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민과 땡여사 『옥민과 땡여사』

 

[EP리뷰] 옥민과 땡여사 「옥민과 땡여사」

 

 

 

 

< 앨범 정보 >

 

Artist: 옥민과 땡여사

Tile: 옥민과 땡여사

Release: 2019-01-10

Genre: Acoustic/Folk, Pop

Label: Judy records

Format: EP

 

Track List

1. 구슬로
2. 새세제
3. 빛나는
4. 방구석 독백
5. 편린들

 

 

Sound Like : 중저음의 전통 국악기 대아쟁과 서양의 통기타 그리고 김빛옥민의 특별한 송라이팅과 음색이 만드는 콜라보

For fans of : 단편선과 선원들, BECK (서대구/ 사색과 의식의 흐름이 반영된 송라이팅. 실험적이면서 팝과 록의 경계를 넘나든다), Julien Baker, Fleet Foxes (고기볶음 / 목가적이다)

 

 

 

 

< 빅나인 필진 리뷰 >

 

정병욱 / 일상과 구원, 지상과 천상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때때로 한 끗 차이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틈에는 어떻게든 일상을 구원으로 바꾸려는 저마다의 기도가 존재한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빛옥민이 아쟁연주자 땡여사와 함께 한 프로젝트이자 동명의 앨범인 [옥민과땡여사]가 그중 하나다. 이 앨범은 진솔하고 남다른 기도의 앨범이 되어 자신을, 그리고 듣는 이 모두를 위로한다.

 

'옥민과땡여사'라는 이름부터, 어쿠스틱 기타의 소박한 스트로크, 보컬의 구수한 꺾기까지. 본작은 얼핏 쉬이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낡고 투박한 포크 음악의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들어도 이들의 음악이, 나와 당신의, 옥민과땡여사와 우리의 소중한 언어가 되고, 특별한 일기가 됨을 알아차리게 된다.

 

땡여사가 연주하는 대아쟁이 먼저 귀에 띈다. 컨트리 음악의 벤조와 바이올린처럼 발현악기 기타와 찰현악기 아쟁으로 이루어진 이 듀오의 사운드는 분명 보장된 조합이지만, 대중의 귀에 익숙지 않은 대아쟁의 중저음 사운드로 인해 동시에 신선한 구상이 되기도 한다. 각종 서양 찰현악기나 다른 국악 찰현악기인 해금에 비해 훨씬 차갑고 굵은 소리를 내는 이 아쟁 사운드는, 현실의 팍팍함을 덤덤하게 늘어놓는 옥민의 노래와 무척 잘 어우러진다.

 

앨범의 백미는 단연 노래의 가사와 김빛옥민의 가창이다. 수록곡의 가사는 5곡 모두 일상과 현실에 대해 늘어놓음과 이에 대한 구원을 바라는 기도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할 일이 많이” 쌓였고, “빨래도 돌려야 하는데” “그 전에 세제를 사야 한다.” 하지만 지금 화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일상에 매이지 않은 화자의 마음은 “눈 뜨자마자 잡은 기타에 목소릴 얹은” 지금에 머물러 있다. 그는 “여기”에 있다. “여기 있고” 싶다.('새세제') 때로 화자는 “숨 쉬는걸” 까먹는다. 먼지가 너무 싫다.” 힘들게 “삼킨다. 하루를, 인생을”, 자기 자신을. 그런데도 그는 소망한다. “그냥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기를. “따뜻하게”.('방구석 독백') 절망적인 이별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볼 수 없다 하더라도” 화자는 “무언간 여기 남아”있음을 바라본다. “혹시 잊히더라도” “다시는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새로운 선들이, 새로운 세상이, 새로운 노래가” 이어지길 기도한다.('편린들') 녹아든 지친 일상의 흔적과 차가운 현실은 뜻밖의 긍정을 머금은 기도와 만나 극적인 곡의 서사를 완성한다. 일상과 구원 사이 틈을 자연스럽게 메우는 섬세한 가사 쓰기와 관악기 불듯 밀어 올리는 김빛옥민의 가창이 마치 고결한 주술 의식처럼 귀를 세뇌하고 의식을 감화한다.

기도는 사실 목적 일변도의 행위가 아니다. 물론 기도 속에는 대체로 소망이 담겨 있지만, 이는 결국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기보다 자기를 다스리고 구원하는 의식(ceremony)에 가까울 때가 많다. 어쩌면 옥민과땡여사에게 있어 작품 활동이, 본 데뷔앨범의 제작과정 전반이 하나의 기도이자, 의식이 아니었을까. 공예 재능을 살려 직접 독특한 콘셉트의 핸드메이드 앨범을 만들고, 빈티지샵, 독립서점, 한옥 음식점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을 기획한 과정들, 구체적인 일상 위에 추상적인 기도를 담은 노래 한 곡, 한 곡을 통해 이들은 직접 인생의 살을 푼다.

 

 

 

 

샬롯무어만 / 이 앨범의 가장 큰 성과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쟁을 “포크(Folk)” 음악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점이다. 전휘영의 아쟁은 이 앨범에 실린 다섯 곡 모두에서 빛을 발하지만, 특히 1번 트랙 “구슬로”의 격정적인 연주와, 3번 트랙 “빛나는”에서 드러난 흥겨운 연주를 최고로 뽑고 싶다. 아쟁이 이렇게 다양한 표현력을 가진 악기라는 것에 대해 감탄하게 될 것이다. 대중음악에서 흔히 저음을 주로 담당하는 악기는 베이스기타지만, 여기선 그 저음악기의 영역을 아쟁이 대신하고 있다. 여기선 베이스기타엔 전혀 쓰이지 않는, 활을 이용한 연주를 많이 들을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활을 이용해 부드럽고 역동적인 저음을 뿜어내는 아쟁이 청취에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앨범의 성과 두 번째는 가사다. 이 앨범은 음색이 전체적으로 밝고 활기차다. 그런데 가사를 들어보면,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나왔는지 느끼게 된다. 필자가 이 앨범에서 최고로 뽑는 가사는 2번 트랙 “새세제”와 5번 트랙 “편린들”이다.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 내용이 별 게 없다. 그냥 방에서 뒹굴다가 영감이 들어와서 노래를 좀 만들었는데, 그러다 나른한 기분에 얼핏 취했고, 그게 너무 좋아서 다음날 출근하고 나서도 그 기분이 한참 남았다는 그런 뭐,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고 있다. 사실 김빛옥민이 쓴 가사는 거의 이런 식이다. 뭔가 거창한 이상이나 연애의 특별한 순간을 담으려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 “새세제”라는 곡은 김빛옥민의 가사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김빛옥민의 가사 세계에 빠져있으면, 우리가 얼마나 거창한 것들만 얘기하는 가사 세계에 빠져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깊이 있게 조명하여 묵직한 은유들로 표현한다. 

 

5번 트랙 “편린들”을 보자. 이것은 예술가로서 마주하는 시련에 관한 노래다. 시련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시련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노래한다. 예술가들은 언제나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작품을 만들기에 몰두한다. 남들로부터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격려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가, 곡선이 되고 직선이 되고 그렇게 세상이 그려지고 예술이 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녀도 우리처럼 어렵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걸.

 

옥민과 땡여사의 행보는 김빛옥민이 쓴 가사들을 지극히 닮았다. 거창한 이상보다는 소소한 즐거움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그렇다. 더 이상 즐겁게 활동할 수 없음을 예감했을 때, 힘든 결정이었음에도 과감하게 해체를 선언했다. 김빛옥민은 노래 “편린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볼 수 없다 하더라도, 무언간 여기 남아있어. 언젠가 잊혀지는 것에 대한 것이 두려워 말했었지. 나를 남겨야 하고 기억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쉽지 않아. 대신 향기와 소리와 온기가 이곳에 깊숙이 남아 기억될 거야.” 이들의 활동은 비록 짧았지만, 김빛옥민이 쓴 가사처럼 밴드 멤버 둘에게,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이 앨범을 감명 깊게 들은 사람들에게, “향기와 소리와 온기”로 언제까지나 깊숙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거창한 목표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버리고 있는가. 물론 목표를 위해 많은 걸 희생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것은 곧 위대한 업적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선 안 될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는 있다. 이들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이들이 인디밴드로서 펼쳤던 활동들이 떠오르고, 그 활동들은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비록 해체하긴 했지만, 음반을 통해 자신들의 기록을 남겨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옥민과 땡여사의 인디밴드로서 존재했던 기쁨이 오롯이 녹아있는 이 음반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이 느낀 기쁨과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긴다면 좋겠다.

 

 

< RATING >

 

 + 열탕(6) : ★★★★★★

 + 온탕(4) : ★★★★

 + 미온(0) : 

 + 냉탕(0) : 

 

  

< 아티스트 인터뷰 >

 : https://bigninegogoclub.tistory.com/4 (빅나인 사람들 / 김빛옥민 편)

".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합쳐져서 땡여사님이랑 제가 이미 체감했다고 해야 하나?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체감했고 부끄럽지만 "끝"이라는 말을 막상 들었을때는... 울었어요 "

(옥민과 땡여사의 결성과 활동, 해체의 과정들. 그리고 김빛옥민이 생각하는 대구로컬씬과 아티스트로의 삶에 대해서 읽어보실수 있습니다.)

 

 

 

 

< 추천영상 >

https://youtu.be/jKVMOGOHJ1A

http://linktr.ee/big9gogo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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