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옥민 『방구석 실험기』

 < 음반 정보 > 

• Artist :김빛옥민 (Kim Bit Ock Min)
  
• Title : 방구석 실험기 (My Bedroom Experiments)
  
• Release : 2019.12.11
  
• Genre : Alternative
  
• Label : Judy Records
  
• Distribution : (주)퍼플파인엔터테인먼트
  
• Format : LP
  
  
• Track List
  01. 지구를 넘어 (Beyond The Earth)
  02. 이상한 병 (A Strange Disease)
  03. 어름 (Ahrum)
  04. 정체성과 대중성 (Identity And Popularity)
  05. 내안에 (Inside Me)
  06. 변하는것들 (My Changing World)
  07. 도온도온 (Do On Do On)
  08. 니향내향 (Your Scent, My Scent)
  09. 기생충 (Parasite)
  10. 맑은 바람 속 가라앉은 답 (A Subdued Answer In The Clear Wind)
  11. 그만 (Don't Blame Yourself)
  12. 미완 (Incomplete)
  
  
• Sound Like
  옥민과땡여사도 좋았지만 솔로 앨범은 더 좋다.  음악적으로 자기 베스트를 찍었다는 느낌이 드는 훌륭한 앨범. 하지만 재킷 디자인이....열화된 우타다 히카루 1집 같다. [245Park]
  
  훌륭한 실험작. 솔로라고 하여 그 색이 바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농익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김빛옥민의 이번 작품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기성품이 아닌 고유의 가치를 지닌 훌륭한 앨범. [Sadah Ritcha]
  
  '방구석 실험기'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는 앨범이 만들어진 것 같다.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실험적이지만 듣기 좋은 좋은 앨범. [탄포포]
  
  
• For fans of : 옥민과 땡여사, 이상은 [서대구]
  
  

 

 

< 빅나인 필진 리뷰 > 

서대구 (열탕)  2019년 연초에 그는 빅나인고고클럽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옥민과 땡여사’는 실험에 중심을 둔 단기 프로젝트팀이며, 꽤 오랜 시간 동안 김빛옥민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평단의 찬사를 받던 슈퍼 루키팀의 활동을 중단하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다음 작업이란 무엇일까? 기대도 컸지만, 마음 한편에는 우려도 있었던 게 그 당시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게 일 년 가까울 시간이 지났고 필자의 우려를 비웃듯 멋진 솔로 데뷔 음반을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DIY, Do It Yourself. 인터뷰 당시 그가 들려준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조력자들의 도움을 포함해 아티스트 본인의 역량을 중심으로 음반의 기획과 작업을 감당하고 음악적 자유도를 얻겠다는 선언이었다. 음반 이름인 『방구석 실험기』는 그녀가 앨범에 담고자 했던 태도인 DIY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제작자, 지원사업 같은 외부적 제약 없이 마음껏 펼친 작품은 평단의 기대치를 비웃듯 이어폰을 가득 채우고 흘러넘친다.

앞선 소개가 ‘방구석’에 집중했다면 남은 “실험기”에 대해서도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싱어송라이터들의 음반에 통속적으로 붙을 수식어들은 그의 앨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통속성을 벗어나 널찍하게 비우고 확보한 공간에서 시험적인 요소들로 양껏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면 일종의 통쾌함이라는 대리만족도 느끼게 된다. 용감한 자의 등 뒤를 지키는 재미랄까.

구성의 재미도 있다. 마치 phase를 나누듯 1번(‘지구를 넘어’)에서 5번 트랙(‘내안에’)까지는 미니멀한 사운드에 다양한 샘플러들과 모듈레이션, 이펙트를 효율적으로 시험하고 있고, 6번 트랙(‘변하는것들’) 부터 10번 트랙(‘맑은 바람 속 가라앉은 답’)까지는 평소에 해보고 싶어 했던 밴드 구성의 음악들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다. 피지컬(오르골)로 제작된 “그만”과 마지막 트랙 “미완”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싱어송라이터 김빛옥민의 편안하고 익숙한 맨얼굴로 음반의 끝인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처음 정규 음반을 준비한 아티스트가 불필요한 욕심을 배제하고 음악적 태도적 지향점만 가지고 담백한 작업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건 재능을 넘어 초인에 가까운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DIY로 정면 돌파했고, 음악적 목표도 이뤄냈으며, 자신의 재능과 개성, 음악적 성취와 다음 작업들을 위한 자양분을 새 음반에 가득 담아 넣는데 성공했다. 남은 건 좋은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리스너들의 왕성한 식욕과 그녀를 방구석에서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한 사랑과 관심뿐. 그러므로 매우 필청



정병욱 (온탕) 올해 초 활동명 동명의 타이틀 『옥민과 땡여사』를 발표하며 투박한 일상에 그에 어울리는 포크를, 포크에 아쟁(땡여사)을 끌어왔던 김빛옥민은 이번 솔로 데뷔 앨범을 통해 반대로 방구석 현실을 자유로운 사유와 상상의 세계로 끌고 간다.

앨범을 관통하는 굵직한 주제 의식은 오늘도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두의 공감을 자아낸다. 자아와 이를 둘러싼 현실에 대한 자조적인 인식, 그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버리지 않는 변화를 향한 희망과 극복 의지가 너와 나를 대변한다.

음악은 무척 다채롭다. 기타와 키보드 등 최소한의 편성으로 온갖 어법을 시도해 훌륭한 팝을 완성했다. 김빛옥민의 가창에서는 흡사 민요라도 부르는 듯 구수하게 꺾는 소리와 내지르기, 아이돌 댄스팝에서나 들을 법한 담백하고 우직한 랩이 공존하고, 앨범에는 각양각색 노이즈와 이펙트를 뒤섞은 컨트리 넘버('지구를 넘어')와 호기롭고 발랄한 팝록('도온도온')이 함께 한다. 따뜻한 어쿠스틱 팝('니향내향')과 차분한 팝발라드('그만')도 있고, 심지어 그로테스크한 사이키델릭('기생충')이나 쟁글팝('미완')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일상의 소재와 사유를 자연스레 가상의 은유 및 장치들과 버무리는 기발한 상상력이 앨범의 가사와 디테일에 더욱 귀를 세우게 한다. 이를테면 내가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지구의 중력 때문이고,('지구를 넘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는 건 어제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상한 병에 걸렸기 때문이며,('이상한 병') 내가 슬픈 건 모두 내 안의 기생충('기생충') 탓이다. 그리고 이 엉뚱한 변명 덕분에 우리네 차갑고 우울한 현실은 그나마 견딜 수 있는 몽상적 공간이 되며, 소박한 유머가, 한 줄기 희망이 깃든다.

큼지막하게 자기 얼굴을 박은 앨범 커버와 한땀 한땀 수작업의 노고가 깃든 음반 패키지를 풀어헤치며 그것이 앨범 속 음악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옭아매는 현실의 굴레에 괴로워하면서도 절대 그런 자신을 향한 응시를 놓지 않는 것. 반복되는 일상에도 매번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오늘을 견디는 판타지는 내가 눌러앉은 방구석에도 존재하며 그 속의 주인공은 결국 나임을 이 앨범이 되새긴다.

< RATING >

RATING  Total : 9.2 (열탕)

+ 열탕(8) :  ★★★★★★★★
+ 온탕(4) :  ★★★★
+ 미온(0) :  
+ 냉탕(0) :  

※ 필진별 

• (열탕) 서대구, 튀김우동, Sadah Ritcha, JIN, 우루시바라죠지, 탈취제, 쿨라임 245Park
• (온탕) solgu_ku, 제목미정, 탄포포, 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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