즁키리 『서툶』

[음반리뷰] 즁키리 「서툶」

< 앨범 정보 >

Artist : 즁키리

Title : 서툶

Release : 2019.03.20.

Genre : 포크 팝(Folk Pop)

Label : 미러볼뮤직

Format : EP

 

Track List

1. 난로

2. 스투키 (feat. 복다진)

3. 현무암

4. 현무암 (Piano Ver.)

5. 뚜뚜 (Light Ver.) (feat. 개개비삼촌)

 

Sound Like : 도무지 능숙해지지 못해 매번 호되게 당하고 마는 이별의 감정에 관한(조덕경), 포크 + 팝 (서대구),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잔치국수(우루시바라 죠지), 스무살의 치기만이 만들어 낼수 있는 노래. 들려줄 수 있는 연주. 부럽다. 이 젊음.(차준우)

For fans of : 이영훈(조덕경), Damien Rice(서대구)

 

 

< 빅나인 필진 리뷰 >

 

우루시바라 죠지(미온탕)/ 통기타를 중심으로 한 조용하고 서정적인 음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곡마다 작자가 가지고 있던 느낌에 대하여 잘 설명해주고 있어 감상하며 읽어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통기타는 작은 소공연장에서 치는 듯하다. 특유의 호흡을 많이 사용하는 창법이랄까? ‘검정치마’를 문득 떠올리게 하는 보컬은 마치 청자의 등 뒤편 가까이에서 목에 힘을 빼고 슬쩍 불러 주는 것 같다. 간혹 등장하는 코러스는 큰 강당 저편에서 왠 녀석이 매우 적절하게 발사하고 있는 것 같다. 록 페스티벌 스테이지 저 멀리에서 두드리는 듯한 드럼소리는 다소 갑작스럽지만 울림이 크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실로폰과 트라이앵글은 가사에 집중되어 있던 집중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럽게 양념으로 작용한다. 서로 거리감이 다소 있게 느껴지는 이 각종 사운드를 적절하게 피아노나 베이스로 잘 뭉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로 이주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굳이 대구 뮤지션으로 구분되어 빅나인에서 리뷰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 착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성껏 만든 음악이라 생각한다. 실제 작자도 이렇게 착한 사람인지는 개인적 친분이 없어 알지 못하나, 흡사 인외마경과 같은 서울 음악판에서 상처받지 말고, 부디 승승장구하여 금의환향 하여 주길 바랄뿐이다. 아직은 금의환향 할 만큼 히트곡이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 것 같다. 본인만의 매력 포인트를 잘 찾기 바란다. 아직은 서툴다.

 

 

조덕경(온탕)/ 즁키리의 EP 「서툶」을 듣고 첫 번째로 든 감상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다가 개박살 나본 사람의 노래라는 생각이었다. EP 「서툶」은 우리 모두가 서툰 그 감정. 도무지 능숙해지지 못하는, 내성이란 게 생기질 않아 매번 호되게 당하고 마는 그 이별의 감정에 관한 앨범이다. 「서툶」에서 그 마음은 삼각형이었다가 네모였다가 동그라미였다가 트라이앵글 소리였다가 피아노 소리였다가 기타 소리였다가 하면서 모양을 바꾼다. 마치 실연당한 사람이 원망했다가 찬미했다가 체념했다가 다짐과 좌절을 반복하듯이. 근데 온도가 일관되다고 해야 하나. 똑같은 색깔의 마음이 모양새만 바뀌는 느낌이다. 그 색깔이 좋다. 햇볕에 잘 말린 이불 냄새가 나는 색깔. 그건 아마도 창작자가 어떤 감정을 대하는 태도이거나 어떤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방식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뜨거운 용암 같은 게 흐를 때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고 용암 같은 게 지나고 아주 식기 직전에, 하지만 온기랄 게 아직 남아있을 때, 감정을 돌보는 느낌.

 

이런 종류의 정서를 다루는 음악은 많고, 또 개인적으로 이런 개박살류 하면 이영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영훈의 감수성이 너무 너절해 진이 빠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즁키리를 추천해주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실연의 아픔을 견디고 있다면. ‘어둠의 이영훈, 빛의 즁키리’ 라는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현이 담방하다는 점이다. 비유나 은유도 다소 빤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실의에 빠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불친절한 창작물을 독해할 여유가 없는 상태일 것이므로. 위로를 받을 것이다. 누군가도 이런 방식으로 견디고 있으니까. 나와 같이 서툴게.

 

 

서대구(미온탕)/ 빅나인의 리뷰에서 편집장으로 가장 지양하고 싶은 부분은 잰척이다. 열린 취향(?)만 있다면 자신의 감상을 여럿과 공유함은 어렵지 않은 일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취향이 모여 만들어지는 빅나인의 호/오가 빅나인 음악 시장에 유의미한 참고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서론이 이렇게 길었던 이유는 필진으로 쓸 말이 많지 않을 앨범에서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함은 결국 취향 뿐인데 비교적 잘 만들어진 이 앨범이 어째서 취향에 닿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 리뷰에서 풀어보고싶기 때문이다. 하나씩 짚어봤다. 

앨범이 취하고 있는 시점은 주로 과거이며 추억이다. 이미 지나온 시절에 대한 개인적 회한에 가까운 얘기들이 많다 보니 특정 시점과 공간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음악 특유의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발생한다. 청자와 화자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게 아티스트의 편곡적, 메시지적 친절함 이라고 생각하는데 앨범에서의 화자는 이 태도에 대한 부분이 마치 앨범의 타이틀 마냥 좀 서툶이 있다. 친절한 것도, 싹싹한 것도, 적극적인것도 아니다 보니 청자를 가까이에 두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이는 곡의 정서 깊은 곳까지 몰입하게 하는데 한계점을 만든다. 하지만 이는 청자가 화자와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 경우는 훨씬 근사한 곡들로 들릴 것이라는 가능성이 되기도 하기에 향후 작품에서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방법론에서) 불호에 가깝다. 그만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작품을 바라볼 청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곡으로 들어가면 대상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개인적 정서가 주를 이룬다. 연인 사이의 온도를 얘기하고 있는 '난로'에서는 온도차 때문에 연애의 상대에게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있고 그래서 정작 화자가 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미완으로 남겨 두는 일종의 서툶을 남긴다. 음악적으로 가장 취향에 가까웠던 '스투키' 에서는 흠모의 대상을 스투키에 비유해 위로의 대상으로 타자화 하고 있지만 화자가 대상화하는 스투키는 오욕을 삼켜주고, 옆에서 힘을 불어넣어주고, 곁을 지켜주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만다. 이 또한 필자의 감상은 관계(다가감)에 있어 일종의 ‘서툶’이다. 

반면 앨범에서 가장 훌륭한 트랙이라고 생각하는 '현무암'에서는 대상을 평면화/대상화 하는 앨범의 다른 수록 곡들과는 조금 다른 경향을 보인다. 구멍과 상처가 과정과 모습이 된 현무암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현무암'이 좀 더 마음에 다가오는 곡이 될 수 있었던 건 좀 더 자기 얘기에 가깝다는 감상에서 기인한다.

 

작품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장점과 단점이 위와 같았다면 음악적 장/단에 코멘트에 남은 지면을 할애하려 한다. 음역대의 구성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질감과 라이브에서만 느끼게 될 코드 바뀔 때 줄 긁히는 소리와 통 부딪히는 소리, 녹음 중의 잡담 등을 여과없이 배치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마치 앨범의 타이틀인 '서툶'을 소리와 장치로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 아닐까 싶어 가장 즐겁게 들은 부분이다. 다만 믹싱에 있어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혼재하는데, 목소리의 장점(입체감)을 적절하게 강조하느라 (고)음역대의 편중을 보완하는 고민까지는 가지 못한 것으로 추측한다. 보컬의 중역대가 (상대적으로)적다면 악기 구성의 변주를 통해 밀도 있는 소리로 청자에 음악적 요소를 기억을 남기는 시도를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 혹은 멜로디와 가사가 주는 여운을 강조해보는 방향의 디렉팅이 추가되었다면 화자와 청자가 멀리 있다는 전반적인 감상평을 개선할 여지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탁월했던 부분은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서툶」이라는 타이틀에 있다. 아쉬움과 서툶 속에서 타이틀 곡 '현무암'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차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 RATING >

+ 열탕(0) : 

+ 온탕(9) : ★★★★★★★★★

+ 미온(5) : ★★★★★

+ 냉탕(0) :

 

 

< 아티스트 인터뷰 >

https://bigninegogoclub.tistory.com/31

[빅나인 사람들] 서툴어도 괜찮은 사람- 즁키리 인터뷰

(빅나인 사람들 / 즁키리 편)

 

" 천재도 처음에는 서툰 게 있었을 거란 말이에요. 이거는 이거대로 묻어 두고, 중요한 건 다음은 있다. 다음에는 더 잘 내야지. "

 

 

< 추천영상 >

즁키리 - 현무암 (2018.03.23 in clubheavy)

http://linktr.ee/big9gogo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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