쓰니까,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하는 데 제약이 적어졌죠. 앨범 자켓 품질부터, 앨범 제조 회사에, 트랙 수에, 믹스, 마스터까지, 그리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요. 하고 싶은 건 마음껏 질러버린 거 같아서요. 돈을 더 투자한 대로 훨씬 잘 나왔죠.

 

정희섭: 그렇다면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다음 앨범에서 개선하고 싶은 것이라면?

 

탐쓴: 그것 역시 돈이에요. 저는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돈 좀 더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쇼케이스도 서울, 대구, 이렇게 끝이 아니라, 서울, 대구, 대전, 부산, 전부 다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완벽해야겠죠. 연출도 조금 더 큰 무대에서 하면 좋겠고, 굿즈도 좀 더 체계적으로 더 해보고 싶고, 사이트도 만들고 싶고, 돈을 계속 더 쓰고 싶죠. 그런 욕심들이 있는 거 같아요. 결국 돈이죠. 더 쓰고 싶으면 더 벌어야죠. 저 자신을 표현하는 거야, 늘 제가 해오던 거니까요. 1집 때도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건 다 표현했어요. 그래서 여기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고요.

 

정희섭: 긴 시간 인터뷰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고요. 질문들에 성실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탐쓴: 저야말로, 제가 말을 길게 해서 인터뷰 하시는 분이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인터뷰 끝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터뷰어 “정희섭”과 “탐쓴”이 인터뷰 장소에서 찍은 사진 (사진: 서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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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 너의 달팽이관 #4] 탐쓴(Tomsson) 편

 

 

인터뷰어가 탐쓴과 가진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탐쓴이 직접 고른 곡들이 아니니, 이 점 유의바랍니다.

 

 

1. 버벌진트(Verbal Jint) - 1219 epiphany

 

탐쓴은 인터뷰 전날 버벌진트를 만났으며, 이것에 대해 인터뷰어에게 그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는 말투로 얘기했다. 탐쓴은 이 노래가 실린 앨범 “누명”을 자신의 음악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앨범 중 하나로 뽑기도 했다.

 

 

2. 에미넴(Eminem) - Lose Yourself

 

“친누나가 제가 초등학생 6학년 시절부터 에미넴 좋아하고 그랬거든요. 심지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제게 불러주기도 했죠.”

 

에미넴 주연 영화 “8 마일(8 Mile)” 주제곡. 영화는 이 노래를 통해 “2003년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의 권위 있는 저항문화 잡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에선 “에미넴의 50대 명곡” 중 4위로 이 노래를 뽑았다.

 

 

3. 화나(FANA) - Rhymonic Storm

 

“제가 평소에 화나 형을 너무 좋아해서, 제가 팬으로서 그 형에게 믹스테이프를 보낸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화나 형으로부터 무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답신이 왔더라고요. 저랑 일면식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어글리정션 무대에 처음 서게 되었어요. 화나 형은 힙합을 떠나서 그냥 저에게 은인이에요.”

 

화나는 더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해 국어사전을 세 번이나 독파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런 화나의 가사에 대한 열정이 잘 드러나는 곡. 힙합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라임(Rhyme)”을 극대화한 가사가 제목과 착 달라붙는다.

 

 

4. 이센스(E SENS) - Next Level

 

“진짜가 뭐냐면, 이센스 씨가 ‘내일의 숙취’라는 프로그램에서 설명을 되게 잘 해주셨는데, 저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잘나거나 완벽한 사람보다는 저 자신을 잘 꺼내는 사람이고 싶거든요.”

 

대구 인디 씬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면 가사 속 “클럽 헤비”라는 단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탐쓴과 함께 작업한 래퍼 셋, 마이노스, 엠씨 메타, 화나가 직접 언급되는 것도 재미 포인트. 이 노래가 실린 앨범 “The Anecdote”는 이 앨범이 나올 2015년 당시, 돈 자랑 가사로 넘쳐나던 한국 힙한 씬에서, 가장 내밀하고 솔직한 고백이 담긴 가사들을 내놓으며 극찬을 받았다. 이 앨범은 현재 한국 힙합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명반 중 하나로 칭송 받는다.

 

 

5. 우탱 클랜(Wu-Tang Clan) - C.R.E.A.M.

 

“제가 생각하는 우탱 클랜은 힙합 그 자체거든요. 힙합의 근본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우탱 클랜은 미국 힙합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노래는 흑인 빈민촌 “게토(Ghetto)”의 삶이 얼마나 잔인한지 드러내는 솔직한 가사를 담고 있다. 힙합 특유의 과격한 문화는 모두 이런 고달픈 게토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탱 클랜은 힙합 그 자체”라는 탐쓴의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6. 본킴(BORN KIM) - 개소리 (Feat. Dok2, Juvie Train)

 

“저는 원래 본킴이라는 래퍼에 대해서 1세대 래퍼들 중에 시대를 앞선 스킬을 가진 래퍼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1세대 래퍼라는 상징성도 멋있었고요. 1세대 래퍼면서도 ‘T.I.I’ 같은 비트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딱 이분이었죠.”

 

 

7. 만수(MAANSOO) - 연습벌레

 

“원래 이분이 정치에 관한 견해도 필터링 없이 뱉고, 수위 높은 가사도 많아요. 만수 형의 이런 모습들이 제 화를 표출하는 데, 좋은 장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저는 기본적으로 제 기준에서 랩 못하는 래퍼와는 절대 작업하지 않아요. 다시 말해서 제 기준에서 볼 때 랩을 정말 잘 해야 해요.”

 

 

8. 가리온(GARION) - 뿌리깊은 나무

 

“고깝게 보든 말든 내 뿌리가 깊은 나무는 안 떨어지니까, 절대 떡밥처럼. 보란 듯이 대구힙페 찍고 turn 난 다음 다음 단계로 가지 HIPHOP-TRAIN”

 

“053 remix”의 가사 중 탐쓴 벌스에서 언급된 노래. “053 remix”에 참여한 가리온의 멤버 엠씨 메타를 위한 가사처럼 보인다. 이 곡은 2004년 발매된 앨범 “GARION”에 수록되었으며, 이 앨범은 평론가 강일권으로부터 “한국적 힙합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 명반”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탐쓴 또한 이 앨범에 대한 깊은 존경을 드러냈다.

 

 

9. 마이노스(MINOS), 뉴올(Nuol) - Rap人間形 Pt.2

 

마이노스는 20년 전통의 대구 힙합 공연 시리즈 “힙합트레인”의 초창기를 이끈 인물이다. 이번 탐쓴 신보 수록곡 “053 remix”에 참여했다. 프로듀서 뉴올과 함께 만든 마이노스의 대표곡. 자신은 랩을 위해 태어났다 말하며, 랩에 대한 신념을 드러내는 가사가 돋보인다.

 

 

10. 엠씨 메타와 디제이 렉스(MC Meta & DJ Wreckx) - 무까끼하이 (Yes Yes Y'all)

 

인터뷰 중 “053 remix”의 사투리 랩 얘기를 하며 언급된 곡. 경상도 사투리 랩의 끝판을 보여준다. 2011년에 발표되었으며, 2019년에 SBS 드라마 “힙합왕 - 나스나길”의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리마스터 버전으로 재발매 되었다. “2012년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노래”를 수상했다.

 

 

11. 탐쓴(Tomsson) – RUM VIBE (Feat. 화나)

 

“무엇보다 어글리정션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제게 있어서 가장 귀인은 ‘캐쉬 노트’ 형이었어요. 제 정규 1집 전곡을 프로듀스 했던 분이거든요. 이번 정규 2집에도 참여하셨고요. 제가 어글리정션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면, 제 정규 1집은 없었던 거죠. 그 형이 ‘비트는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1집 한 번 내보자.’ 그랬거든요. 그렇게 저의 평소 우상이었던 화나 형도 제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고요.

 

‘반월당’이라는 곡은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담긴 곡이에요. 내가 가야하는 길이, 왠지 내가 원하는 것처럼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도, 그래도 앞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 이게 참 잔인한 것이거든요. 다리가 잘릴 걸 알면서도, 다리가 잘린 상태로 앞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 그때 화나 형 생각이 나더라고요. 가사에 ‘술에 취한 듯이 with FANA KIM’이라는 게 1집에 있는 ‘RUM VIBE’ 얘기거든요. 술에 취한 것처럼 힙합 문화를 향유하자는 그런 메시지를 담은 곡이었죠.”

 

 

12. 김윤아 - Going Home

 

탐쓴은 가장 좋아하는 보컬로 김윤아를 뽑는데, 이 또한 누나의 영향이었노라고, 인터뷰 도중에 짧게 밝혔다. 김윤아가 자신의 동생이 범죄를 당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그를 위로하기 위해 이 곡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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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쓴 정규 2집 앨범 “META FICTION” 빅나인 리뷰 (링크)

http://linktr.ee/big9gogo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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