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타투처럼 지워지지 않는 우정 - 스카레톤(SkaLeton) 인터뷰

[빅나인 사람들 #10] 스카레톤(SkaLeton) 인터뷰

 

인터뷰 현장에서 찍은 영상

 

취재일 : 2019-05-14 오후 8시

취재장소 : 명덕역 근처 카페 “핸즈커피”

인터뷰어 : 정희섭 고창일 (빅나인고고클럽)

인터뷰이 : 허영민 이동건 조은별 (스카레톤)

 

스카펑크(Ska Punk)는 스카(Ska)의 신나는 정박 리듬과 펑크(Punk)의 격렬한 음색이 결합한 음악으로서, 영국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에 위로를 주는 음악으로 출발했다. 인종 간에 화합과 평화를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스카펑크는 “레이지본(Lazybone)”, “버닝햅번(Burning Hepburn)” 등 인디밴드들을 통해 90년대 후반부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여러 스카펑크 밴드들을 동경하던 대구의 젊은이들이 훗날, 대구에서 스카펑크 밴드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이번에 인터뷰를 하게 된 “스카레톤(SkaLeton)”이 그 주인공이다. 스카레톤은 2019년 4월 18일 자신들의 첫 음반 “Friendship”을 발표하며, 대구에서 활동하는 스카펑크 밴드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어필했다. 대구의 스카펑크 밴드로서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우정이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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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카레톤 EP 제작을 결심하다

 
정희섭: 반갑습니다. 이번에 나온 EP를 들어봤는데, 잘 뽑혔더라고요. 제가 홍대에서 스카펑크 좀 듣다가 왔거든요. 

허영민: 누구 좋아하세요?

조은별: 마이너의 장르의 덕후를 만나네...

(일동 폭소)

정희섭: “루디건즈(Rudy Guns)” 공연 많이 봤어요. 버닝햅번하고.

 

허영민: 훌륭하시네요.

 

고창일: 영민 씨는 1세대 스카펑크 밴드들의 모습을 보며 성장해왔음에도 그들과는 결이 다른 (좋은 의미에서 가벼운) 다음 세대 스카펑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앨범을 들으며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영민: “스카썩스(SKASUCKS)” 같은 거친 느낌을 좋아하는데, 막상 곡을 쓰다보면 레이지본이나 “넘버원코리안 (No.1 Korean)” 같은 밝은 느낌으로 계속 써지더라고요.

 

 

스카레톤 2015년 합주 영상. EP “Friendship” 수록곡 “Trombone”

 

정희섭: 작년 11월에 “뤼미느(Lumineux)”에서 공연을 하셨는데요. 그 때 제가 스카레톤 마지막 공연이라 그래서 깜짝 놀랐거든요. 이렇게 좋은 팀이 마지막이라는 게. 그런데 이번에 다시 EP 발매 기념 공연 하시게 되었잖아요. 어떻게 다시 공연을 하시게 되었나요?

허영민: 일단 그 작년 11월 뤼미느 공연 때, 마지막이라 그래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이렇게 좋은 팀이었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고창일: (나 포함) 많았지...

정희섭: 저도 그랬고요... (웃음)

 

허영민: 지인 중 한 명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영민이가 밴드를 했었다고 들었는데, 네가 했던 음악 들어보고 싶어”라고 하더군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4년 넘는 음악 활동을 해왔는데, 막상 필요할 때 들려줄 음원이 하나도 없다는 게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그 날 충동적으로 안현우*에게 연락해서 스카레톤 앨범 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겠냐 하니깐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알겠다고 그러더라고요. 한 달간 녹음을 하면서 제 작업물들에 자부심이 생기기도 했고, 스카레톤이 준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함께 했던 애정하는 형, 누나, 동생, 친구와 다시 한 번 더 공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 밴드 “폴립(POLYP)”의 기타 겸 보컬. 이번 스카레톤 EP에 프로듀서 및 레코딩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고창일: 안현우 씨 배짱도 대단한 게, 싱글 (프로듀싱) 작업은 해봤지만 EP 규모를 녹음/믹싱 한다는 건 보통 용기가 아니잖아요. 작업해본 적도 없고, 낯선 악기도 있는데도 덥석 하겠다고 나섰던게 왜 였을까 궁금했어요. 아 이건 현우한테 직접 물어봐야 하나?

 

허영민: 예전부터 안현우가 저에게 스카레톤 작업물들 녹음해보자고 말을 많이 했었어요. 그 때는 듣고 흘렸었는데 결심하고 나서 연락해보니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도와주겠다고 걱정 말고 해보자고 유쾌하게 말하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정희섭: EP 제작 이야기는 언제 나온 거예요?

허영민: 뤼미느 공연 하고 나서 세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정희섭: 녹음할 때 멤버들 모으면서, 그 멤버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허영민: 별 의문점도 안 가지고, 다들 흔쾌히 하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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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레톤 마지막 공연이 될 뻔 했던, 바로 그 공연.

 

2. 스카레톤 결성

정희섭: 스카레톤의 뜻은 뭔가요?

허영민: 멤버들이 모이고 미팅을 항상 “할리스” 카페에서 해서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할리스로 지으려고 했었어요. 이후에 “오꾸닭”에서 밥 먹다가 제가 화장실 갔다 오니깐 정해져 있더라고요. 당시 트롬본 멤버로 있었던 관현이형이 “우리 다 마르고 길쭉하니까 스카와 스켈레톤의 합성어로 스카레톤 어때?” 하더군요. 큰 뜻 없고 심플해서 마음에 들어서 하자 했어요. 여전히 스카레톤의 이름은 동건이형이 작품인지 관현이형이 작품인지 둘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요.

정희섭: 스카레톤 결성 계기가 뭔가요?

허영민: 스카레톤 이전에 “스캥킹버니(Skanking Bunny)”라는 이름으로 스카펑크를 했었어요. 군복무, 학업문제로 해체되고 나서 제 능력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본두 형*이 술 마시고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너는 펑크 밴드 해야 된다. 다시 하게 되면 관악기 소개 시켜줄게.” 이 말 듣고 다시 한 번 불을 지피게 됐죠.

처음 들어온 멤버는 트롬본이었어요. 앞에 말했다시피 본두형의 소개로 함께 하게 됐죠. 이후에는 보컬 할 사람을 “뮬(Mule)”**에서 카테고리 설정해서 리스트 짜놓고 순차적으로 연락을 할 예정이었어요. 찾다가 좀 오래된 글에서 펑크 보컬 한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순서 상관 없이 제일 먼저 연락했어요. 만나서 얘길 해보니까, 저는 동건이형을 몰랐는데, 동건이형은 저를 알고 있었더라고요. 페이스북 친구에 친구를 타서 그런 식으로. 얘기를 계속 이어가다보니까 음악 취향도 대충 잘 맞았고요. 이후에 직접 들은 얘기인데, 밴드 안 하려고 다짐했을 시기에 저한테서 연락이 왔다고 그러더라고요. 

 

고창일: 멤버 구하기는 모든 음악하는 아티스트의 워너비죠. 그래서 저도 뮬 많이 했어요.

 

(일동 폭소)

* 서본두 씨. 펑크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Drinking Boys And Girls Choir)” (전) 멤버. 이번 스카레톤 EP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 중고악기 판매 사이트. 뮤지션 커뮤니티로서의 기능도 갖고 있어, 밴드 구인 글이 많이 올라온다. 언제나 그렇듯, 드러머와 베이시스트는 대접을 잘 받는다. 

이동건: 저랑 음악 취향 잘 맞는 사람 만났던 건, 영민이가 처음이었어요.

허영민: 김평곤 씨 이전에 드러머였던 김형섭* 씨 같은 경우엔 네이버, 다음, 뮬 등등 에 제가 올린 멤버구인 글을 보고 밴드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이 먼저 왔었어요. 그래서 제가 “스카펑크라는 생소한 장르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물었더니 장르 상관없이 드럼이 너무 치고 싶다는 뉘앙스의 답변이 왔던 거 같아요. 베이시스트가 제일 구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주변 사람 중에 기타 잘 치는 박상수 친구에게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밴드에서 베이스자리가 공석인데 우리 밴드에서 같이 활동 해볼래? 악기는 내가 구해줄게!” 라고 했더니 고민 좀 해보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다 이틀 후에 그 동생으로부터 같이 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 김형섭 씨. EP 발매 기념 공연 홍보 영상에서, 종이 트럼펫을 들고 있는 출연자. 이번에 뮤직비디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고창일: 영민 씨가 스캥킹버니 할 때 나이가 어떻게 되셨어요?

허영민: 고1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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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레톤 2016년 공연. EP “Friendship” 수록곡 “You & I”

  

3. 대구 인디씬과 함께 자란 소년

 
고창일: 와, 되게 어렸을 때부터 하셨구나. 영민 씨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정희섭: 쭉 대구에서 사셨어요?

허영민: 네. 경산에 살았던 적도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는 것은 대구에서의 기억밖에 없어요. 제가 음악을 듣는다는 걸 처음으로 인식한 게 여섯 살 쯤 이였는데, 그 때 당시 드럭레코드 소속된 “크라잉넛(Crying Nut)”, “레이지본(LazyBone)”, “노브레인(NoBrain)”, “락타이거즈(Rock Tigers)”, “18크럭(18Cruck)”을 많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밴드의 로망이 피어났던 것 같아요.

 

고창일: 신동이네...

(일동 폭소)

조은별: 영민이가 저에게, 초등학교 1학년 때 크라잉넛 공연을 갔었다고 말했거든요. 그 말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허영민: 2004년인가 2005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컬러풀대구에서 넘버원코리안이 대구에 공연하러 왔을 때, 크라잉넛이 헤드라이너였어요. 현재 동성로 중앙무대 위치에 높은 무대와 장비를 설치해놓고 공연했었는데, 6학년인 형이랑 코딱지만한 저랑 뛰어놀고 있으니깐 주위에서 다 쳐다보더군요. 상당히 부끄러웠지만. 당당하게 놀았던 기억이 나요. 저는 “클럽 헤비(Club HEAVY)”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태로 쭉 살다가 시간이 지나서 “다운인어홀(DOWN IN A HOLE)”이라는 팀이 다음 공식카페에서 대구에 투어를 온다고 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클럽 헤비를 알게 되었고. 2008년에 인디053 기획공연에 헤비를 처음 가게 됐어요. 밴드랑 래퍼랑 같이 모여서 하는 참신한 공연이었어요. 라인업에 사형집행단도 있었는데, 보면서 울먹였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 우리 형이 친구들과 함께 “92크루”라는 슬램단을 만들었어요. 92년생들과 순수하게 공연 즐기러 다니는 크루였어요. 이후 더 폭넓은 음악과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92크루에서 “999크루”로 999크루에서 “999패밀리”로 이름이 바뀌었고, 중3 무렵에 저도 거기 합류하게 되었어요. 이후 형의 입대로 인해 제가 리더가 되었어요.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많은 사람들을 모집했었어요. 크루 내에 기타 치는 형도 있고, 베이스 치는 형도 있고, 보컬 하는 형도 있었어요. 일단 같이 밴드해보자 저지르고 본 것 같아요.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팀이 버닝햅번이라서 스카펑크를 하게 됐고, 그렇게 스캥킹버니가 탄생했어요. 당시 기타학원에서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까지 배우고 이후로 더 배운 게 없었어요. 지금도 잘 모르구요. 그래서 “플럼즈(The Plums)”*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 허영민 씨가 베이시스트로 참여 중인 밴드. 서프 록(Surf Rock)을 추구한다.

 

 

스카레톤 멤버 타임라인

  

정희섭: 스카펑크를 오래 하셨는데, 스카펑크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허영민: 일단은 신나고 호응하기 좋잖아요. 그게 제일 장점인 거 같아요. 행사가 들어오면 커버하기도 좋고.

이동건: 너무 무겁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아서,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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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쯤에서 들어보는 Son of SKA 허영민의 스카 추천 PLAY LIST

 

01. The Streetlight Manifesto - A Better Place, A Better Time   
02. The Interrupters - She's Kerosene  
03. Oreskaband - Carry On  
04. The Mighty Mighty Bosstone - Impression That I Get  
05. Bombskare - Do All Dogs Go to Heaven?  
06. Death of Guitar Pop - Suburban Ska Club  
07. Big D and the Kids Table - LAX  
08. Skalariak - Skalari Rudy Klub  
09. The Skankaroos - Ska Music  
10. Folly - Br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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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저는 사실 스카펑크 잘 몰라요. 스카펑크라는 장르 자체도, 영민이가 저한테 밴드 같이 하자고 제안했을 때, 그 때 처음 알았거든요. 물론 버닝햅번, 레이지본, 이런 유명한 밴드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밴드들이 하는 음악이 스카펑크라는 건 그 때 알았거든요. 그런데 팀에 들와서 직접 연주를 해보니까, 연주하는 입장에서 몸이 되게 즐겁더라고요. 영민이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가, 영민이가 스캥킹버니 할 때였어요. 그 전까지는 주로 서울에서 온 밴드 공연 많이 봤거든요. 인디밴드 중에서도 유명한 밴드 위주로 봤던 거죠. 그러다가 처음으로 대구 밴드 공연을 헤비에서 본 게 스캥킹버니였어요.

스캥킹버니 보러가게 된 계기가, 대구 친구도 아니고 서울 친구가 어느 날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스캥킹버니라는 팀 있는데, 팀 이름 너무 귀엽지 않냐?” 그렇게 스캥킹버니를 알게 되었고, 그 팀이 헤비에서 공연한다는 얘길 들어서 보러 갔죠. 혼자 보러 갔는데, 999패밀리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주더라고요. 페이스북 통해서 어떻게 알았나 봐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저보고 같이 놀자 그래서, 그 때 정말 신나게 놀았거든요. 아직 포스터도 기억나요.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포스터였는데, 8비트 게임 느낌으로 되어있는 거.

허영민: 그게 아마 테트리스 포스터였고, 토, 일, 이틀 공연이었는데 포스터 하나로 만든 거였어요. 부산에서도 밴드 오고, 기훈이형*이 하던 하드코어 펑크 밴드도 있었고요.

 

* 이기훈 씨. 스카레톤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조은별: 그게 “세븐드레드(Sevendred)”였나?

허영민: 맞아요. 그 때엔 팀 이름이 세븐드레드가 아니고 “180”이었어요. 멤버 모두 키가 180이 넘는다고 그래서. 그런데 타지에서 이미 “180“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팀이 연락을 와서는 팀 이름 바꿨으면 한다고 해서 추후에 세븐드레드로 바꾸었던 것 같아요.

고창일: 이번 EP 수록곡 중에 기훈 씨가 쓴 곡도 있지 않나요?

허영민: 네, 맞아요. 마지막 트랙 “Old Tattoo”라고.

고창일: 서정적인 노래던데. 하드코어 하시던 분이 그런 노래 썼다고 하니까, 음악을 다루는 폭이 되게 넓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허영민: 기훈이형도 참 음악을 폭넓게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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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8일 부산 공연, 5월 25일 대구 공연.

4. EP에 대한 얘기들

정희섭: 이번 EP 발매 기념 공연이 대구는 물론 부산까지 가면서 스케일이 커졌어요. 이렇게 스케일이 커진 계기가 무엇인가요?

허영민: 스카레톤 이름으로 타지공연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힘써서 부산공연도 하게 된 것 같아요. 원래는 부산뿐만 아니라, 광주, 서울까지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도 부족하고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어요. 

정희섭: 이번 EP 제목이 “Friendship”인데, 제목을 이렇게 정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허영민: 이 팀을 거쳐 간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과 함께 다 같이 만든다는 의미로 앨범 타이틀로 선정하게 됐어요. 사실 “Friendship” 제목을 가진 곡이 있었는데 EP에 실지 못하고 제목만으로 남겼어요.

고창일: (새삼) 정말 멋진 앨범 제목이라 생각이 드는게 이 '우정'이라는 접점이 앨범의 정서를 꿰뚫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앨범을 만든 마음이 담긴 단어가 앨범 제목이 되었네요. 부럽습니다. 앨범 제목 잘 짓기 참 어렵던데. (웃음) 이번 EP가 인트로 트랙도 따로 있고 EP치고는 규모가 꽤 큰데, 한두 곡만 더 넣으면 정규앨범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요. 좀 더 확장해서 정규로 발매 해 볼 욕심은 없었나요?

허영민: 확실히 한두 곡만 더 넣으면 정규앨범 될 수도 있었는데, 완성도가 높은 곡만 선정해서 넣다보니까 EP가 되었어요.

조은별: 피지컬 앨범에는 보너스 트랙이 하나 더 들어가요. 노래 진짜 귀엽거든요. 많은 분들이 CD 사서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허영민: 성현이형*이 피처링한 곡이에요. 곡 분위기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같이 해보겠냐고 권유했거든요. 그랬더니 바로 알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사실 이 곡까지 디지털 EP에 넣고 싶었는데  원곡이 있는 곡이다 보니까 저작권 관련해서 꽤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못 넣게 되었어요.

* 전성현 씨. 밴드 폴립 드러머.

 

 

정희섭: 이번 EP 표지를 스카썩스의 멤버이자, 타투이스트이신 류진석 씨가 맡아주셨어요. 다들 표지가 멋지다고 난리던데요. 어떻게 섭외하시게 되었나요?

허영민: 중학생 때부터 스카썩스 음악과 류진석 씨의 그림, 타투 등의 작업들을 워낙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음반을 내게 되면 꼭 류진석 씨에게 표지를 맡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류진석 씨 인스타그램 들어가서 DM을 넣었죠.

정희섭: EP 작업에서 음악적으로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인가요? 

허영민: 음반을 들을 때나 공연을 관람할 때나, 기승전결이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터질 땐 확실히 터지고, 쉴 땐 확실히 쉬어주는 그런 거요. 실제로 이번 EP도 그런 느낌이 나도록 짰어요. 

 

정희섭: 이미지가 겹치는 곡이 없더라고요. 다양성이 살아있는 음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느낌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허영민: 모든 곡의 보컬을 제가 맡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라 생각해요. 유일하게 제가 작사 작곡 모두를 맡은 “Hole Up”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길 바랐어요.

고창일: “Hole Up”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기 참 좋은 곡 같습니다. 베이스소리때 엉덩이 왼쪽, 기타때 오른쪽 (요렇게 들썩 들썩) 춤추고 싶을 때 듣고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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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록곡들에 대한 얘기

고창일: 동건 씨에게 드리는 질문인데, (많은 곡을 쓰셨기 때문에 본인곡에 있어) 앨범 작업에 좀 더 깊게 참여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나요?

 

이동건: 저는 그런 거 딱히 없었어요. 저는 솔직히 딱 한 곡만 녹음하고 다른 건 영민이가 다 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곡에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허영민: 곡 중에 “You & I” 는 동건이형 보컬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라서, 그 곡만큼은 동건이형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녹음을 하다 보니까, 제가 제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부족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하다 보니 그 곡 외에 다른 곡에도 동건이형이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동건: 제가 무대에서 불렀던 곡 중에 “On The Beach”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이 EP 작업하면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섞이게 된 게 참 좋았어요. 

고창일: 음악 작업 하면서 자기 지분에 대해 민감한 아티스트가 생각보다 참 많거든요. 스카레톤 멤버들 중엔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이런 게 일종의 “Friendship”인가 싶기도 하고요.

 

허영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조은별: 현우가 소리 쌓는 걸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특히 코러스 쌓는 거요. 

 
허영민: 작업하면서 재밌었던 일화가 있어요. “Old Tattoo”라는 곡에서 다 같이 “Old Tattoo” 외치는 부분이었는데, 동건이형이 먼저 부르고나서 기훈이형이 똑바로 부른다고 불렀는데 피치가 엇나간 거예요. 그런데 이게 묘하게 화음이 되어서 거기서 은별이 누나가 한 번 더 쌓았어요.

 

 

스카레톤 2017년 공연. 미발표곡 “Love Gun”

 
고창일: 이런 자유분방한 모습도 스카답고 재미있어요. 즉흥적으로 곡 작업의 계획을 변경하는 이런 유연함은 어디에서 오는 거예요?

허영민: 스카펑크라는 장르의 힘에서 오는 거 같아요. 녹음 분위기도 재밌었고. 그렇지만 제가 기타, 베이스 녹음할 때는 어두움의 극을 본 것 같아요.

정희섭: 크레딧 보다가 재밌는 부분을 발견했는데요. 인트로에 코러스가 굉장히 많아요.

 

허영민: 녹음 이후 플럼즈 합주가 예정되어있어서 스카레톤 외에도 사람이 많았어요.* 곡 작업하다가 즉흥적으로 거기 있었던 사람들 목소리를 다 넣다보니 코러스 참여한 사람이 많아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뭔 인트로에 크레딧이 그렇게 많나 싶기도 하고.

* 이번 스카레톤 EP는 폴립, 이글루, 전복들, 플럼즈가 함께 사용하는 연습실에서 녹음했다. 창작과 연습이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동 작업이 이뤄진다.

정희섭: 수록곡 중에 피처링 참여한 곡 두 곡이 있는데, 피처링 참여하신 분들에 대해서 소개 좀 해주세요.

허영민: “가영(GaYoung)” 씨는 동성로 기타교실의 수강생이세요. 학원 공식 인스타에서 수강생 분들의 연주가 많이 올라오는데. 유독 기타도 잘 치고 목소리도 좋으세요. 언제 한 번 같이 음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Hole Up”을 함께 하게 됐어요.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On The Beach” 녹음하기 훨씬 예전부터 목소리를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후렴 부분에 보컬로 참여하게 되었죠.

정희섭: 영민 씨와 동건 씨가 이번 EP 송라이팅에 중심이셨는데, 두 분이 송라이팅을 할 때 특별히 영감 받는 상황이 있나요?

 

허영민: 저는 영감을 받고 쓰려고 하면 잘 안 써지더라고요. 무작정 제목부터 짓고, 제목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곡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이동건: 영민이에게서 곡을 받고, 가사를 제가 주로 쓰는 편인데, 제가 일본만화 좋아하거든요. 청춘만화 같은 거 보면서 생각나는 글귀들 습관적으로 적어놓거든요. 그걸 활용해서 제목에 어울리게 가사를 쓰는 편이죠. 

허영민: 주로 모든 파트는 제가 작곡하는 편인데, 유독 보컬이 잘 안 나와요. 그래서 동건이형한테 맡기면 합주 때 맞춰서 멜로디와 가사를 뚝딱 써서 준비해오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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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레톤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 1편

 

6. 앞으로의 스카레톤

고창일: (영민 씨께) 지금 플럼즈나 다른 활동들도 하고 계시지만, 음악적인 성취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즐겁게 활동하는 밴드라는 생각해요. 그래서 스카레톤 말고, 플럼즈 말고 아티스트 허영민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어떤게 있을까 궁금합니다.

허영민: 아티스트로서는 이루고 싶은 걸 다 이룬 거 같아요. 스카레톤 이름으로 음반을 내는 것, 타지 공연 해보는 것, 제가 가진 가장 큰 꿈이자 목적이었는데, 한참 활동하면서 못 다 이룬 것을 이번 기회로 다 이루 게 되어서 더 이루고 싶은 건 없는 거 같아요. 

 

고창일: 뭐야 20대 뮤지션치고는 조로 아님? 난 아직도 하고 싶은 거 많은데. 해외 투어라든가 록페스티벌이라던가.*

* 고창일 씨는 30대 후반이다.

 

조은별: 덕질한 기간으로만 따지면 창일 씨랑 비슷할 거 같은데요. 영민이는 여덟 살 때부터 크라잉넛 공연 봤다 그러는데?

(일동 폭소)

고창일: 음반을 내거나 타지 공연 하는 건 뭔가 거쳐가는... 게임 퀘스트 같은 거니까, 반면 음악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좀 다를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음악적으로 뭔가 이루고 싶은 건 없나요?

허영민: 제가 요즘 사명감을 많이 잃은 거 같아요. 스카레톤 해체 건도 저의 충동적인 결정이었거든요. 매번 멤버 문제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는 게 진짜 힘들었거든요. 2017년 쯤 고심 끝에 해체를 결심했었거든요. 그 때는 동건이형이 팀에 있었던 때였는데, 저한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렇게 마음 잘 맞는 사람들끼리 하고 싶은 음악을 했던 적은 처음이었어. 그런데 이 팀이 해체되고 나면 다시는 음악 못 할 거 같아.” 그 말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좀 더 힘을 내서 멤버 구인을 하곤 했어요. 막상 복귀하고 보니까 제가 보컬을 하고 있더라고요. 쉬는 기간 동안 동건이형이 일이 많이 바빠져서 함께 할 수 없게 됐었어요. 동건이형 없이 계속 활동을 하다 보니까, 소중함이 더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있을 때도 소중함을 느꼈거든요. 동건이형이 쓰는 가사도 너무 좋고. 보이스 톤도 너무 좋아했거든요. 그렇지만 공연할 때 동건이형의 춤사위와 받아줄 수 없는 멘트칠 때는 질겁하긴 했었어요.

이동건: 당시엔 싫었어?

(일동 폭소)

 

허영민: 지금은 받아줄 수 있어. (웃음)

 

 

스카레톤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 2편

 
고창일: 화해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사실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 본다는 것도, 다시 붙잡는 것도 쉽지는 않을 일 같은데.

허영민: 음반 작업을 저 혼자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저 혼자 하면 스카레톤이 아니잖아요. 멤버로 함께 했던 모두가 꼭 있어야 했어요.

조은별: 녹음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라이브 때와 달라진 연주들이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현우같은 경우는 아이디어가 워낙 많아서. 녹음하다 말고 “이렇게 다르게 쳐 볼래요?”하고 건반 잡고 후루루룩 치는데 저는 현타가 쎄게 오는거죠. ‘와... 나 여기 왜 있지...?’하고(웃음) ‘그냥 영민이가 찍어도 될 것 같고 현우가 건반 쳐도 더 잘할 것 같은데. 나까지 부를 필요가 있나?’ 그런데 작업하다 보니까 영민이가 음반 작업할 때 저를 불러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민이가 의도했던 지점이 어떤 것인지도 알겠고요. 스카레톤이 걸어왔던 길을, 같이 걸어온 사람들과 함께 결과물로 만들고 싶었구나.

고창일: 뮤직비디오 찍을 때, 예전 멤버 다 모이지 않았나요? 의리 크...

허영민: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스카레톤 멤버가 일곱 명보다 더 많을 예정이었어요. 연락은 다 했었거든요. 시간 조율이 잘되지 못해서 다 나오진 못했지만요. 뮤직비디오는 메이킹 필름 스타일로 만들고 있어요. 이번 투어도 영상으로 남겨 뮤직비디오에 포함시켜서 공개할 예정이에요.

고창일: 가장 궁금한 것. 이것들 (투어&발매 등등) 다 끝나고 나면, 다음엔 무슨 뭘 하실 계획이신가요?

조은별: 저도 궁금합니다. 스카레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고창일: 공연 끝나면 다시 생각해볼 예정이신가요?

허영민: 스카레톤 계속 할 의향은 있어요. 지금 드러머랑 베이시스트를 세션으로 쓰고 있는 게 큰 문제에요.* 이 세션 두 명은 제가 생각하기엔, 지금 대구 인디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이 둘을 계속 스카레톤 세션으로 소비시키기엔 제가 허락이 안 되는 부분이어서요.** 추후에 정식멤버가 구해진다면 돌아올게요.

* 이번 스카레톤 공연에는 폴립의 안현우 씨가 베이스 기타 세션으로, 전성현 씨가 드럼 세션으로 참여한다. 
** 인터뷰어 고창일도 비슷한 소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고창일: 좋네요. 그럼 스카레톤은 (아직) 해체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웃음)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인터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허영민: 사랑해요, 빅나인? (연예가중계 톤으로)

(일동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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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후기

 

스카레톤의 마지막 공연을 보고 나서, 이렇게 좋은 밴드가 하나 또 사라진다는 게 슬펐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뭉쳐서 음반도 만들고, 공연도 다시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밴드의 리더 허영민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대구 인디씬이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그림이 머리에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토록 선명한 팬덤과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스카레톤은 분명 대구 인디씬의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가는 것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밴드라는 것이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뤄가는 것이기에, 사람들끼리의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우정의 힘이라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이번에 스카레톤이 발표한 EP “Friendship”은 지나간 멤버들이 레코딩 작업에 참여하여 더욱 빛을 냈는데, 그뿐만 아니라 가사나 사운드 측면에서도 우정에 대한 끈끈한 메시지가 돋보인다. 이는 국내외 선대 스카펑크 밴드들이 외쳤던 화합의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스카펑크 안에 깃든 메시지를 건강하게 잘 계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동건 씨와 조은별 씨가 허영민 씨를 아끼는 모습들이 인터뷰 도중에 언뜻 드러나는 게 인상 깊었고, 이런 모습들이 이번 EP 속 음악들에 잘 녹아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카레톤을 듣고, 이들이 가진 우정의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

 

 

 

[EP리뷰] 스카레톤(SkaLeton) 「Friendship」(링크)

 

 ※ 부록 : 『스카레톤』이 요즘 즐겨 듣고 있는 노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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