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하지 않는 정체성- 김빛옥민 인터뷰

 

[빅나인 사람들] 김빛옥민 인터뷰

• 취재일 : 2019-12-12
• 장소 : 온정커피
• 인터뷰어 : 고창일, 조은별 (이하 빅나인)
• 인터뷰이 : 김빛옥민, 서본두(앨범 매니지먼트, 제작도움 | executive produ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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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앨범 발매와 소감

빅나인 : 발매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어제부터 정규 1집 유통이 시작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빛옥민 : 앨범 발매하고 아직 사람을 안 만났거든요.(웃음) 지금 이 인터뷰가 처음인데. 기분이 굉장히 달라졌다던가 하진 않고.. 별 생각 없어요.

 

빅나인 : 주변 반응은 엄청 좋던데요. 다들 난리가 났어요. 저희는 지금 세월이 느껴지는 게… 꼭 타임워프한 것만 같아요. 빅나인 웹진 첫 인터뷰가 <옥민과 땡여사> 였죠.

 

2019/02/13 - [PEOPLE_INSIDE] - [빅나인 사람들] 옥민과 땡여사, 김빛옥민 인터뷰

[빅나인 사람들] 옥민과 땡여사, 김빛옥민 인터뷰

그 때 <옥민과 땡여사>(이하 <옥땡>)가 시한부 프로젝트고, 나름의 성공을 거둔 활동이고 더 지속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과감하게 접고 개인 음반을 준비한다는 이야기 듣고 굉장히 놀랐었고. 시간이 흘러흘러 그 음반이 드디어 나왔군요.

 

김빛옥민 : 맞아요. 그 인터뷰 올해 했던 것 아닌가요? 와… 1년도 안 됐네. 신기하다.

 

빅나인 : 그 동안 공연도 행사 등에서만 감질나게 하셨는데 드디어 이렇게 뵈니까 너무 좋아요.

 

김빛옥민 : 사실 저는 순서가 바뀐거라서. 원래 제 정규앨범을 먼저 낸 뒤에 <옥땡> 등 자유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는데… 시기가 마음대로 안 됐죠. <옥땡>도 2018년도에 끝을 냈어야 하는데 앨범 작업 때문에 2019년까지 가지고 간 거였고. 계획은 제 정규가 더 먼저였어요.

 

빅나인 : 그 바뀐 순서로 인해 ‘<김빛옥민> 정규 1집’에 미친 영향이나 바뀐 점들이 있을까요? 옥땡 활동이 사운드적 영향을 미쳤다던가...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옥땡>은 내추럴한 악기 구성이었던 것(어쿠스틱 기타+아쟁)에 비해 김빛옥민 1집의 사운드는 그와 많이 달라서 여쭤보는 거에요. 옥땡에서 이미 했기 때문에 안 한 건가요?(웃음)

 

일렉기타를 잡은 짱 멋진 김빛옥민

김빛옥민 : 그런 생각은 안 했었거든요.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번엔 ‘난 딴 것도 할 수 있는데! 다른 것도 보여줄래!’ 하는 마음이었을지도(웃음) 농담이구요, 다른 시도에 대한 욕구는 있었습니다.

 

빅나인 : 음반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김빛옥민 : 뭐...좋다 카죠(일동 폭소) 사실 부정적인 피드백도 있을 수 있잖아요. 이거 좀 이상하다, 별로다, 음질 다 찢어진다 이런.. 그런데도 좋다 해주시니까 좋죠. 사실 뭘 크게 바래서 작업하는 건 아니잖아요. 주변 음악하시는 분들도 보면 다 자기 거,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려고 하는 거지. 그래도 하다 보면 어떤 반응들을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빅나인 : 기존 (활동) 모습을 본 팬 분들 중 옥민씨의 실험적 욕구를 아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기타 하나 잡은 어쿠스틱한 옥민씨로 아는 분들도 있었을 텐데. 김빛옥민 1집을 낯설어하시는 분들은 없었나요?

 

김빛옥민 : 저는 사실은 그런 반응을 좀 기대했어요. 제 나름의 실험적인 요소를 넣었는데 생각보단 실험적이지 않았나 봐요. 제 기준인거지 시중의 음악들 보면 이미 충분히 실험적이고 색깔 있는 것들이 많고. 그래서 실제로 돌아오는 반응은 막 신기하다! 이런 것 없이 다 좋다, 하는 얘기들 뿐이고. 좀 솔직히 얘기하면 제가 느끼기엔 뜨뜻미지근 했어요. 내심 색다른 반응을 기대했는지도..?
근데 좋다는 말은 솔직한 반응이고 좋은 게 맞고….. 아 제가 말이 꼬이는데요(웃음)

 

빅나인 : 저희 생각엔 청자분들이 부끄러워서 솔직히 얘기를 못하시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듣기로는 말씀하신 실험적 요소들에 대해 엄청 신선하고 멋있다고 난리 나고... 이거 좋다, 저거 너무 좋다, 이건 사운드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하고 막 그러고 있던데요(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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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셀프, D.I.Y, 작업

빅나인 : 그래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모든 앨범 제작 과정을 셀프로 진행하셨는데 무려 12트랙이나 되는 앨범이잖아요. 작업에 들어간 시작점과 본두씨 (서본두 / 매니지먼트, 제작도움 | executive producer) 합류 시점이 어떻게 되나요?

 

김빛옥민 : <옥민과 땡여사> 앨범을 올해 1월 10일에 발매했었거든요. 1월은 ‘자유다!’ 하면서 좀 쉬었고.. 2월부터 시작해보자 하는 생각은 했지만 모든 과정을 셀프로 하다 보니 자꾸 늦어지고 늦어지고. 그래도 그 전에 곡이 다 만들어져 있었으니 혼자 편곡 작업 정도는 진행하다가 7~8월부터 본격적으로 강도 높게 작업했죠. 녹음 들어가고. 아, 마지막 트랙은 작업 도중에 지었고요. 본두씨도 2월부터 같이 시작은 했는데… 근데 자꾸 같이 늘어졌어요(웃음)

 

빅나인 : 서본두 씨랑 작업을 같이 진행한 것도 의외였어요. 매니지먼트, 공동 프로듀싱 등의 역할에 있어서 어떠셨는지도 궁금하고. 같이 하는 작업은 재밌으셨나요?

 

김빛옥민 : 재밌었다고는 절대 말 못하고요 (폭소) 본두씨를 알고 난 이후로.. 가장 마찰이 많았죠. 누군가와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건 쉽지 않고, 가까운 사이이고 의견이 솔직해질수록 충돌은 더 심해지니까요.
예전에 혼자 데모앨범 만들었을 때는 제가 녹음 및 음반 작업에 대한 개념이 정말 하나도 없었거든요. 어찌어찌 하다가 그 때 본두씨 알게 되어서 그때부터 제가 모르는 음악,작업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고... 정규 만든다고 할 때도 스스럼없이 도와주신다고 하셨어요. 음악적 동반자인 셈이죠. 본격적으로 함께 한 첫 작업이기도 하고요.

 

빅나인 : 기존 작업 경험도 있었고, 신뢰도 있었고?

 

김빛옥민 : 네. 그런데도 쉽지 않았고요.(일동 폭소)

 

빅나인 : 본두씨한테도 여쭤봐도 되나요? 작업 참여에 고민이나 망설임은 없으셨는지.

 

서본두 : 근데 내버려두면.. 정말.. 안되겠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웃음)

 

김빛옥민 : 뭐라고?ㅎ

 

서본두 : 가만 두면… 폭주기관차처럼... 어디로 갈 지 모르는 기분(웃음) 근데 그 말은 그만큼 동력이 넘치니까 방향만 잡으면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다는 얘기거든요. (김빛옥민은) 너무 많은 걸 하고 싶어 했어요. 가능성도 있고 아이디어도 있지만. (그 모든 걸 다 하려면) 피곤할 수 있잖아요.

 

빅나인 : 프로듀서로써 옥민씨의 음악에 대한 욕심, 있지 않으셨어요?

 

서본두 : 욕심요? 이거 제가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은데(웃음) 이 앨범에 대한 재물욕 혹은 명예욕이 좀 있죠. 많은 사람이 이 앨범을 듣고, 많은 곳에서 인정받기를. 작업할 때도 제가 ‘와 이 곡 무슨무슨 상 감이다’ 이러면 (옥민씨가) 하지 말라고 막 그러죠. 근데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꼭 굳이 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만큼 정말 좋다는 이야기죠. 자부심 같은 거.

 

빅나인 : 자신의 아티스트에 대한 자부심이나 팬심 아주 중요하죠. 본두씨는 그럼 처음 작업할 때부터 스스로를 옥민씨 음악의 팬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본두 : 저요? 네.

 

김빛옥민 : 저보다.. 가끔은 저보다 더 팬인 것 같아요. 의도하지 않은 창작 의도도 막 혼자 생각해서 이거 아니냐고 물어보고. 아니라 카는데 맨날 자꾸 그럼 이건 뭐고 저건 뭐냐고(웃음)

 

빅나인 : (음악에) 다층적인 느낌이 있어서 아닐까요. 곡 자체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 안 그래도 앨범의 전체적인 철학, 또는 담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궁금해하는 청자들이 있었어요. 직접 앨범의 소개를 해주신다면?

 

김빛옥민 : 전체를 묶어서 얘기하기가 정말 어려운 게, 이건 제가 6년간 쓴 곡들의 ‘모음집’ 개념이라서... 어떤 크게 통일된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종합할 수 있는 타이틀이 애매하죠. 그래서 모든 곡의 공통된 탄생 공간인 “방구석”을 따와서 <방구석 실험기>라는 앨범명을 정하게 되었어요. 사실 생각은 해봤거든요, 이런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지.. 근데 오히려 제가 딱 잘라 말하면 각자가 느낀 생각들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곡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빅나인 : 12곡 모두가 자전적인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무언가 이입을 해서 쓴 곡도 있나요?

 

김빛옥민 : 제 이야기도 많고, 타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 제가 생각한 것도 있죠. 사건으로 인한 곡도 있고.

 

빅나인 : 자전적 경험이 아니더라도 온전히 옥민씨의 시선이나 위치에서 만들어진 거네요. 타인의 시선이 담기진 않고.

 

김빛옥민 : 그렇죠. 제 생각을 담았거나 그저 상황을 설명하는 관점이에요.

 

빅나인 : 그렇다면 각자의 곡에 담긴 이야기와 생각들, 에피소드들이 너무 궁금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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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래와 이야기

track #1_ 지구를 넘어

빅나인 : 사운드에 엄청 공을 들이신 것 같은데요. 앨범 나오기 이전에 어쿠스틱 버전도 들어봐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어요. 곡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해주시겠어요?

 

김빛옥민 : 잠시만요. 가사를 봐야… (일동 폭소)

아니, 이거 만들 때 스스로 감탄하면서 야 진짜 좋다- 하면서 만들었거든요(웃음) 이 곡은 가사만 보는 것보다 제 해설이 가해질 때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근데 지금 앨범 작업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게,, 최근까지 너무 사운드적이고 기술적인 것들만 신경쓰느라 음악의 본질(멜로디, 가사 등)에 자꾸 소홀해져서.. 이야기 생각하려면 가사 다시 보고 되새겨야 해요.
여기- 첫 가사를 보면 ‘아쁜’이라고 되어있잖아요.

 

빅나인 : 아, 맞아요. ‘아픈’인지 ‘나쁜’인지 헷갈리더라구요.

 

김빛옥민 : 오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 두 단어를 조합한 저만의 단어입니다. 저만의 언어 만드는 게 꿈이어서(웃음) 가사 보시다보면 이상한 단어가 가끔 보이실 거에요. 이 곡 어떻게 느끼셨어요?

 

빅나인 : 역질문인가요? 좋아요! 저는 되게.. 회화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옥민씨의 캐릭터 같은 것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가사 내용에 따라서 상황이 그려지는데. 수수께끼 같기도 하고. 곡을 딱 잘라 ‘이런 상황이다’라고 말하는 건 두렵기도 하고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하네요.

 

김빛옥민 : 제가 꿈 얘기를 좋아하거든요. 꿈에 대한 곡이 몇 곡 있는데 ‘지구를 넘어’도 그래요.

꿈 속에서 저는 열여덟 이었는데..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정체성도 없고 노력은 하는데 공부를 못하는, 그런 정해진 입시를 따라만 가던 아이였어요. 반대로 정말 자유로울 수 있는 순수한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시 그러지 못한 내가 불쌍했는지 (꿈 속에서) 나이가 정확히 설정되어 있었죠.

그 18살의 나는 꿈 속에서 원래 날 수 있었는데 어느 날 아무리 날려고 해도 자꾸만 땅으로 떨어지는 거에요. 중력이 엄청나게 강해진 마냥. 꿈 속처럼 현실에서도 날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실제로 현실에서는 부딪히는 게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가사에 ‘중력’이라고 표현했어요.

그리고 가사에 “다시마로 맛을 내도 조미료가 최고인 걸”이라고 하는 부분은… 한 개인이 아무리 애를 쓰고, 발버둥치고 무언가를 바꾸려고 시도해도 세상에 물질적인거나 인맥이나, 그런 거대한 것들이 없으면 아무도 몰라준다는 게 슬픈 거. 그런 (거대한) 것들을 통해서 알려지면 끝인거에요. 제가 아무리 천연재료 갈고 맛있게 하려고 다시마를 넣고 하지만 조미료 한 방이면 맛있다는 게, 짜증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거죠.

 

빅나인 : 사운드적으로.. 이런 다양한 소리를 써야겠다, 하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김빛옥민 : 어쿠스틱 버전을 들어보셨으니 알겠지만 <지구를 넘어>는 원래 별다른 구성이나 특징 없이 잔잔히 이어지는 곡이거든요. 생각한 건 많았는데 너무 안 어우러지는 거에요. 처음에는 드럼도 넣어서 빵 터트려야지, 했는데 드럼이 들어가니까 너무 이상하고 영 안 어울리고. 그래서 빼고.. 베이스도 넣어보고 빼보고 갖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다 이상해요. 그래서 밴드 셋팅을 좀 덜어내고 다양한 소리를 섞어보자. 실험기의 첫 곡인만큼 많은 시도를 해 보자- 해서 이렇게 됐습니다.

 

빅나인 : 좋은 판단이었네요. 앨범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신선한 경험을 줄 수 있는 트랙이구요.

 

김빛옥민 : 근데 사실 다양한 소리들을 녹음한 건 <이상한 병>인데…(웃음)

 

빅나인 : 맞아요. 그래서 정말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Track #2_이상한 병

빅나인 : 저는 이 곡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실제로 밴드셋이 아닌데 밴드 음악처럼 들리는 지점도 있고, 리듬의 배치도 재밌고 드라마틱하고. 편곡 방향이 궁금하네요.

 

김빛옥민 : 애초에 편곡할 때 가지고 있는 악기도 없고 해서 로직프로(작곡 프로그램)에서 온갖 가상악기를 다 써봤어요. 곡의 분위기는 정해 놓은 게 있으니까, 잔잔하다가 후반에 달라지는 느낌만 잘 살리면 되겠다 싶어 고민 중에 현우*군에게 도움을 청해서 같이 작업하게 됐어요.
그런데 로직프로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어떤 가상악기를 사용했는지 딱 알 것 같은 음원을 우연히 듣고는 이건 사용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이후에 프로그램에 없는 실생활의 소리들을 일일히 녹음했어요.

*(안)현우 : 폴립(polyp)의 기타이자 보컬.

본인의 밴드 앨범과 스카레톤(skaleton) ep 등 다수의 앨범 녹음/믹싱&마스터링/프로듀싱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빅나인 : 그래서 소리들이 재밌었군요.

 

김빛옥민 : 재밌었던 게, 어떤 것들로 어떤 소리를 만들어서 쓰자! 라고 딱 정한 게 아니라.. 녹음할 때 방 둘러보면서 아무거나 써 보고 막 넣고 이랬어요(웃음)

 

빅나인 : 라이브 때 어떻게 구현을 하시려고 (폭소)

 

김빛옥민 : 그래서 그냥 하지 말까 싶고..

 

빅나인 : 큰일이다. 공연 바라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김빛옥민 : (웃음) 어줍짢게 할 바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서본두 : 현우 군하고 작업하면서 샘플링을 처음 써 봤어요. 각종 생활의 소리들을 미디화 시켜서 활용하는 방법이었는데, 그 덕분에 이런 작업이 가능했구요. 같이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Track #3_어름

빅나인 : 왜 <어름>이 타이틀인가요?

 

김빛옥민 : 뭐할지 생각했었는데... 말이 타이틀이지 저한텐 12곡 다 소중해서 딱 하나 찍기가 어려운거에요. 근데 유통사 넘기려면 타이틀은 무조건 체크해야 하고...

 

빅나인 : 보통 타이틀은 마케팅적으로 제일 잘 팔릴 것 같거나, 음악 방향을 가장 대표하는 곡으로 정하지 않나요?

 

김빛옥민 : 대표성은 아니구요. <어름>이 만들어진게 좀 오래되기도 했으니까요. <옥땡>활동 때 왜 <어름> 안 하냐는 분들도 계셨고.

 

빅나인 : 저희네요.(웃음)

 

김빛옥민 : <어름>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았고,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이 앨범을 들었을 때 제일 재밌게 들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본두 씨도 동의했구요.

 

서본두 : 쉽게 듣고 쉽게 즐길 수 있는 트랙이니까요.

 

빅나인 : 옥민 씨의 매력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멜로디와 스타일의 곡이라고 생각해요.

 

김빛옥민 : 저만 아는 차이일 수도 있지만 제 창법이 옛날이랑 좀 바뀌었거든요. 그런데 <어름>은 옛날 보컬 스타일이에요. 그래서인지 녹음할 때 부르기 쉽더라고요. 익숙하고.
<어름>은 짧은 애니메이션도 만들었어요. 타이틀이라서 만든 건 아니고 올해 대구단편영화제 공연 때 사용한 영상인데, 발매를 맞아 공개했네요.

 

김빛옥민-어름 (단편 애니메이션)

빅나인 : 안그래도 오늘 업로드하신 거 보고 왔어요.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나타난 것 같던데. 도대체 뭘로 제작하셨어요?

 

김빛옥민 : 원래 라인드로잉 애니메이션을 멋지게 만들고 싶었는데… 장비도 프로그램도 없어서 그냥 화면녹화 켜놓고 포토샵에서 수동으로 크기 줄였다 키웠다 하면서 애니메이션 효과를 흉내냈어요.(폭소)대구단편영화제 공연 자체가 저한테는 2019년의 큰 도전 중에 하나였거든요. 단편영화 5편을 만들어서 라이브와 영상이 함게 진행되도록 하는 기획을 했었구요.

 

서본두 : 이것 때문에 앨범 준비 기간 중에 거의 한 달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빅나인 : 대구단편영화제면... 8월이었잖아요. 7월부터 녹음작업 들어가셨다면서... 세상에 어떻게…

 

김빛옥민 : 녹음 잠시 올스탑 했었죠. 이상한 데 자꾸 꽂혀가지고 (폭소)

 

빅나인 : 정말 다양한 <실험기>가 맞네요. 아, 제목과 곡 내용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김빛옥민 : 제가 늘 강조하는데 ‘얼음’ 아니고 ‘어름’이라고. 실제로 있는 단어에요. 인터넷에서 어울리는 제목을 찾아보다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빗대었을 때 딱 맞는 뜻이다 싶어서 골랐죠.

*어름 [어 : 름] [명사]

1. 두 사물의 끝이 맞닿은 자리.
2. 물건과 물건 사이의 한가운데.
3. 구역과 구역의 경계점 (네이버 국어사전)

빅나인 :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 메시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김빛옥민 : 가사 그대로에요. 많은 예술가들이 이미 다루고 있는 건데, 에반게리온 아세요? 거기서도 나오는 얘기이긴 한데. 인간은 그 어느 누구랑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게 있고...

 

서본두 : 인류보완계획… (일동 폭소)

 

빅나인 : 아니 여기서 에바가ㅋㅋㅋㅋㅋ(폭소)

 

김빛옥민 : 같은 인간이지만 각기 분리되어 있는 개인이고, 아무리 가까워지려 해도 한계가 있고. 너와 나 사이에는 경계가 있고 그걸 벗어나기는 어렵고… 그런 거죠!

 

 

Track #4_정체성과 대중성

김빛옥민 : 초창기부터 워낙 많이 한 곡이기도 했고. 맨날 똑같이 부른 것 같아서 랩도 넣고 드럼도 힙합 미디 찍어보고... 많은 시도를 새롭게 했어요. 이 곡이 제일 좋다고 해 주신 분들이 많았네요.

 

빅나인 : 주변인 대부분이 창작자이기 때문에 더 많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정체성과 대중성)그 사이에서 답을 찾았냐’고 인터뷰 때 여쭤봐달라는 창작자도 계셨습니다.

 

김빛옥민 : 아 진짜요? (웃음) 교수님 같은 질문인데… 그건 영원히 찾기 힘들지 않을까요?요새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기도 한데요, 무엇을 하던지 그게 너무 많은 집중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작업이 되면 처음엔 나를 위한 것이었고, 남의 반응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해도 하다 보면 사람이 욕심이 생기고.. 보여주기 위한 무언가가 생기고.. 그걸 버리기가 힘들더라구요.
어디 정말 산 속에 들어가서 살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타인의 영향을 받고 반응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그런 의미에서(정체성과 대중성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 같아요. 창일님도 예전에 그런 것에 대한 글을 쓰신 거 봤었는데요.

 

빅나인 : 저도 그에 대한 답을 못 내려서(웃음) 어차피 타협의 문제고 타협 지점의 방향성은.. 내가 만드는 음악의 1호 팬은 나이기 때문에.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남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김빛옥민 : 사실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이것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다들 어떤 가치관이고 생각일지.

 

Track #5_내안에

김빛옥민 : 마지막 트랙인 <미완> 다음으로 구성이 간결한 곡이에요. 곡 자체는 가사 그대로 ‘내 안에 생각은 많지만’ 그걸 표현하기보다 자꾸 줄이려고 했고... 저는 다른 곡들과 질감이 좀 다른 곡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나름의 차이로 인한 특징? 다른 곡들 사이에 있어서 더 매력 있는 곡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빅나인 : 앨범을 쭉 들을때 변곡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험적 요소가 가득한 곡들이 이어지다가 이 곡부터 조금 편해지는 기분.

 

Track #6_변하는 것들

빅나인 : 이 곡부터 약간 밴드사운드가 나오기 시작하잖아요.

 

김빛옥민 : 혼자 편곡해보니 갈피를 못 잡겠는거에요. 그래서 현우 군한테 편곡을 부탁했었어요. 시티팝, 신스팝 스럽게… 그런데 다른 곡도 같이 진행을 하고 있었고, 특히 11번 트랙인 ‘그만’이란 곡도 작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변하는 것들>에 쏟을 시간이 1주일 정도밖에 안 남았었어요.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공동작업에서 제가 의도한 분위기대로 구현이 되지 않아 결국 혼자 새로 작업했어요. 현우 군이 구상한 피아노 라인 일부도 쓰였구요. 그렇게 힘겹게 내서 그런지 이 곡 들을때마다 저는 속 시원해요(웃음)

 

빅나인 : 실제로도 앨범 듣다가 환기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트랙이기도 하구요.

 

Track #7_도온도온

빅나인 : ‘온도’ 죠?

 

김빛옥민 : 네. 거꾸로 해서 도온. 이 곡에서는 할 말이 없는 게(웃음) 가사에서 모두 말하고 있어서… 이 곡은 서본두 씨가 기타를 다 맡았어요. 소리가 뚜렷하지요. 편곡 방향은 ‘일반적인 밴드셋’으로 정해서 만들어졌구요.

 

빅나인 : 질문을 주신 청자 분이 계셨는데, ‘이전에 주로 어쿠스틱 기타를 쓰다가 일렉 기타로 바꾸신 게 어떤 음악적인 변화를 위함인지? (예전과) 차별성을 주고자 함인지?’

 

김빛옥민 : <옥땡>으로 저를 알게 된 분들에게 제 음악성향에 대한 선입견을 주고 싶지 않아서 기타를 바꾸는 작은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도 맞고. 이래저래 딱 나누기보다는 곡에 따라 어울리는 악기를 사용하는 거죠.

 

빅나인 : 이어서 청자 분의 다른 질문. ‘스스로 이번 앨범의 장르를 정의하신다면?’

 

서본두 : 저는 메탈이요.(일동 폭소) 농담이고, 스트리밍사이트 앨범 장르를 보면 그렇게 분류되어 있는 곳도 있더라구요(웃음)

 

빅나인 : (폭소) 스트리밍사이트 분류 보면 락/메탈로 묶여서 들어가니까요.저는 사실 굳이 장르를 의도하고 만들었다기보다.. 앨범을 들을수록, 옥민씨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다보니 만들어진 결과물이고. 그때그때 필요한 구성을 썼을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장르적으로 이걸 묶을 수 있거나, 크게 목표하고 바라본 지점이 있었나요?

 

김빛옥민 : 아뇨. 장르를 구분짓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서본두 : 정병욱 평론가님이 써 주신 라이너 노트 보면 (<도온도온>에 대해) ‘팝 록’이라고 하셨던데, 딱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팝이 참 넓은 범주잖아요. 굳이 말하자면 인디 팝?

 

빅나인 : 개인적으로는 ‘인디 팝’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모순적인 단어라고 생각하는데요(웃음) 인디와 팝…?

 

(듣고 계시던 인터뷰 공간 주인) 윤효준 : 근데 팝이라 이야기 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인지. 

*인터뷰는 카페 ‘온정커피’에서 진행되었다. 카페 주인인 효준씨는 밴드 ‘마쌀리나’로 오랜 기간 활발히 활동해 온 뮤지션이다.

 

서본두 : 그쵸. 대중음악, 가요.

 

빅나인(고창일) : 각자 갖고 있는 (팝에 대한) 정의가 있지 않으세요? 궁금하네요. 제 정의는 ‘사람들을 따라 부를 수 있게 하는’ 음악이거든요.

 

서본두 : 제가 생각하는 장르로써의 팝은 멜로디가 뚜렷하고 가사가 있고… 반주가 사이키델릭은 아닌 거?(웃음) 마쌀리나의 음악은 포크와 팝의 사이 아닌가요?

 

윤효준 : 저희 (마쌀리나) 음악을 ‘어쿠스틱 팝’이라고 부르긴 하죠. 저는 popular한 게 팝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연주가 사이키델릭이라 해도 대중들이 많이 듣고 익숙해지면 팝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클래식이 되고.

 

서본두 : 클래식이 되고 싶으신가요.(웃음)

 

윤효준 : 어우, 되면 좋죠(웃음) 그걸 지향하고 하는 건 아니지만.

 

빅나인(조은별) : 제 정의도 비슷하네요. 저는 노래방이나 전국노래자랑에서 부를 수 있으면 팝이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멜로디만 가사만 있어도 그 노래로 인식되거나 존재할 수 있을 때..?

 

빅나인(고창일) :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방구석 실험기>는 팝인가요?(웃음)

 

김빛옥민 : (폭소) 저한테 묻지 마세요, 저도 몰라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대로입니다.

 

빅나인(조은별) : 저희가 이 질문을 준비한 이유는.. 빅나인 자체도 ‘인디음악’웹진을 정체성으로 잡고 있지만 ‘인디’가 무어냐, 하는 논제가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그 많은 음악들을 그냥 인디씬으로 퉁쳐서 묶기에는 인디로 활동하지만 팝 지향적이거나, 메이저한 대중음악이 목표지만 그냥 활동 반경이 인디씬인 경우도 상당하거든요. 그런데 김빛옥민의 이번 앨범이야말로 ‘인디’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해서에요. 완전 인디펜던트(indipendent)잖아요.

 

김빛옥민 : 일단 제가.. 좀 부끄럽지만 장르를 잘 모르거든요. 검색도 해 보고 그랬는데 못 고르겠는거에요. 이런 부분에서는 서본두 씨한테도 도움을 받았구요. 많이 물어봤죠

 

빅나인 : 장르는 김빛옥민?(웃음) 장르를 명시해두고 시작했으면 이런 다양한 시도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이 앨범에서 해보고 싶으셨던 시도들은 거의 다 되었나요?

 

김빛옥민 : 아뇨, 아직 많이 남았어요… 밴드랑, 아이리쉬 음악도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고. 바이올린 연주자 어디 없으신가요...? 그룹 자체를 만들고 싶어요. 어디서든 연주하고 노는 그런.

 

빅나인 : 예전부터 밴드 하고 싶으시단 얘기 자주 하셨잖아요. 

 

김빛옥민 : 나름의 순서가 진행되었으니(옥땡, 개인 앨범) 이제는.. 정말 할 수도요!

 

 

Track #8_니향내향

빅나인 : 저희 트랙 말고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 같고. 혹시 곡마다 코멘트 하시는 게 많이 부담되시진 않으세요?

 

김빛옥민 : 아뇨 전혀요. 근데 간단하게 말 할 수도 있어요! <니향내향>은 가사에서 다 말해주고 있어서 크게 덧붙일 말도 없구요.

 

Track #9_기생충

빅나인 : 그럼 계속 진행할게요. <기생충>...충격적인 곡이죠. 작업하실 때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김빛옥민 : 힘들기보단, 제일 고민없이 재밌었어요. 믹싱마스터링 맡아주신 최병욱(a.k.a 거북도사) 엔지니어께서 편곡도 해주셨는데, 맘에 들더라구요. 처음 만들고 공연할 땐 늘 통기타로 연주했지만 제 머릿속에선 이미 그림들이 있었거든요. 이 파트에선 이 악기가 들어오고 관객들이 슬램같은 거 하면서 팍 터졌으면 좋겠다 이런거(폭소) 그랬던 생각들과 편곡 방향이 맞아 떨어져서 잘 나온 것 같아요.

 

빅나인 : 앨범 안에서 피크인 곡이라고 생각해요. 

 

Track #10_맑은 바람 속 가라앉은 답

김빛옥민 : 이 곡도 앨범 작업 중에 만들어진 곡이에요. 되게 아끼는 곡인데… 그만큼 표현이 좀 덜 산 것 같아서 좀 아쉽구요. 가녹음본 때 맘대로 코러스 넣고 분위기 정한 것 없이 했던 게 정말 맘에 들었는데 막상 각 잡고 녹음하면서는 그 느낌이 안 살았어요.

테이크아웃 음료가게에서 알바하면서 만든 곡인데요. 일하는 공간이 정말 좁거든요. 문도 없고 창문으로만 음료 건네고. 제가 창문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게 딱 한정된 공간이었죠. 한 날은, 맞은 편 빌딩을 배경으로 검은 새 한 마리가 갑자기 떨어지는 거에요. 당시 미세먼지도 엄청 심할 때여서 숨쉬는 것도 힘들고… 그 때 본 것을 바탕으로 느낀 감정들을 쓴 곡이에요.

이야기보다는 분위기적인 곡이죠. 영화 ‘버닝’ 보셨어요? 그 영화에서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현대 젊은이들에 빗대어서 말하는데… 하찮고 의미 없는 존재들은 태워버려야 한다고 극중 한 캐릭터가 말해요. 저는 그게 되게 불쾌한데 왠지 부정할 수가 없었어요. 생산적이지 않고 소비되는 하루를 살 때면 저도 쓰레기같은 거에요. 분명 쓰레기 같은 존재들이 아닐텐데, 현실은 점점 나빠지니까… 이런 건 말로 표현하기 힘드네요.

 

빅나인 : 어떠한, 아주 울적한 감정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제목이 왜 ‘답’일까. 그것도 궁금했거든요.

 

김빛옥민 : 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건데, 오히려 깊게 설명할 수록…(별로네요)

 

빅나인 : 충분해요. 그럼 정말 ‘3월 13일 수요일에 새가 떨어졌’군요.

 

김빛옥민 : 사실은 착륙이었겠지만, 그 순간의 저한텐 떨어진 것처럼 강렬하게 보였으니까요.

 

빅나인 : 청자분들중에 ‘어떤 식으로 영감을 얻는지’ ‘어떻게 창작하는지’를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김빛옥민 : 영감…? 저는 신나는 노래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실질적으로 곡이 나올 때는 기분이 안 좋은 상황에서 나오구요. 그래서 서글픈 노래가 많이 만들어지는 편이네요. 기분이 안 좋으면 ‘왜 기분이 안 좋은지’에 생각을 집중하거든요.

 

 

Track #11_그만

빅나인 : 피지컬(실물) 앨범이 CD도 바이닐도 테잎도 아닌 무려 오르골(!)이었는데요. 오르골의 멜로디로 선택하신 곡이 <그만>이었죠.

 

김빛옥민 한정판 피지컬앨범(오르골) pv_스톱모션

김빛옥민 : 일단 오르골이라는 소리 특성 상… <기생충>을 할 수는 없잖아요.(일동 폭소)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그만>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본두 : 그런데 오르골 자체가 생각보다 섬세하지 못한 악기더라구요. 말 못할 문제들이 많았습니다(웃음) 제약도 있구요.

13~15초 사이의 반복되는 멜로디여야 하고. 가사 파트를 넣으면 더 예뻤을텐데 다른 곡들 키 멜로디 중에 그 규격에 들어맞는 게 없더라구요. 

 

김빛옥민 : 일본에 오르골 편곡하시는 분이 또 따로 계세요. 악보를 편곡해서 넘기는 작업도 있었죠.

 

빅나인 : 그래도 참 재미있는 물건이더라구요. 어떻게 하다가 오르골을 피지컬로 할 생각을 하셨나요?

 

김빛옥민 : 밤에 오르골 틀어놓고 잠드는 분위기, 아기자기함을 좋아하고… 추억에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소품이잖아요. 무엇보다 피지컬 앨범의 개념적인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어요. CD나 기타 플레이어도 점점 사라지고 스트리밍으로 음원을 바로 듣는 시대에, 좀 더 ‘소장’에 중점을 두면 좋지 않을까- 하고요. 오르골 의견 자체는 서본두 씨랑 같이 나눴어요.

 

빅나인 : 사용자(청자) 입장에서도 추억과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주 좋았습니다.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들어볼 수 있는 방식이잖아요. 오르골을 보면 ‘김빛옥민’이 생각날 수도.

 

서본두 : 처음 의도는 간단했죠. CD는 잘 안 듣게 되고 매번 유튜브나 스트리밍으로 듣게 되니까(웃음) 실제로 플레이가 되는 앨범을 만들자. 비록 짧고 박자도 잘 안 맞지만… (웃음) 어떻게보면 머천다이즈죠. 

 

빅나인 : 소비자 입장에서 얘기드리자면 앨범은 이미 너무 많고. 특이하거나 갖고 싶거나, 지불할 가치가, 의향이 충분히 생기고. 정말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멋진 시도였어요.

 

 

Track #12_미완

빅나인 : 이 곡은 정말 미완이라서 ‘미완’인가요?

 

김빛옥민 :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가있는 소개글에 보면 ‘여전히 많은 것들이 미완성된 존재로 살아가지만 그 자체로서 나는 노래한다.’ 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 앨범이 ‘완성이 되었다’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고. 그러니까 100% 만족할 수도 없고. 어쨌든 미완성이지만 이렇게 세상에 나왔고.

‘완성’이라는 게 어떤 의미로는 ‘끝났다는’ 거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 ‘미완’은 계속 이어질거라는 추후의 복선? 같은 그런 장치구요. 미래의 제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곡이기도 하고. 곡 자체는 미완성된 지난 날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래의 저에게 던지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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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무리

 

빅나인 : 계속에 대한 의지인가요. 인터뷰라면 으레 나오는 질문이죠, 김빛옥민의 추후 활동계획은?

 

김빛옥민 : 밴드랑, 아이리쉬 그룹을…(일동 웃음) 저 벤조도 있구요… 아이리쉬 음악 안 좋아하세요? 저도 잘 모르지만 같이 하고 싶어요.

 

빅나인(조은별) : 전 정말 좋아합니다. 불러주세요. 얼마 전에 틴휘슬도 샀어요.

 

서본두&윤효준 : 저는... 뒤에서 춤 출게요.

 

빅나인 : 옥민씨의 기획력은 늘 기대돼요. <옥땡>때처럼 멤버들 옷도 맞추면 재밌을 것 같은데요.

 

막 이렇게이렇게

서본두  : 멤버들 의상 제작 해주시나요? 

 

김빛옥민 : 한다면... 하겠습니다.(웃음) 아이리쉬 말고도, 이제 김빛옥민 정규가 나왔으니까. 밴드 구성으로 작업을 집중적으로 해보고 싶고. 일단 밴드라는 게…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참 힘들더라구요. 일단 사람이 좀 모여야 하니까.. 그게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빅나인 : 밴드를 결성하게 되면 본두 씨도 멤버로써 활동하게 되나요?

 

김빛옥민 : 그렇죠. 그리고 저는 그 구성에서 악기는 안 하고 보컬 중심으로… 생각은 그래요. 보컬로 좀 더 질러볼까 싶은(웃음) 다음 인터뷰 때는 밴드로 했으면 좋겠네요.

 

빅나인 : 저는 뮤지션 김빛옥민 말고도 기획자로써의 김빛옥민도 매번 흥미로웠는데요. 특히 <옥땡> 공연하실 때 무대 데코나 연출 등에서요. 기획도 계속 함께 하실건가요?

 

김빛옥민 : 땡여사와의 만남은.. 정말 대단한, 인생에서 몇 안되는 만남과 경험이에요. 아직 얼마 안 살았지만(웃음) 저는 그런 시도는 정말 좋아하거든요. 계속 해보고 싶고. 근데 그런 걸 같이 할 사람이 옆에 있어야 저도 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호작질 좋아하시는 분 있으면 연락 주세요(웃음)
계획된 건 없지만 좋아하니까. 앞으로 또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요.

 

빅나인 : 그런 여러 ‘호작질’을 포함해 정규앨범도 DIY로 진행하셨잖아요. 그에 대한 감상은 어떤가요?

 

김빛옥민 : 저는 정말... 일 벌리는 걸 잘하는 거 같아요. 고생을 사서 하는(웃음) 앨범 제작기 만화*도 간단히 그려봤어요. 거기도 적혀있는 말인데 역경과 고뇌의 연속이죠… 정말 힘든 짓인데, 이렇게 안 하면 제 성에 안 차서. 숙명이라 해야 하나, 성격이 이러니까. 나는 고생할 팔자구나. 하는 생각. 근데 계속 이렇게 할 걸 저 자신이 알고 있어요.

 

[웹툰] 김빛옥민『방구석실험기』앨범제작기

 

빅나인 : 다음 앨범들도 쭉 DIY로 작업하시겠네요?

 

김빛옥민 : 근데 그게 또.. 글쎄, 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일동 폭소) 아무튼 다음 작업에 있어서는... 일단 지금 끝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웃음) 머리를 좀 식히고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어쨌든 후회는 안 합니다!

 

빅나인 :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앨범 발매 활동을 포함해서, 앞으로의 김빛옥민도 정말 기대할게요!

 

인터뷰 현장 기념촬영.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창일(빅나인), 서본두(프로듀서), 김빛옥민, 조은별(빅나인)

*추신_빅나인 Tips

스트리밍사이트 버전이 아닌,
가사집 구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Bandcamp 버전의 음원에는
김빛옥민의 음악관을 좀 더 엿볼 수 있는
★히든트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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