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로 골목에 위치한 더폴락을 남깁니다-독립서점 <더폴락> 인터뷰

2019. 9. 2. 01:42BIG9_PEOPLE_INSIDE


인터뷰어 : 서나연, 조은별, 채지화

인터뷰이 : 최성, 김인혜

촬영, 편집: 서나연


인혜: 처음에 대학 동기 다섯 명이 아지트를 만들어보자, 뭐부터 할까 하다가 시작한 게 더폴락이었어요. 인디음악을 좋아해서 공연기획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던 친구, 소규모 영화제를 기획해보자 하던 친구, 책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고...

 

: 그것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게 서점이었어요. 다양한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고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독립 출판에도 관심이 많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연계해서 활동을 하게 된 거죠.

 

나연: ‘책방 주인을 인터뷰한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되게 다양한 활동들을 하시네요.

 

 

밖이 환히 보이는 <더폴락> 내부.

 

 

 

은별: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시작하셨죠?

 

: . 만약에 회사를 안 다녔으면 서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요. 일 하기 싫으니까 딴 생각을 자꾸 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죠.

 

인혜: 회사를 다니면 답답하고, 재미없고 소진된 느낌이 들잖아요. 폴락이 처음에는 우리에게 정말 숨통 같은, 회사 이외의 재미있는 거리가 되어줬죠.

 

지화: 지금은 전업으로 하고 계신 거죠?

 

: . 세 명이 빠지고 둘이 되면서 전업으로 넘어오게 됐어요.

 

나연: 결정에 고민도 있으셨겠네요.

 

인혜: 그렇죠. 뭐가 자연스럽게 맞물리기는 했어요. 성이도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저 같은 경우에도 회사하고 트러블이 있는 상태였어요. 고민하던 중에 사장하고 면담을 했는데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고요. 회사에서 연봉을 배로 쳐준다고 했으면 더 다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은별: ‘서점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가 주된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인혜: 맞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돈이 많이 안 되는 일도 무작정 받아서 했어요. 예산이 엄청 적은 것도 예, 할게요. 그러다 보니까 초반에 소진이 많이 됐죠. 에너지도 많이 달리고... 일 년정도 그렇게 하고는 골라서 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됐어요. 그런 식의 변화들은 매년 있어왔죠.

 

나연: 폴락을 몇 년째 운영하고 계신 거예요?

 

 

<더폴락> 입구로 들어서면 책방 일정이 붙어있다. 취재했던 19년 8월에는 대구 독립영화 전시가 열리는 중이었다.

 

: 7이 됐어요.

 

나연: 참 다양한 활동들이 많았겠어요.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 서점이니까 기본적으로 서적, 음반 등 다양한 컨텐츠를 선별해서 판매하고요. 이번에 쉬긴 했지만 좋아하는 책과 영화 등을 나누는 클럽활동을 몇 년 간 운영했고,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폴락이다라는 공연도 있어요. 토크가 포함된 콘서트죠. 그리고 일 년에 한번씩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출판 페스티벌을 열어요. 직접 진행하는 행사 중 가장 큰 행사고요. 제작자 3~40팀이 참가하는 북마켓과 저자토크, 백일장, 공연, 전시 등의 프로그램이 이틀에 걸쳐 열립니다. 최근에는 대구의 뮤직펍 공간을 인터뷰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기도 해요.

 

나연: 출판도 하시나요?

 

인혜: . 성이가 말한 뮤직펍 인터뷰도 곧 출판이 될 예정이고요, 전에 북성로맵시라는 책을 작업했고, 기획한 앨범도 두 장 있어요. 최근에 낸 건 기탁X기택의 우리네EP. 기택 씨는 태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독립출판 시인이고, 기탁 씨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싱어송라이터에요. 태재 씨의 시로 기탁 씨가 만들고 부른 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대명동에 있을 때는 엠비언트 음악을 하는 시마킴과, 아메리칸그린이라고 일본에서 드림팝 하시는 분 있거든요. 두 분 콜라보 앨범의 한국판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은별: 「폴락이다」섭외는 어떤 기준으로 하시나요?

 

: 저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죠. 몇 년 전엔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목표 같은 걸 물어보면 누구 섭외하는 거라고 할 정도로 사심으로 섭외하고 있어요.

 

지화: 폴락의 운영에 재미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네요.

 

책과 독립출판물을 파는 최초의 공간에서 2층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곳은 이렇게 생겼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다. (내려가보지는 못했다.)

 

: . 이 사회에 어떤 공간이 되겠다, 대구에 어떤 문화적인 영향을 끼치겠다기보다는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제일 커요. 좋아하는 걸 했을 때 좋아해 주시면 좋은 것.

 

나연: 취향적인 부분에서는 잘 맞으세요? 의견 충돌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으신지.

 

인혜: 좀 더 좋아하는 게 있는 거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음악을 싫어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방향성이 비슷하죠. 정 다른 사람이 관심이 없으면 한 명이 주체적으로 진행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 주의라서, 책방의 컨셉이랑 전혀 안 맞는 터무니없는 걸 하지는 않으니까요.

 

나연: 폴락의 색깔, 취향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요?

 

: 뭐라고는 설명하기는 좀 어렵네요. 선택할 때마다 우리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고요. , 저희의 성격하고 맞는 것들이죠. 독립출판 같은 것. 인디 같은 것.

 

북성로에 위치한 <더폴락>. 오후까지 비가 내리다가 갠 날이었다.

 

나연: 폴락이 이사를 앞두고 있어요. 이전에 대명동에서 북성로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고요. 공간에 따라서 제약이나 영향을 받는 게 있는지 궁금해요.

 

: 공간의 규모에 따라서 여기서 할 수 있느냐 대관이 필요하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딱히 공간에 따른 제약은 없는 것 같아요. 북토크를 하더라도 공간이 작으면 사람을 조금 초대하면 되고, 크면 더 큰 규모의 행사를 하면 되고, 그런 개념이죠.

 

인혜: 대명동에서 북성로 공간으로 넘어오면서 편리했던 것은 클럽활동을 이 층에서 할 수 있고, 옥상이 있어서 파티를 하기에 편리하고, 전시 공간이 있었고... 확실히 우리 공간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면 좋긴 좋죠. 대관을 할 때에는 애로사항이 많았거든요. 아무래도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어쨌든 좁아도 못하는 건 아니고 규모를 줄여서 하면 되는 거라서, 하는 게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더폴락> 내부.

 

지화: 제작의 주체가 되면 다양한 고민이 생길 것 같아요.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입장이지는 않은가요?

 

: 그런 면이 있죠. 「폴락이다」삼 년쯤 쉬게 되었던 이유도, 좋아하는 뮤지션은 많은데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을 불렀을 때 과연 몇 명이 올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 거예요. 초창기에는 오히려 아무 것도 몰라서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것. 열정이라는 것이 많았는데 많이 해오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괜히 해서 민폐가 되는 게 아닐까.

 

은별: 온전한 취향과 리스크 사이에서의 고민이네요.

 

나연: 판단하기에 애매한 상황도 있을 것 같아요. 가지고 계신 선택의 기준이 있을까요?

 

: 기본적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하고, 재미가 없거나 우리가 감당할 수 없으면 안 하는. 물론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해서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으면 하는 방향으로 하죠.

 

인혜: 예산이 엄청 적은 일을 받아 가면서 우리가 소진되어 갈 때 정했던 룰이에요. 돈을 합당하게 벌 수 있거나, 아니면 그냥 재밌거나. 그러면 하자.

 

은별: 맞아요. 저희 빅나인도 지속가능성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니까요. 일단 먹고 살아야 하는 게 맞고.

 

인혜: . 큰 수익은 못 벌더라도 내가 소진되지 않을 정도의 대가는 있어야 지속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자본주의에 물든 것 같을 수도 있겠지만 재미와 열정만으로는 오래 가기 힘들더라고요.

 

: 뮤직펍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꼈어요. 20년이나 유지한 장소를 보면 적정선을 찾아서 운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길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오래 하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오래 버티고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우리에게 맞는 합의점이 필요한 것 같아요.

 

<더폴락>이 위치한 북성로를 걷다가.

 

나연: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이 사람의 합만은 아닌 것 같아요. 공간을 드나드는 사람이건 공간에 상주하는 사람이건 보이지 않는 리듬이 합쳐져서 공간이 형성되잖아요. 컨트롤 할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한달까.

 

: 그렇죠. 이번에 뮤직펍 인터뷰를 해보니까 생각보다 음악을 신경 쓰지 않고 오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도 그런 것 같아요.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도 올려야 하고 하니까. 그게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어쨌든 사람이 많이 오면 좋은 것 같아요.

 

인혜: 단골손님들이나 모임 등으로 가깝게 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주인의 선호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지화: 저는 책방 투어 참여 후에 더폴락을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술을 마시거나 필요한 것을 소비하기 위해서 찾는 공간의 역할을 넘어서서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나도 여기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 공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인혜: . 처음에 클럽활동을 시작한 것도 취향 공동체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고 싶어서였거든요.

 

은별: 동의해요. 가까운 친구들과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서 시작한 폴락이 이제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생각해요.

 

: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죠. 여러 활동을 하면서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큰 책임감을 가지고 한 건 아니라서 저희의 일정이나 컨디션을 고려해서 하게 되는데, 그게 조금은 고민이에요. 올해 상반기 클럽활동도 저희가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고 모임의 필요성이 줄어들다 보니 쉬게 되었는데, 언제 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셔서 죄송했어요.

 

나연: 그렇군요. 그래도 언제고 다시 뭉칠 수 있고, 뭉칠 필요가 생기니까요.

 

 

<더폴락> 외부.

 

은별: 앞으로 새롭게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으세요?

인혜: 이사를 하면 음료와 맥주 판매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책도 꾸준히 제작하고 싶고요.

 

: 간단한 굿즈 제작이요. 굿즈를 몇 개 만들었는데 저희가 만든 걸 사 주시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책방을 모티브로 제작하니까 아예 다른 사람 그림을 가져와서 파는 거랑은 느낌이 달라서 좋았어요. 저희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도 있어요. (웃음) 괜히 저라고 밝히면 사는 걸 번복하실까봐 소심해서 말하진 않는데, 참 좋더라고요.

 

 

최성, 김인혜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 한 장은 입고 계셨는지 옷걸이가 비어있다.

 

지화: 폴락에게 로컬, 대구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어요.

 

인혜: 살면서 부대끼는 공간이죠. 그러니까 애정도 있는 거고요. 좋아하는 공간, 여러 추억이 깃든 곳곳들, 학창 시절을 보낸 곳

 

: 대구를 너무 사랑해서 무조건 대구에서 해야 한다, 대구에 사는 아티스트를 섭외해야한다 같은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서울에 있는 뮤지션보다 더 정이 가는 건 있어요. 지역이 좁다 보니까 다 친하고 그렇잖아요. ‘인디한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갑자기 잘되기는 어렵고 그래서 여러 가지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뭉쳐서 으쌰으쌰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인혜: 맞아요. 공연을 만드는 분들이나 출판 제작자들과 작업을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쳐지다가 위로가 되고 힘이 생기기도 해요. 최근에 뮤직펍 공간을 인터뷰하면서도 느꼈지만 종목은 다르더라도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있고, 마음을 새로 가다듬는 면도 있고요.

 

나연: 삼 년 후의 폴락은 어떤 모습일까요?

 

: 글쎄요. 지금이랑 비슷할 것 같은데요? 십주년이니까 십 주년 기념 굿즈 제작. 십 주년 기획 공연. 뭐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요.

 

은별: 어떠세요? 그냥, 지금까지 쭉 해오신 것들 보시면.

 

인혜: 그냥 그런 생각 해요. 서점하길 잘했다.

 

 

 


 

 

 

 

 

 


 

 

<더폴락> 공식 인스타그램

 

 


 

  • 프로필사진
    다홍2019.09.05 21:56

    폴락에 가고 싶어지는 인터뷰네요 :)
    폴락이다 공연에 갔었는데 공간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와서 자리가 협소했지만 그 협소한 공간까지도 좋아지는 경험이었어요.

    • 프로필사진
      나연2019.09.06 13:46

      협소한 공간까지도 좋아지는 경험! 폴락은 분명 한정된 틀을 자유의 공간으로 해석할 줄 아는, 개인으로 하여금 보다 많은 시야를 이끌어내게 하는 공간이에요.
      폴락에 가고 싶어지는 인터뷰라니, 더 바랄 것 없는 감상 코멘트네요. 다홍 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