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명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심상명 「이제는 알 것 같아요」

Release : 2019-12-13

Artist : 심상명

Album : 스밈

Title : 이제는 알 것 같아요

Label : Remnants

Publisher : Monday Brunch

Type : 미니(EP)

Genre : 팝/싱어송라이터

 

정병욱 / 주류와 인디,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이 이전보다 많이 해소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하지만, 때로 그것은 이전보다 더욱 양극화된 현실과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팝발라드 장르는 동원 가능한 작법과 미학, 소비에 있어서 그와 같은 인식의 경계가 꽤 분명한 장르에 속한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아요」는 별나게도 두 영역의 매력과 인상이 고루 섞인 노래다. 오케스트레이션 없는 소규모 편성으로 풍성한 서사를 완성하고, 소박하지만 안정적인 연주 뒤로 섬세한 변주와 코러스가 같은 메시지로 감정의 결을 덧칠하는 가사처럼 조금씩 곁을 내준다. 앨범 내 다른 곡보다 유독 힘없이 표현된 보컬의 부드러운 호소력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대구막창 / 싱어송라이터와 팝 사이에서 안전한 선택지에 가까웠다. 매끈하고 섬세한 만듦새와 대조적으로 곡에 담겨있는 정서나 철학은 음악적 치밀함에 미치지 못했다. 곡에 담겨있는 주체들도 '나'와 '너'에 머물러 단조롭다는 인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되려 나와 너를 둘러싼 세상과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면 더 다채로운 시각에서 곡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아쉬움이 함께 섞인 감상평을 남긴다. 

 

캔디바 / 떠나감의 이유는 다양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고 구조적이며 항상 꼬리가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이 난 직후도 아닌 한참 시간이 지나야 이제는 알 것 같다고... 지난 달 싱글 추천에서 문재영의 「하소연」의 남자 쪽의 생각이 아닐까 하는 공상으로 들으니 더욱 재미있게 들렸다.

 

채식주의자 / 개인적으론 이런 분위기의 노래를 마냥 좋아하진 않는다. 노래가 애절하다. 구질구질하게 헤어졌던 예전의 그 사람이 떠오른다. 좋은 기분이 아니다. 인제 나이도 대충 먹을만큼 먹어서 그런지 사랑앞에 구질구질해 지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살아왔던 어렸던 시절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우리 목요일의 남자는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상처를 가슴에 담아뒀길래 이렇게 심심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속을 저미는 멜로디를 뽑아냈을까.

 

스카디 / 첫 소절부터의 달달한 보이스에 무난한 곡, 무난한 연주, 애잔한 가사 그야말로 모던함이었다. 하지만 너무 모던했다고 본다. 흔히 들어볼 수 있을만한 곡. 굳이 심상명만이 아니더라도 접해볼 수 있었을 테니..

 

245Park / 트집 잡을 만한 게 없는 확실한 발라드 송. 인디가 아니라 그냥 메이저를 겨냥한 곡이라고 생각될 만큼 잘 만들어진 음악이다. 차트에 들어가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

 

정크푸드 / 너무나 솔직 담백한 사랑노래. 이런 노래 오랜만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기타 프레이즈도 다른 악기들과의 앙상블은 너무 좋다. 노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근데 왜 다들 가사가 이렇게 재미없는지 모르겠다. 조금은 철학적이게 존재하지 않는 제3의 인물을 넣는다던지 운율을 조금 더 맞춘다던지. 본인 얘기라 본인께 와닿게 쓴거라 그럴수도 있겠지만.

 

김캡틴 / 적절하다 라는 표현이 먼저 떠올랐다. 와 노래 대박 졸라 좋음!이 아니라 이 노래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라는 느낌? 프로듀싱이 잘 되었고, 느끼하지 않은 보컬이 곡을 잘 살린다. 리뷰를 귀로만 해야 하는게 아니라면, 파스텔톤의 앨범 자켓도 마음에 든다.

 

사다리차 / 화자의 기분을 멜로디와 연주로 극대화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심상명의 정규 앨범 제목만큼 듣는 사람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 만한 곡이다. 그의 곡은 항상 확실한 서사가 있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이별 후에 듣는다면, 아마 펑펑 울게 될지도 모르겠다.

 

점멸666 / 사랑했던 사람이 날 떠난 이유를 이젠 알 것 같다는 내용의 가사와 멜로디는 쉽고 귀에 잘 익는다. 누구에게나 권해주고픈 무난한 곡이다. 다만 다음엔 무난함보다 조금 더 한 걸음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곡들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RATING  6.9 온탕

+ 열탕(1) : ★
+ 온탕(9) : ★★★★★★★★★
+ 미온(3) : ★★★
+ 냉탕(1) : ★

 

http://linktr.ee/big9gogoclub

빅나인고고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